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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코알라 Mar 18. 2025

지하철 카지노 게임

당신을 이해하고 싶어

남편은 자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다. 그토록 많이 가 봤으면 다른 곳에서도 만날만한데 그는 항상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날은 2 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을 2시, 4시에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마침 나도 근처에서 볼 일이 있어 함께 가기로 했다.


내 일을 마치고, 남편에게서 두 번째 사람이 떠났다는 문자를 받고는 그곳 카페에 가서 함께 커피를 마셨다. 나와는 한 시간이 조금 못 되게 그곳에 머물렀지만 전체로는 꽤 여러 시간을 그곳에 있었던 셈이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지하철을 한참을 타고 가야 해서 나는 카지노 게임을 다녀오기로 했다. 지하철역의 카지노 게임보다는 그곳 카페의 카지노 게임이 훨씬 더 깨끗하고 쾌적했으니까.


"당신도 화잘실 다녀오지?"

"아냐, 난 괜찮아."

"정말? 지하철 타고 한참 가야 하는데, 안 갈 거야?"

"안 가도 돼."

"나중에 후회할 텐데... 난 분명 미리 물어봤다~"


그렇게 둘은 카페를 나와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 역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남편이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 카지노 게임 좀 다녀올게." 하고 오른쪽에 있던 카지노 게임을 향해 가는 게 아닌가??


'헐, 5분 전에 카지노 게임 갈 거냐고 몇 번이나 물어도 안 간다더니, 역사에 들어오자마자 간다니? 이게 뭐야??' 하면서 멀뚱멀뚱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 채 어색하게 남편을 기다렸다.


"아까, 커피숖에서 가라고 할 때 가지, 왜 여기 내려오자마자 가는 거야?"

"하하, 난 지하철 타기 전에 항상 여기 카지노 게임을 들렀다 가거든. 그래야 마음이 편해."

"여기 카지노 게임보다 아까 카페 카지노 게임이 훨씬 더 좋아."

"몰라, 거기선 카지노 게임을 한 번도 안 가봤어. 항상 여기서만 가."

"근데, 당신이 아까 카페에서 갔다 왔으면 여기서 가지 않아도 됐을 거고, 그럼 나는 혼자 여기서 뻘쭘히 기다리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랬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해."

"아... 그 생각을 못했구나. 미안! 내가 이기적으로 내 생각만 했네."


남편의 성향을 고려해 볼 때, 혼자 그 카페에 다시 갈 경우엔 여전히 지하철에 있는 카지노 게임에 갈 것이다. 만약 나와 함께 간다면 아마도 내가 "지난번처럼혼자 카지노 게임 앞에서 기다리게 하지 말고 여기서 갔다 오면좋을 같아."라고말할 것이고, 그럼 그는 가지 중 선택을 것이다. 끝까지 참고 집까지 가던지, 불편함을 무릅쓰고 카페의 새로운 카지노 게임을 던지.


이걸 알고 있는 나는, 다음번에 약간의 고민을 하겠지.

그에게 그런 말을 할지, 말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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