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영화리뷰 2025 - <검은 수녀들
<검은 사제들의 두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영화<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과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고 <검은 사제들을 만든 장재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제작사가 판권을 보유한 덕분에 <검은 사제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물로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여성편이 성공하면 남성편이, 남성편이 성공하면 여성편이 나오던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검은 수녀들 역시 <검은 사제들의 성공에 힘입어 여성 버전으로서 안정적인 성공을 추구하며 나온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검은 수녀들은 성별이 반전됨으로써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며, '성공한 영화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성별 반전 버전' 이상으로 나름의 의미를 지닙니다.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유의미한 지점은 분명 있는 영화였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사제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의식에 한창인 현장에 도착한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그들이 대적하고 있는 상대가 보통 악령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속절없이 굴복하고 만 사제들을 대신해 유니아는 악령을 일시적으로 숨어들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악령이 언제 자신이 사로잡은 몸의 주인인 소년 희준(문우진)을 잠식해 갈지는 알 수 없는 일. 유니아는 희준의 몸에 깃든 악령이 그 악명높은 '12형상' 중 하나임을 직감합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식은 서품을 받은 사제들만이 할 수 있지만, 해외에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사제들을 마냥 기다리기엔 부마자인 소년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결국 유니아는 서품 받지 못한, 아니 애초에 서품을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수녀는 행할 수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의식을 직접 행하기로 결심합니다. 소년의 담당의인 바오로 신부(이진욱)는 희준의 문제가 악령이 아닌 질병 때문이라며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아닌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병원에서 만난 바오로의 제자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비밀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유니아는 자신의 비밀스런 카지노 가입 쿠폰의식을 위해 미카엘라의 도움을 요청한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미카엘라는 유니아의 절박하고 진실한 의지에 점차 마음을 열고, 이미 시작부터 금기를 깬 이상 두 수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년을 구하기로 힘을 모읍니다.
<검은 사제들 이후 한국 영화계에 오컬트 장르를 뿌리내리게 하며 마침내 천만 영화까지 탄생시킨 장재현 감독의 노고에 힘입어, 우리 관객들은 한국 오컬트 영화에서도 갖가지 상상력과 디테일로 장르를 만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검은 수녀들은 그렇게 오컬트 장르 안에서도 높아진 한국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듯 합니다. <검은 사제들과 공유하는 세계관 속에 '12형상'의 일원인 악마의 정체를 쫓는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가톨릭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함에도 그 과정에서 관객의 이목을 끄는 상상력과 디테일의 구현이 부족한 탓에 전개가 다소 단조롭게 흘러갑니다. 후반부 구마의식 장면에서 모아두었던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크게 보면 악령과 구마자들 간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면 구조 역시 완급이나 방향을 능숙하게 조절하기보다 일관된 힘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 강합니다. 세계관의 본령을 구축한원작자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장르 특유의 다변적이고 디테일한 매력이 적잖이 희석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부분입니다. 그러나 장재현 감독급이 아니고서야 그에 필적하는 장르적 디테일을 보여줄 수 없다면 아예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검은 수녀들은 그 방법을 적극 활용합니다. 구마자가 '사제'에서 '수녀'로, 부마자가 '소녀'에서 '소년'으로 성별이 반전되면서 그 여파로 달라지는 이야기 이상의 함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대 가톨릭에서는 수녀의 구마의식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검은 수녀들은 수녀가 구마의식을 행한다는 최초의 설정 자체부터가 순전히 상상력의 산물인 셈이고, 유니아가 구마의식을 직접 행하기로 결심하는 시작부터 영화는 끊임없이 금기를 깨는 과정으로 채워지는 셈입니다. 유니아와 미카엘라의 구마의식이 특히 비밀스럽게 행해지는 것은, 그들의 의식을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가로막을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그들의 구마의식을 제도에 설득하는 것이 구마의식을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제의 자격이 주어지지도 못하고 사제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도 못한다는 제도적 열위의 그림자가 악령의 공포보다 어쩌면 더 짙고 클 것이기에, 영화는 본격적인 구마의식이 펼쳐지는 후반부 이전까지 이런 제도에 맞서 조용히 길을 떠나는 두 수녀를 주인공 삼은 여성 버디무비에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영화가 오컬트 장르에서 기대한 만큼의 쫀쫀한 긴장감을 자아내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입니다. 오컬트 장르라면 그 장르의 자장 안에서 장르적 미덕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설득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오컬트 장르의 얼굴 안에서 보여주는 여러 이미지들은, 사제들이 아닌 수녀들이 구마의식을 행하게 됨으로써 직면하는 사회의 단면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검은 옷을 입고 둘러앉은 남성 사제들 앞에 홀로 서서 자기 결심의 당위성을 외롭게 설득해야 하는 유니아의 모습, 아이의 몸에 들어가 온갖 여성혐오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약자들을 도구삼고 조롱하는 악령의 모습은 그저 호러 영화로서 무섭다는 인상을 넘어, 현실의 어떤 풍경들을 섬뜩하게 오버랩시키며 여느 오컬트물과는 사뭇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죠.
걸핏하면 담배타임을 갖고 입에 험한 말을 달고 사는 유니아 수녀의 캐릭터 묘사부터 해서 <검은 수녀들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가톨릭 기반의 오컬트 장르의 여러 전형성을 깨뜨립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년을 살리겠다는 다짐을 실행에 옮기기라도 하듯이 말이죠. 어떻게 보면 '퓨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수녀들을 둘러싼 사회적-제도적 장벽들을 목격한 상황에서 이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보는 기존의 제도와 잣대 안에서는 소년을 살리겠다는 그들의 사명을 온전히 수행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절박함의 발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금기를 깸으로써 사명에 다가가는 이들의 의연한 연대는 소년의 몸에 깃든 악을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영화 안에서 유의미한 이야기가 됩니다. 유니아 수녀 역의 송혜교 배우는 [더 글로리]에서 보여주는 장르적 색채를 이번 영화에서 한층 강화하는 한편 인간적인 온기를 가미하며 극의 중심을 잡고, 미카엘라 수녀 역의 전여빈 배우는 마음에 걸어잠근 비밀의 문을 열고 오롯이 성장해가는 인간을 진중하면서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이 이야기를 구현해 갑니다. 결코 쉽지 않은 표현과 기세를 보여주며 부마자 소년 희준 역을 대단한 에너지로 담아내는 문우진 배우의 발견 또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일 것입니다.
'사제'가 아닌 '수녀'가, '소녀'가 아닌 '소년'을 구마하는 이야기가 되면서 <검은 수녀들이 보여주는 악령의 그림자는 언뜻언뜻 현실로까지 넘어온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배와 정복을 위해 약자를 도구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악령이기에 입에 담을 수 있는 갖은 혐오와 증오의 표현들로 엄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의 흔적을 지우려는 현실이 불현듯 비쳤기 때문입니다. 악령이 불러온 거 아닌가 싶도록 짙게 드리운 그 그림자 앞에서 한낱 작은 인간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수녀들은 그러나, 실은 조용히 아랑곳없이 맞서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지킬 뿐입니다. 오컬트 장르로서의 만듦새가 더 단단했더라면 정말 좋았겠지만, <검은 수녀들은 이처럼 성별을 바꿈으로써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 오컬트 장르의 사회적 재해석이 있어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