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할 때 잘하자
2025년 4월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내 인생 처음으로 책을 출간했고, 책을 출간한 뒤 오랜만에 감사한 분들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 나는 아내와 결혼 후 가급적이면 결혼식장, 지인과의 만남, 모임 등을 갈 때면 늘 함께 갔다. 어디든 함께 가고, 함께 하는 것을 즐기는 나를 이해해 줘서 감사할 뿐이다.
아내와 나는 같은 회사 동료이기에 감사한 직장 선배를 만나러 갈 때에도 늘 동행한다. 우리 부부는 주변에서 '뭐 그렇게 붙어있대, 각자만의 시간도 가져야지'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함께한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6살 난 딸이 있어서 육아동지로도 똘똘 뭉쳐야 하는 상황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에 서로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 나는 스스로를 다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도 나의 다정한 면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더불어 다정할 때에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그와 반대로 매정할 때에는 또 한없이 매정하다고 한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챙겨야 하는 지인에게는 카지노 게임하게 대한다. 회사 직장 동료나 왕래가 없는 사람에게는 굳이 카지노 게임하게 대하지 않는다. 아니 일부러 카지노 게임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서 낯을 가리고 무뚝뚝해지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상대방에게 카지노 게임한 태도로 대하는 것도 나의 에너지가 소비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방금 잠깐 상상해 봤다. 내가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일관되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상상만 했음에도 진이 빠졌다. 사실 나는 한 번도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맞다. 그런데 아내를 포함하여 친동생,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이 모두 나에 대해 '다정하면서 매정하다.'라고 한다.
또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요즘 개인적으로 생각할 시간이 많다. 지금껏 살아왔던 대로 내 마음 가는 대로 다정할 땐 다정하고, 매정할 땐 매정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다정함과 매정함 사이에서 고민하던 찰나 '웃을 때 모습은 한없이 바보 같은데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을 때에는 어딘가 불편하고 화가 난 모습이다.'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 말도 한 20년째 들은 것 같다. 심지어 둘째 딸 어린이집 하원할 때 담임선생님한테까지 들었다. 현장에서 직접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1시간 뒤 아내에게 조심스레 전화를 하셔서 "오늘 라온이 아버님 표정이 어두워 보이셨는데 하원할 때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밖에서 10분 넘게 기다리셔서 그런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라고 하셨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어린이집 하원 시 5분이 걸릴 수도 10분이 넘을 수도 있다. 진짜 생각지도 못했다.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들은 내용이기에 이 부분은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고치려니 어렵다.
지난 주말, 철학 수업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여 강의를 듣던 중,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소크라테스에게 '결혼을 하면 좋은 것입니까?'라고 묻자, 소크라테스가 "온순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며, 사나운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그런데 괜히 나 때문에 온순했던 아내가 사나워진 것은 아닌지 철학 공부를 하며 철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되려 나 때문에 아내가 철학자가 될까 봐 순간 멈칫했다.
독서를 하고 인생을 알아갈수록 '어엿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