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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빛 Jan 15. 2025

복 과부 카지노 게임 씨

외출 1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리던 미영 씨의 전화벨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한 미영 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영아, 준비 다 했나?”

“내야 옷만 입으면 되지. 뭐 별다른 준비가 있나.”

“나도 바로 준비해서 너그 집으로 갈게. 운동화 신어라. 정류소까지 걸어가자.”

“그라자. 천천히 온나.”

미영 씨는 얼굴에 간단히 선크림을 바르고 옅은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찍어서 입술에 문질렀다. 오랜만에 시내 마실이라 뭐라도 바르고 싶은 마음에 거울 속 자신을 다시 한번 살폈다. 하얀 백발의 미영 씨는 드물게, 화장하지 않아도 귀티 나는시골 사람이다.


순자 씨는 옷장을 열어 눈으로 한 번 쓱 훑더니 하얀색 셔츠에 남색 바지를 골라 입었다. 밭일이 잦은 그녀는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도 피부가 그을리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옷맵시가 좋은 그녀지만 거울 앞에 서면 짜증이 올라와 미간을 찡그린다. 친구 미영 씨의 뽀얀 피부가 더 부러운 날이었다. 그것도 잠시, 발 편한 운동화를 신고 도어락 잠금을 확인한 순자 씨는 빠른 걸음으로 미영 씨 집으로 향했다. 골목을 돌아서자, 미영 씨는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서 순자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날이 참 곱다. 바람도 좋고.”

“나는 해가 아까워서 수건 삶아서 널었다. 아침은 먹었나?”

“별 입맛도 없고 해서 베지밀 한 개 먹었다. 니는?”

“나는 점심 많이 먹을라고 배 비워놨다. 11시 30분 버스니까 천천히 가도 되긋다.”

두 여인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시외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그 뒷모습이 낭창낭창 여유롭고 경쾌했다.


터미널에 들어서니 아는 얼굴들이 여럿 있었다. 떡집 김 씨와 농약 방 사모 순덕이가 눈에 띄었다. 순덕이는 눈치 없이 아무 이야기나 툭툭 내뱉는 성격이어서 두 사람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순덕이 그녀들을 알아보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카지노 게임 둘이 나란히 어데 갑니까? 시내 좋은 데 있는가 봐. 하하하.”

순덕의 경박스러운 웃음소리가 대기실 안에 울렸다.

“니는 서방도 있는데 어데 가노? 시내에 뭐 있나?” 카지노 게임 씨가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예전의 카지노 게임 씨라면 주눅이 들어 버벅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카지노 게임 씨는 대찬 할머니가 되었다. 아니 되기로 마음먹고 애쓰는 중이다.

“아이고, 형님은 남사스럽게 무슨 말을 그리 합니까?”

“카지노 게임 둘이 좋은 데 가는 거야 뭐 부끄러울 게 있나. 너 단도리나 잘해라.”

“그라믄 잘 댕기오이소.” 순덕이는 본전도 못 건지고 대기실 한쪽으로 자리를 피했다.

“카지노 게임야, 잘했다. 나는 저기 함부로 떠드는 게 그리 보기가 싫더라.”

카지노 게임 씨는 평소 눈엣가시였던 순덕이가 된통 당하는 꼴을 보며 속으로 신나 있었다.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라 두 여인은 순덕이 험담을 실컷 하며 남들이 들을까 소리 낮춰 깔깔거렸다. 사뭇 그 모습이 여고생들의 수다를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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