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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현 May 05. 2025

카지노 게임서 묻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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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런저런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지만, 이왕이면 남들이 다 가는 곳에 가서 다 보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빽빽이 짜인 계획표를 들고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전 기가 질리고 말았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나는 이곳에 무얼 하러 왔나. 알 수 없었다. 왜 여행을 와서도 무언가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압박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그렇게 카지노 게임들 사이에 끼여 조토의 종탑도 올라가고, 산 조반니의 세례당도 보고 돌아다니다가 대낮 오후 3시, 마트에서 1.87유로짜리 레드 와인 1리터 팩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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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냥 마시는 용도는 아니고 요리에 쓰는 용으로 파는 것 같았지만 그냥 마셨다.(예를 들면 참이슬 1리터짜리 페트병을 사 온.. 걸까?)


1/4 쯤 마셨을까, 공용 식당으로 누군가가 들어와 말을 걸었다. 호주에서 온 카지노 게임이었고, 한참 대화를 하다가 그가 제대로 된 와인을 사 오자며 마트로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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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가서 와인을 사 와 테라스에 앉으니 한두 카지노 게임씩 모이기 시작했다. 점점 다들 무언가 한 가지씩 들고 오더니 파티가 크게 벌여졌다. 나중엔 너무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웃고 떠들었다. 옛날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음날 호주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카지노 게임과 함께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줄곧 하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여행을 하다 보니 관광만 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여행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어봐도 되냐.


호주에서 온 카지노 게임이 말했다.


자신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그냥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휴가가 나오면 항상 여행을 다니는 편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휴가 때 집에 가면 항상 결혼은 언제 하냐, 애인은 있냐 같은 이야기에 너무 시달려서 집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카지노 게임이 말했다.


그는 여행을 다닐 때 꼭 그 도시의 과학 박물관에 다녀오는데, 예전에 바르셀로나에 여행 갔을 때는 과학 박물관에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직업을 소개받고 인턴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에겐 여행이란 새로운 기회라고. 그가 말했다.


그저 남들이 다 가는 곳을 가서 조각상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네가 정말 원하는 거야? 새로운 걸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봐. 카지노 게임들을 만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얼 위해 고향을 떠나왔던가.


리스트에 빽빽이 적어놓은 관광지에 들리려고?

음식점에서 주문하는 것조차 두려워서 모든 용기를 끌어내어 주문하고 기진맥진해서 숙소로 들어가려고?

카지노 게임들과 대화하기 싫어서 스몰톡할 것 같은 카지노 게임을 피하고 도망가려고?

서울에 있지 않은 무언가를 카지노 게임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나는 이전의 나를 찾기 위해 떠나온 것이다.

회사에서 부딪히고 깨지기 전, 산산조각 나기 전, 완전하던 나를 찾기 위해. 찾을 수 없다면, 돌아갈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그 모습을 다시 되찾기 위해.


나는 여행의 목표를 새로 세웠다.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하는 것으로.

편견을 최대한 내려놓기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혹은 찾지 못할지라도 최대한 내가 가진 나쁜 것들을 버려보자고, 용기 내보자고.



나는 그 이후로 내가 여행하는 나라마다 꼭 과학 박물관에 가보는 편이다.


그리고, 이 대화 이후로 나는 다시 다른 카지노 게임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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