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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공간에서 독서한다는 건, 아무도 없는 수영장을 홀로 유영하는 것만큼이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약속 장소에 가기 전 3시간 정도 시간이 비었다. 약속이 있다는 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고, 누구를 만나는 일은 외향적 성향이 익숙한 나에겐 설렘이 가득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왠지 내향인 모드가 발동되었고 신고 있던 신발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이미 켜져 버린 신호를 무시할 순 없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고 서점과 카페를 겸하는 애정하는 공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밀크티 딸기 티라미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빨간색으로 적힌 글자 [i]가 불릴 때까지 서점을 한 바퀴 돌았다. 눈길이 가는 사진집이 있어 열어 보려는 찰나 직원분이 나를, 아니 'i'를 부른다. 두 번 부르게 할 수 없단 생각에 사진집을 서둘러 덮고 주문한 메뉴를 찾아 자리로 돌아왔다. 운 좋게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가에 테이블 하나가 남아 있어 기분이 좋았다. 간단하게 인증사진을 찍고 티라미수 위에 놓인 딸기를 한입 베어 무는데 상큼함이 입안을 넘어 온몸으로 퍼져갔다. 정신을 차리고 가방에 넣어뒀던 [다 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주인공 '나'가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말들은 보통의 연애 이야기 같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주인공 '나'에 몰입카지노 게임 추천가 등장인물 '당신'에게 몰입하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가 말한 대로 사랑엔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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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 사는 친한 형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한잔카지노 게임 추천. 오랜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오랜만이었고, 한 잔이라고 하기엔 넘칠 만큼의 한 잔이었다. 부모님 댁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왼쪽 손목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단 알람이었고 친한 형이 보낸 메시지임을 확인카지노 게임 추천. 오른손엔 반찬통이 가득한 쇼핑백이 들려있었고 왼손엔 가방이 들려있어 당장 확인이 어려운데 스마트 워치는 연속해서 세 번이나 내게 재촉카지노 게임 추천. '급한 일인가?' 마침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주방엔 반찬통을, 식탁 의자엔 가방을 서둘러 놓아두고 메시지부터 확인카지노 게임 추천. '이런...' 형이 보내온 메시지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였다. 혼자 양꼬치에 참이슬 후레쉬를 마시고 있는 사진. '저번에도 저러더니...' 그랬다. 이런 사진을 저번에도 보냈던 적이 두 번이나 있었다. 마음이 좋지 않아 오늘은 답장 대신 전화를 걸어 괜찮다면 지금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말카지노 게임 추천. 그러지 말라는 말이 속삭이듯 작게 들렸다. 택시를 호출하고 9분 후, 메시지에서 봤던 장소에 도착카지노 게임 추천. 이어지는 장면은 그냥 뻔한 상황의 연속. 결혼을 하지 못해 나이만 먹는 것이 속상한 형과 그걸 들어주는 기혼자인 나. 절친 사이에만 가능한 적당한 간섭과 위로도 있었지만, 답이 없는 문제에 해결책까지 제시할 순 없었다. 2차를 가자는 말에 다음 날 출근을 핑계 삼아 거절했지만 그럼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가라는 부탁까진 뿌리칠 용기가 없었다. 마침 내부 공사를 완료한 맥도날드가 궁금카지노 게임 추천며 여기 2층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조금 전과 같은 이야기가 1시간째 재생됐다. 내 성격상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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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물난리가 났다. 생각해 보니 살면서 처음 겪어 보는 물난리였다. 아침에 누군가 현관문을 강하게, 여러 번 두드렸다.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 사람은 옆집 아주머니였다. 잠옷 차림으로 현관에 있던 슬리퍼를 신으려는 찰나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현관에 물이 가득한 거였다. 우선 현관문을 열었다. 마치 폭포 앞에 와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려왔다. 난리 통에도 아주머니는 우리 집에 물이 들이치지 않았느냐며 묻고 계셨다. 상황을 보니 우리가 거주하는 층에 소화전이 터진 거였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물이 더 거세게 집안으로 밀고 들어와 급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문부터 닫았다. 집에 있는 극세사 타월로 현관문 틈 사이를 막았고, 바닥의 물을 닦아냈다. 30분 정도 같은 일을 반복하자 집안은 적당히 수습되었고 그 후로 1시간이 조금 지나서 소화전도 수습되었다. 아주머니의 도움이 없었다면 물이 집 안까지 들이닥쳤을 거라 생각하니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며 딸기 한 팩과 함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여름이 되면 홍수 피해로 뉴스에 등장하는 이재민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고, 오늘의 사건이 이 정도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란 안도감이 교차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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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평일엔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에 영종도에 다녀왔다. 글 친구들과의 점심 약속이었는데 그중 한 분의 거주지가 이곳이라 드라이브 삼아 겸사겸사 영종도에서 모이기로 했던 거였다. 점심을 먹고 지인이 가장 추천한단 찻집으로 올라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잠시 상상을 했다. 한강이 아닌 바다를 옆에 두고 달리는 나의 모습을. 그저 상상일 뿐인데도 카지노 게임 추천했다. 조금 전이었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시간이 남아 약속 장소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면서 영종도에 산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해 봤다. 그리고 찻집으로 올라와 저 멀리 바다를 보며 달리는 상상을 하니 부산이 떠올랐다. 언젠가 한 번쯤, 단 2년 만이라도 부산에서 살고 싶단 꿈을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 영종도의 서쪽 바다를 보며 다시 다짐했다. 꼭 부산에서 살아보겠다고. 그리고 부산의 남쪽 바다와 함께 매일 달리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