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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 Mar 09. 2025

#9 카지노 쿠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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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를 사러 남대문 지하상가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압도된 나머지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웬만한 사찰에나 있을 법할 정도의 높이로 쌓여카지노 쿠폰책을보며 도대체 이것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었을까 싶었다.뭔가 보물을 찾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책을 구경해도 괜찮은지 물어보려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밖이 책 무덤 같았다면안은 책으로 만든 미로 같았다.사장님을 찾자, 어둠 속에서 백발의 주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관련 책이 있는지 문의하니 모두 밖에 있는 것 같다며 다시 책 무덤으로 나가길 권하셨다. 그리고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천천히, 괜찮으니까 천천히...보라고. 밖으로 나가 책 구경을 하려는데, 말 그대로 정말 구경밖에 할 수 없었다.탑인지 무덤인지 모를 저것들을 잘 못 건드렸다간 와장창 하고 나를 덮칠 것만같았다. 그나마 만만하게 보인 비틀즈 사진전 책을 꺼내 천천히 떠들어 본 후 온 힘을 다해 겨우 제 자리로 돌려놨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망부석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다른 책을 꺼내볼까... 하면서. 결국엔 그러지 못하고 그냥 돌아섰다. 아무래도 오늘은 책 무덤의 위엄 앞에 주눅이 들어 발길을 돌려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밖에 쌓여카지노 쿠폰 책들은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이 자리에 있을 것만같았으니까.앞으로 두고두고 찾아와 볼 장소가 생긴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책 무덤과 친해지는 것도 천천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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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포장된 비닐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투명 플라스틱 안에 들어있는 아이를 꺼냈다. R&B가수 Babyface가 1996년에 발매한 [The Day] 앨범이었다. 이 조그마한 카세트테이프를 플레이어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마침 주문했던 아메리카노와 그릭 요거트가 나왔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신선한 과일과 함께 요거트를 입으로 가져갔다. 과일의 상큼함과 아몬드의 고소한 향이 입안을 채워가자 귓가엔 감미로운Babyface의 목소리가 퍼지고 있었다.29년이 지난 지금, 그도, 나도 나이를 꽤 먹었지만 이 순간만큼 그의목소리는 여전히 젊었고, 나는 중학생 시절 독서실에서 이 앨범을 들었던 때로 돌아가 있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카페 창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자, 숨이 크게 뱉어졌다. 잊고 살았던 그 순간들을 음악이란 손에 이끌려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독서실 책상, 사물함, 휴게실에서 먹었던 컵라면, 그리고 너무나 풀기 싫었던 수학 문제까지... 짧은 시간 여행을 끝내고 브런치 이웃 [수진 작가님]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제목을 보고선 단순히 커피잔과 얽힌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클릭했던 것과 달리 그 안엔 깊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일상에서 내면을 들여다보고 타인과의 관계를 들여다보며 느낀 감정들. 수진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중학생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 시절을 지나,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나와의 대화.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건 때론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기대지 않을 수 카지노 쿠폰 단단한 마음도 필요하며나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않으면 다가가기 어려운 작업이다. 이날은Babyface와 수진 작가님 덕분에 어린 시절의 나와 인사 나눌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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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간. 그곳을 채우는 빛. 주변의 소음마저 자취를 감추는 시간. 역에서 내려 개찰구 방향으로 가려는찰나 잠시 뒤를 돌아봤다.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계단을 향해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그냥 서 있자.' 저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나와 빛만 함께 하는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아주 짧은 시간. 내려간 사람들은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칠 거였다. 두 개의 라인이 다니는 이 역은 더 빠르게 비움이 채워질 거였다. 역시나 그랬다. 벌써 계단에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저들이 다시 이 공간을 채우기 전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급한 마음으로 셔터를 누르고 싶진 않았다. 호흡을 크게 하고 단 1초만 내게 여유를 주면 됐다.그리곤 카메라를 들어 빛을 담았다. 1초가 허락한 이 순간은 이제영원히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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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를 받았다. 무려 집으로.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집들이란 것을 다니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그럴 일이 드물게 된 건 내가 나이를 먹게 돼서였을 수도 있고 집들이란 문화가 많이 사라지게 된 것도 있을 터였다. 결혼을 앞둔 친한 동생이 자신의 보금자리로 13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초대했다. 집으로 초대를 받은 건 오랜만의 일이라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어려웠다. 평소 차를 좋아하는 동생이었기에 홍차를 사 가기로 했다. 다즐링으로 주문했던 걸 멈추고 다른 것에 눈길이 갔다.'NAMSAN BLEND'라고 쓰여있는 것으로. 점원분에게 저기 쓰여있는 'NAMSAN'이란 게 혹시 여기 백화점 옆에 있는 그 '남산'이 맞는지 물어봤다. 그녀는 그 '남산'이 맞단 말이 끝나자마자 영국 본점에서도 구매하지 못하는 한국 한정판이라는 말을 더했다. 향을 맡아봤는데 개인적인 취향에 꼭 맞는 건 아니었지만 선물하기엔 '남산'이 주는 의미에 뭔가 강하게 이끌렸다. 남산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거니까.친한 동생에게 초대해 준 것의 감사함을 선물과 함께 전달했다.이날은 무려 13명이나 모이는 바람에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엔 역부족이었지만 모두 한 공간에서 한마음이 되어 동생에게 카지노 쿠폰을 응원할 수 있었기에카지노 쿠폰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이번 집들이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이 글을 통해 다시 전하고 싶다.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덕분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카지노 쿠폰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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