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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r 18. 2025

카지노 쿠폰 안에서

두려운 비행

‘용기는 불안을 감당하는 힘이다. 용기없이 새로운 빛을 볼 수는 없다.’

용기는 꽤 친숙한 용어지만 내 앞에 놓여지면 덜커덕 겁이 난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유여행은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은 비행기를 타고 타지에 가서 먹고 자고 보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첫 번째 용기는 비행기를 타는 것에서 시작된다. 싱가포르로 가는 6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다. 일본이나 중국, 홍콩에 비해서는 길지만 13,4시간을 가야하는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훨씬 짧은 거리다. 호주와 유럽을 여러 번 다녀온 내게 6시간은 만만한 거리로 생각되었다.


‘그래! 한번 가보지 뭐! 13시간도 직항으로 여러 번 다녀왔는데 6시간쯤이야, 밥 먹고 영화 2편 보면 순식간에 지나갈 거야’라며 우습게 생각했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저가 항공보다는 국적기가 나을 거 같아 비싼 항공으로 선택했다. 그래도 비행 시간은 같다. 비즈니스를 타든 이코노미를 타든 똑같은 카지노 쿠폰 안에서 6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누구는 카지노 쿠폰만 타면 즐겁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게 카지노 쿠폰를 탄다는 것은 두렵고 불안하며 겁나는 일이다. 밥 먹다가 전체 사람들이 동시에 ‘우~우’ 소리를 낼만큼 카지노 쿠폰의 고도가 바뀌는 일을 몇 번 경험했다. 그 후로 카지노 쿠폰를 탄다는 것은 설렘이 없는 두려운 일이 되었다.




작은딸의 속내는 모르지만 아마 비슷하리라. 타면서 사고안내에 대한 영상을 볼 때마다 가끔 일어나는 사고가 나만 비켜갈 리 없다는 불안한 생각을 한다. 꼼꼼히 본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과연 저런 상황이 온다면 제대로 이성을 발동시켜 행동할 수 있을까? 바다에 떨어진다고? 산소가 부족하다고?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고?생각하기도 싫다. 만약 벌어진다면 끔찍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보트 8대가 탑재 되어 있다는데 몇 백명이 보트를 타고 어디로 흘러간단 말인가? 식량은? 추위는?


온갖 불안한 생각을 하지만 기내식이 나오니 그나마 공룡만큼 커진 두려움이 잠든다. 동남아시아 상공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식사할 때도 흔들림이 있다. 안내방송에서는 요즘 기후 이변으로 인하여 터뷰런스가 잦아졌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흔들림은 극도의 공포를 자아낸다. 이렇게 무겁고 큰 카지노 쿠폰가 흔들리다는 것은 얼마나 센 바람이 분다는 걸까?


‘갑자기 뒤집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고도가 훅 떨어지면 너무 무서운데’.계속 불안해하며 달콤한 음식을 먹는 혀는 잠시 행복하다. 가끔 먹는 기내식은 새로운 맛이라 ‘역시 비싼항공 타길 잘했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식사 후 기내는 어두워진다. 밤 비행기는 수면을 위해 조명을 어둡게 낮춘다.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잘 수 있는 사람이면 좋으련만 그런 편이 아니다. 집에서도 잠을 잘 못 자는 나에게 카지노 쿠폰 안에서 잠이 쉬이 찾아올 리 없다. 영화를 보려고 화면을 뒤적인다. 까다로운 내게 이거다 싶은 프로그램이 발견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는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런데도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삶의 제일 큰 기쁨이 여행이니 비행기 탑승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인데 어떻게 극복해야하나?극복은 영원히 안 될 것 같고 잘 견디어보기로 한다.


영화 한편, 예능 한 편을 아픈 눈을 껌뻑이며 본다. 왜 앞 좌석 사람들은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히는 걸까? 앞 좌석과 나의 간격은 좁아진다. 영화가 코 앞에서 펼쳐지니 불편하다. 그러나 그 사람도 본인의 권리인지라 잘못한 것은 없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참기로 한다. 책을 읽으면 시간이 빨리 가련만 밤 카지노 쿠폰는 독서등 켜기도 미안하다. 잠을 자는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눈을 감고 있는 옆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기내식 제공 후 승무원들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우-웅 하는 카지노 쿠폰 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다. 수시로 찾아드는 윈드시어(wind shear)로 인한 터뷰런스(turbulence).한참을 눈 감고 갖가지 생각을 하다 눈을 뜨지만 비행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좌석은 불편하고 눈은 아프다. 카지노 쿠폰는 흔들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좌불안석이다. 3명이 연달아 앉은 좌석 중간에 앉아 마음대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지만 되도록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옆 사람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 한번 다녀온다. 참을 때까지 참아본다.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때는 ‘다음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이런 모든 것을 감내할 만큼 여행이 재미있고 의미가 있나?’ 생각이 갈팡질팡한다. 착륙 30분 전부터 그나마 희망이 생긴다. 괴로움이 잦아든다. 지치고 피곤에 절여져 더는 견딜 수 없다 생각될 때쯤 착륙한다는 기장의 멋진 목소리가 들린다.


카지노 쿠폰 안에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기류가 불안정해져 심한 터뷰런스를 겪게 되면 여행을 갈 마음이 생길까? 더구나 나이가 들면서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비행기를 타기가 더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나 가고 싶은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유럽등 멀고도 먼 나라들이니 이일을 어쩐단말인가? 누구처럼 한 숨 푹 자고 ‘아, 개운하다’하면서 카지노 쿠폰모드를 해제하는 편안한 스타일이면 좋겠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태어나서 고생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한 건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여행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보면 ‘역시 여행오길 잘했어, 안 왔으면 이런 걸 못 보고 죽을 뻔 했네’ 하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싫은 것 몇 가지 정도는 눈 감고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비행기탑승은 언제나 사고라는 검은 그림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가시질 않는다.


언제까지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이 설레기보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한다. 그래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있으니.


출처: 철학자의 공책, 최진석, 궁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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