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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가 있는 밤 Feb 05. 2025

왕좌의게임을 잇는 <Throne of Glass

<해리포터를 잇는 판타지 대서사

이번 글에서는 판타지 로맨스의 대가 Sarah J. Mass의 장편 소설 시리즈 <Throne of Glass를 소개한다. <유리의 왕좌 시리즈는 SJM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ACOTAR 시리즈와 더불어서 굉장히 팬덤이 두터운 시리즈이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 시리즈인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 준하는 느낌을 받은 걸작이다.


SJM의 다른 시리즈와 비교하자면 <ACOTAR 시리즈는 로맨스가 70%, 판타지가 30% 정도의 느낌으로 로맨스 서사에 집중한 느낌이라면, <Throne of Glass 시리즈는 판타지가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판타지 어드벤처에 공을 들인 작품이다. 전자가 소위 말하는 슬로우번, 즉 느리게 타오르는 로맨스, 그리고 영혼의 동반자(mating bond)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운명적 로맨스를 깊이 있게 그린다면, 후자를 한 줄로 요약하면 '방대한 서사시'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유리의 왕좌 시리즈는 캐릭터도 훨씬 더 다양하고, 세계관이 매우 방대하며 장엄한 대서사시의 느낌을 가진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하이 판타지를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꼭 읽어야 할 명작으로 꼽힌다.


카지노 게임

해당 시리즈는 총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Throne of Glass, <Crown of Midnight, <Heir of Fire, <Queen of Shadows, <Empire of Storms, <Tower of Dawn, 그리고 <Kingdom of Ash 순이다. 특히 7편의 감정적 깊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유리의 왕좌 시리즈는 다 읽은 후 '독서 숙취(hangover)'가 심하기로 유명한 작품이다.


작품별 소개

*시리즈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과 2권

카지노 게임Celaena Fanart (Pinterest)

먼저 1권과 2권은 Celaena Sardothien이라는 유명한 암살자가 FMC(여성 주인공)로 등장한다. 공간적 배경은 Erilea 대륙의 Adarlan이라는 왕국이다. 해당 왕국은 왕과 더불어 페링턴 공작(Duke Perrington)이라는 악의 인물들이 다스리고 있는데, 이 아달란 왕국은 에릴리아 대륙의 다른 지역들을 정복하며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절대왕정이다. 10년 전 왕의 비밀스러운 조치로 에릴리아 대륙에서는 모든 마법이 사라진 상태이며, 셀레나라는 주인공이 왕의 챔피언을 뽑는 서바이벌 대회에 참가해 왕국에 들어와 거대한 음모를 밝히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이 시리즈도 SJM 작가의 작법상 끊임없이 새로운 반전이 계속 등장한다. 암살자로서 노예처럼 아달란에 살던 셀레나가 수많은 서바이벌을 거치며 왕의 챔피언으로 선발되는데, 사실 이 스토리는 연막에 가깝다. 스토리의 핵심은 바로 아달란 왕국에 깊이 뿌리내린 어두운 마법이다. <유리의 왕좌의 전체 시리즈는 Wyrdgate와 Wyrdkey라고 하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마치 포털처럼 서로 다른 세계 간의 문을 열 수 있는 통로이고, 이 통로를 통해 Valg라고 하는 괴물들이 들어와 에릴리아 대륙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에 맞서서 셀레나와 시리즈 전반에 걸쳐 협력하는 조력자들이 세상을 지키는 내용이 바로 전체 시리즈의 핵심 줄거리이다. 어찌 보면 익숙할 수 있는 소재를 새롭게 구성해 펼쳐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카지노 게임Celaena, Dorian, Chaol fanart(Pinterest)

이처럼 1권과 2권은 아달란 왕국의 셀레나와 Dorian 왕자, 그리고 Chaol이라는 왕의 근위대장 등이 핵심 서사를 구성한다. 해당 두 권은 실제로 작가가 16살 무렵쯤 썼기 때문에 이후 편들에 비해서는 세계관이 작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후 편들에서 핵심적인 서사의 기반이 쓰여져 있기 때문에 꼭 읽어야 한다. 한편 2편 후반부에서는 주인공 셀레나가 사실은 아달란에 의해 10년 전 정복된 잃어버린 왕국 'Terrasen'의 숨겨진 공주인 'Aelin Galathynius'라는 반전이 드러나면서 3편부터 스토리가 급격하게 반전된다. 그래서 3편부터 시리즈의 핵심은 10년 만에 테라센 왕국을 되찾으려는 공주의 고군분투로 서사의 무게중심이 변화한다.




3권과 4권


3편은 '불의 상속자'라는 책의 제목답게 이제 카지노 게임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은 셀레나가 망국의 공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해나가는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부터 SJM이 <ACOTAR의 주인공들로 묘사했던 불멸의 요정들(Fae)이 다시 등장한다. 아달란에서는 마법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카지노 게임은 Wendlyn과 Doranelle이라는 요정들이 살고 있는 섬으로 가서 마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불의 마법을 갖고 있으며, 3편에서는 카지노 게임이 demi-Fae(반은 인간, 반은 요정)이자 불과 망국의 상속자라는 자아를 위해 웬들린에서 끊임없이 훈련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매우 많은 어드벤처가 전개된다.


Rowan and Aelin fanart (Pinterest)

특히 3편에서는 Rowan Whitethorn이라는 MMC(남성 주인공)가 등장한다. 그는 도라넬의 왕자로서 도라넬을 다스리는 여왕 Maeve에게 blood oath, 즉 혈맹으로 충성을 약속한 장군이기도 하다. 3편에서 에일린과 로완의 로맨스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그 기반이 나오기 때문에 전체 시리즈의 로맨스 서사상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처음에 이들은 <ACOTAR의 Rhysand와 Feyre처럼 혐오관계에서 시작한다. 그러다가 에일린과 로완은 점차 서로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끌리게 되고, 서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사랑을 발전시킨다.



필자에게는 이들의 관계의 출발점이 이후 편들에서의 로맨스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냉정하면서 무자비한 장군처럼 보였던 로완이 처음에는 에일린의 마법을 끌어내기 위해 그녀를 강하게 훈련시키는 장면들이 일품이다. 특히 로완이 에일린을 얼어붙은 호수에 보내서 불의 마법으로 인질을 구하도록 훈련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고대의 칼인 Goldryn과 Athril이라는 고대 마법사의 반지는 이후 7편에서 Valg의 우두머리를 없애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도 시리즈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반전과 체계적 설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SJM의 필력을 알 수 있다.


Rowan and his Fae cadre (Throne of Glass Wiki Fandom)

로완뿐 아니라 3편과 4편에서는 이후 편들에서 에일린의 중요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먼저 어릴 적 테라센의 왕자이자 에일린의 사촌인 Aedion Ashryver 장군, 테라센이 무너진 이후 에일린이 암살자로 변모한 시절부터 그녀와 함께 성장한 형태 변환자(shape-shifter) Lysandra, 1~2편에서 나온 Dorian 왕자와 근위대장 Chaol, 그리고 아달란의 폭정에 맞서는 반란군 Nesryn 등이 그 예시이다. 이와 더불어 3편에서는 로완의 cadre, 즉 로완처럼 메이브 여왕에게 혈맹을 맺은 동료들인 Fenrys, Gavriel, Lorcan 등도 등장하는데, 이들이 처음에는 에일린과 적대적 관계인 것처럼 보였으나 시리즈가 전개되면서 점차 그녀의 가장 충성스러운 Fae 전사들로 거듭나기도 한다.


다만 로맨스를 제외하고 시리즈에서 더 중요도가 높은 편은 4편이다. 3편이 웬들린에서 에일린의 훈련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면, 4편에서는 에일린이 다시 아달란의 수도로 돌아와 왕국을 무너뜨리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4편 후반부에서 아달란의 왕과 페링턴 공작을 둘러싼 큰 반전은 Valg라는 시리즈 전체의 거악과 연결되면서 시리즈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격상시킨다.


5권

Dorian and Manon fanart (Etsy)

이처럼 4편에서 카지노 게임과 도리안 왕자, 그들의 조력자들은 아달란 왕을 없앴으며 거악인 Valg 집단의 리더이자 발그의 왕인 Erawan의 새로운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5편에서 주인공들은 고대의 악에 맞서기 위해서 새로운 조력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중 Manon Blackbeak이라는 캐릭터는 FMC인 카지노 게임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원래 그녀는 저주받은 서쪽 황무지의 마녀로서 발그의 에라완 왕의 부하인 듯 했으나, 마논은 주어진 명령에 불복종하고 카지노 게임 편에 선다.


SJM의 여성 캐릭터들은 운명에 맞서는 서사를 핵심으로 하는 특징이 있는데, 망국을 일으키려 애쓰는 카지노 게임뿐 아니라 마녀들 사이에 이어진 저주를 끊고 오랫동안 서로 적대시했던 두 마녀 부족을 통합하려는 마논이야말로 운명은 본인이 만들어 나간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마논뿐 아니라 5편에서는 앞서 말한 로완의 Fae 친구들인 로칸, 펜리스, 가브리엘이 본격적으로 카지노 게임 편에 서며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사실은 1,000년 전부터 이어져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시리즈의 후반부인 5권에서 드러난다. 돌이켜보면 1편에서 에일린이 셀레나로서 왕국의 비밀을 파헤쳤을 때부터 아달란의 첫 왕과 왕비이자 1,000년 전 인물들인 Elena와 Gavin의 영혼이 등장했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의 전말은 5편에서 밝혀진다. 이것은 시리즈의 가장 큰 반전이자 주인공의 운명을 결정짓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Elena and Aelin fanart (Google)

간단히 언급하자면 1,000년 전 엘레나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에일린은 목숨을 걸어 세계 사이의 문인 Wyrdgate를 닫을 자물쇠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테라센이 망한 이후부터 암살자로 성장하고 아달란에 오기까지 그녀의 모든 운명이 1,000년 전 인물들과 신들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내용이다. 마치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에서 사실은 해리가 7번째 호크룩스로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진실이 밝혀졌듯이, 5권인 <폭풍의 제국에서 비로소 에일린의 주어진 운명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에게 큰 반전을 선사한다. 그리고 5권 후반부에서 메이브 여왕 또한 Wyrdkey를 노리는 악인이었음이 드러나며 여왕이 에일린을 납치하는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후 시리즈를 기다리게 만든다.




6권과 7권

카지노 게임을 구출하는 로완(Etsy)

그러나 SJM은 운명에 순응하는 주인공을 묘사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과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7권 초반부에서 그녀의 연인인 로완과 친구들은 납치된 카지노 게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Valg에 맞설 최후의 전투를 위해 각자 다른 장소로 가서 조력자를 모은다. 대표적으로 도리안 왕자와 마논이 새로운 로맨스를 발전시키면서 서쪽에서 마녀 부족을 통합시키고, 카지노 게임이 납치된 이후 테라센을 일시적으로 책임지게 된 사촌 에이디온이 테라센으로 먼저 건너가 끊임없이 진격해오는 발그 군대에 맞선다.


그래서 7권의 초중반부는 옴니버스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인물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 중후반부에서 카지노 게임이 구출된 이후 나머지 인물들이 힘을 합쳐 모두 테라센으로 진격하면서, 10년 만에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으려는 그들의 이야기가 테라센 수도에서의 최후의 전투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이 7편 이전의 6권은 4권 후반부에서 아달란 왕과 맞서 싸우며 부상을 입은 인물 Chaol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힐러들이 모인 남부 대륙에 가서 아군을 모으는 것과 더불어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속독해서 7편으로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6권에서 메이브가 사실은 Fae 여왕이 아니라 Erawan만큼 오래된 Valg 여왕이라는 큰 반전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 부분은 7권의 핵심 스토리로 이어진다.


테라센 최후의 전투에 참가하는 카지노 게임(ArtStation)

돈도, 조력자도 없던 에일린이 과거 암살자로서 살던 시절, 아달란의 왕의 챔피언으로 살던 시절, 웬들린에서 로완을 만났던 시절, 그리고 4편 이후 테라센의 여왕이라는 자리를 되찾기 위해 발그에 맞서는 시절 등 모든 시기 동안 수많은 아군들을 모아 테라센으로 진격하는 장면은 가히 전체 시리즈의 명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10년 전의 망국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지만 그녀가 암살자로서 만났던 서쪽 붉은 사막의 암살자들과 리산드라, 아달란에서 만난 도리안과 차올 및 그들의 아군들, 어릴 적 사촌으로서 10년 만에 재회한 에이디온과 그가 이끄는 테라센의 살아남은 귀족들, 로완과 Fae 동료들, 로완이 설득한 Whitethorn 가문의 Fae 군사들, 그리고 에일린의 든든한 조력자인 마녀 마논까지, 에일린은 불가능한 운명에 끊임없이 맞서며 테라센을 되찾기 위한 최후의 배틀을 벌인다.


이와 더불어 7편에서 에일린은 목숨 바쳐 Wyrdgate를 잠궈야 한다는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며 다시 테라센의 수도로 돌아와 최후의 전투에 직접 참여한다. 이 부분이 다소 개연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은 만큼 시리즈 전반부에서 암시했던 바와 달리 lock과 Wyrdgate의 중요성이 상당히 낮아지기는 했다. 그래서 7편에서는 에일린과 아군들이 테라센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최종적 전투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전투에서는 명장면들이 많으며 일부 인물들도 희생하면서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감동적인 결말

Terrasen (Pinterest)

최종적으로 시리즈의 절정은 단연 에일린이 전투에 승리해 발그를 없애고 테라센을 되찾은 후 여왕으로 임명되는 대관식 장면이다. 이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운명을 잊고 암살자로서 아달란의 폭정에 무너진 망국의 공주가 목숨을 걸고 비로소 자신의 왕국을 되찾은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 실제로 <유리의 왕좌 시리즈의 팬들이 이 시리즈를 잊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로완과 에일린뿐 아니라 다른 모든 주인공들도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이하며 시리즈는 완벽한 결말을 맺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10년 전 테라센을 장식했던 평화를 상징하는 꽃 kingsflame이 새롭게 왕위에 오른 에일린의 정원에 만개한 장면은 마치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에필로그에서 떠나가는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바라보던 때처럼 먹먹한 감동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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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리의 왕좌는 가히 판타지 로맨스의 진수이자 걸작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스토리라인과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가 매력적으로 펼쳐지며 끝없는 반전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모험 서사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왕국을 되찾는 이야기와 전우애가 스토리의 주를 이루기 때문에 nobility와 loyalty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더불어 <ACOTAR만큼은 아니더라도 로완과 에일린의 사랑은 더 현실적이고, 이외에도 도리안과 마논, 로칸과 엘라이드(에일린의 사촌)의 로맨스도 충분히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판타지 로맨스 팬들에게 이번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한다. 정주행할 콘텐츠를 찾고 있다면 오랜만에 판타지 로맨스 대서사시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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