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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라 Aug 27. 2024

여름은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냉국

엄마가 된 후 알게 된 게 한 가지 있다.


가족을 위해 요리한다고 하지만 장 볼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손 간다는 거.


이거는 진짜다.


엄마도 똑같았을 거다, 분명.


여름이 오면 우리 집 식탁 위에는 수시로 카지노 게임 반찬이 올랐다.


오이무침과 오이소박이, 그저 토막 썬 오이와 쌈장, 기름에 살짝 볶아낸 것, 그리고 얼음 동동 띄운 카지노 게임냉국 등.


그러나 나에게 카지노 게임, 하면 역시 음식보다는 팩이 먼저 떠오르기는 한다.


엄마는 주말의 느긋한 시간 때나 일찍 퇴근한 저녁, 늘 얇게 썬 카지노 게임를 이마와 뺨 등에 올린 후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다소 어정쩡한 자세로 티브이를 시청하고는 했다.


앉으면 카지노 게임가 떨어지고, 누우면 드라마를 볼 수 없는, 아무튼 그러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슬픈 장면이 나와도, 웃긴 장면이 나와도 아무 미동도 없었다.


카지노 게임야 다시 붙이면 그만인 건데, 카지노 게임가 떨어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 무표정을 고수하는 엄마가 재밌어 늘 옆에서 지켜보고는 했다.


언젠가 엄마 옆에 앉아 그릇에 남은 카지노 게임를 집어 먹으며 아깝게 얼굴에 왜 붙이냐, 그런 적 있다.


그러자 엄마는 입가에 주름이 지지 않도록 최대한 입을 오므린 채 너는 철면피라서 내 마음 몰라, 라고 답했던 게 생각난다.


철면피, 그럴 때 쓰는 말 아니야, 엄마.


나는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내 피부가 철면피 같기는 했다.


사춘기 때도 여드름 하나 없었고, 그 흔한 뾰루지나 기미도 잘 안 올라왔으니.


반면에 엄마는 피부가 좋지 않았다.


어릴 때 난 여드름 흉이 남아 있었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 파운데이션을 늘 두껍게 바르니 모공도 좀 늘어나 있었다.


엄마는 멋을 부리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는데 화장대 앞 자주 앉아 있던 거 보면 분명 콤플렉스였던 것 같다.


그러던 엄마가 갑자기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게 되었다.


아니, 파운데이션뿐 아니라 화장 자체를 관두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는 동생이 수녀원에 들어간 후부터였다.


우리 가족은 물론 동생 또한, 한 번도 종교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동생이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성인이 된 이후로,그때까지만 해도 이 녀석이 갑자기 수녀가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다.


그러나 동생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떠났다.


나는 괴팍하게 슬프다가도 이상하리만치 안도가 되기도 하는, 다소 어리둥절한 감정 속에서 동생을 보냈다면은 엄마는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성당에 다녔다.


그 무렵, 친정에 간 적이 있는데 안방 화장대 위 화장품이 싹 다 치워져 있었다.


대신에 성모상과 그 옆에 새하얀 이불을 덮은 아기 예수상, 묵주며 성경, 주보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는 화장을 안 한 엄마 얼굴이 더 익숙해졌다.


도리어 피부가 좋아진 것도 같다.


주름이 더 깊어 보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또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더 이상 피부에 신경 쓰지 않으니 카지노 게임 팩 따위 하지 않겠지, 라는 생각이 들자 어쩐지 슬펐다.


카지노 게임팩 하는 엄마가 항상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특히 카지노 게임팩을 마친 후 거울을 들여다보던 그 표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늘 살아내느라 힘겨워 보이던 서른 중반의 엄마 마음속, 카지노 게임 풋내처럼 싱싱한 무언가를 슬쩍 엿본 거 같았던 바로 그 순간을.


사실 엄마가 화장만 관둔 게 아녔다.


티 쪼가리 한 장을 안 샀다.


소매가 다 너덜너덜거리는데도 입고 다니고, 다 해진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한 번을 작정을 하고 엄마를 백화점으로 불러냈다.


옷 한 벌 사려 하는데 누가 아이들 봐주지 않으면 입어보지도 못한다고 투덜거리자 엄마는 기꺼이 도와주겠다 나왔다.


그래놓고서 막상 만나자마자 중년 여성 브랜드 매장으로 직행하니까엄마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줄행랑.


내 손을 뿌리친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먼저 내려가버렸다.


나는 허겁지겁 뒤쫓아가옷 한 벌 사는 걸로 뭘 그렇게 정색하느냐?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 예수님은 옷 한 벌로 살다 가셨어.


나는 기가 막혀서 하이고, 예수가 옷이 두세 벌 더 있었는지 엄마가 어떻게 아느냐, 쏘아붙이듯 말했다.


엄마는 아무 대꾸가 없었다.


나는 엄마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 아니, 그래서 성당 열심히 다니며 무슨 기도를 하는데?


그러자 엄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 동생이 다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할 말이 턱 막혔다.


엄마, 동생 안 돌아와.


그거는 내가 알아.


나는 생각하면서 속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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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지노 게임냉국 레시피
① 카지노 게임를 채 썬다.
② 반찬통에 물 600ml, 소금 1T, 설탕 3T, 식초 6T, 다진 마늘 1t 넣어 섞는다.
③ ②에다 채 썬 카지노 게임와 양파, 홍고추 등을 더 해 넣는다.

● tip
냉장 숙성 후 먹어야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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