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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Dec 24. 2024

호상(好喪)

소셜말고 소설


이 글은 전혀 '소셜'하지 못한 내가 '그냥 문득 필받아' 소소하게 쓴 '소설'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요, 이걸 쓴다고 백원짜리 하나 생기는 것도 아닌데, 대체 이 짓을 왜하고 있나 싶으면서도, 그냥...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어이없어 피식거리며 썼다. 지난 11월, 첫눈치고는 과하게 폭설이 오던 날, 당장이라도 떠나실 듯 우리 가족을 긴장 대기 모드를 타게 하셨던 할머니는 감사하게도 다시 기력을 회복하시고 건강해지셨다. 벌써 몇번째 반복되는 그 소동을 겪으며 문득.. 이런 일도 어딘가는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물론,이건 백프로 허구이다.





전화가 울린다.

전화가 올 걸 알고 있었던 듯, 갑작스럽지도, 뜬금없지도 않은 전화벨 소리.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기 전 잠시 벨소리를 가늠해 보았다. 혹시 전화벨 소리에 조금이라도 비보(悲報)의 낌새가 섞여 있는지. 경망스러우리만치 경쾌한 벨소리에 그런 게 있을리 없건만도, 피아노 조율사 자격증 시험이라도 보듯 신중한 감별사처럼 눈을 감고 소리의 색을 구분해내려 애를 써보는 것이다. 이윽고 확인한 전화 발신인은 셋째 누이였다.

“그래. 아직 소식 없어.”

수화기 너머 누이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나는 전화를 탁자 위에 언짢게 탁 내려놓았다.

“제길 뭘 기다리는 거야”

혼잣말처럼 내뱉는 소리에 아까부터 내 눈치를 보던 아내가 물었다.

“용인 소식 묻는 전화죠?

나는 애꿎은 아내에게 괜히 화풀이라도 하듯 탁자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전화기를 쇼파에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소식은 무슨 소식.. 젠장 다들 뭘 기다린다는 거야 대체.“

나는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어 병채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녁 일찍 먹을래요? 출출하다면서요.“

아내가 뭐라도 챙길 태세로 소파에서 일어서려 할 때, 다시 전화가 울렸다.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진 전화의 발신인을 확인한 아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를 보며 입모양으로 ‘용인집이예요.’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응, 응.. 아이구..그렇겠다. 이런.. 고생이겠네 진짜. 알았어..내 찾아볼게.“

하더니 전화기를 든 채 안방으로 들어가 장롱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 쓰던 게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더라...안 버리고 잘 뒀던 거 같은데..“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뼈만 남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하체였다. 누운 채로 변을 흘려 방금 씻긴 듯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아래 속옷을 입지 않은 채였다. 엉덩이에 물기를 닦아내느라 접어 세운 두 다리 사이로 깊은 동굴 같은 항문이 열린 채 벌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정강이 뼈는 갈급한 허기를 채우느라 남은 살점 하나 없이 다 뜯어먹고 뱉어낸 작은 닭 다리뼈 두 개를 포개어 세워놓은 듯했다. 근육이 모두 빠져나간 골반 주위의 살은 오래전에 무두질한 늙은 젖소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오랜 세월 여러 식구들의 무게를 견뎌내느라 주글주글해진 낡은 쇼파처럼흐물거리는 주름을 드리우며 늘어져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하체는 이미 산 사람의 그것이라고 볼 수 없어 외설은커녕 민망하다는 느낌조차 없이 그저 비현실적일 뿐이었다.

70년 평생이 방금 닫고 나온 문 같은 요즘이었다. 그렇다면 저 작고 검은 구멍이 내가 열고 나온 최초의 문이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그 장면이 실제가 아니라 마치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화면인 듯 멍하니 보고 서 있었다.


똥 싼 기저귀와 둘둘 말아놓은 깔개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노인네 감기라도 들세라 분주하게 옷을 갈아입히느라 내가 들어오는 기척을 몰랐던 용인 누이는 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보고 기겁을 하며 서둘러 이불로 아랫도리를 덮어드렸다.

”에그머니나 오빠, 망칙한 꼴을 봤수. 기척이라도 하지 왜 그러고 섰어요?“

나는 시선을 돌리고 누이에게 고생이 많다. 노인네가 변을 많이 봐서 힘들겠다 인사 치레를 했다.

”그래두, 어제 오늘은 영 못드셔서 그런지. 양이 전만 못하네요. 한동안은 아주 돌아서면 싸붙이셔서 속옷이고 이불이고 남아나지가....“

누이는 말을 이어가다 참담한 내 얼굴을 흘깃 보고, 화제를 돌렸다.

”지난번에 오빠 손주들 배냇 포대기며, 요며, 싹 다 걷어다 주어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우. 늙으면 도로 애기가 된다드니 그 말이 딱 맞지 뭐예요? 증손주들 고물고물할 때 쓰던 포대기를 왕할머니가 물려받아 똥이불로 쓸 줄 누가 알았겠수. 후후..“


누이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둘둘 만 기저귀와 이불을 대야에 담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곧추 세워졌던 다리를 내리고 침대에 반듯이 눕혀진 무료 카지노 게임는 크지 않은 싱글 침대가 퀸 사이즈로 보일 만큼 작고 부피감이 없었다. 씻기면서 물이 튀었는지 옆구리 쪽 이불이 축축했다. 축축한 쪽을 손으로 눌러보며 젖은 정도를 가늠해보느라 인기척이 느껴졌는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생기가 빠져나간 공허한 두 개의 검은 점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구십이 넘어서까지도 지하철 노선도와 환승 위치까지 외우며 서울에 사는 친척집을 혼자 찾아다닐 정도로 시들지 않던 총기가 사라진 눈동자 속에는 허기를 채우고자 하는 동물적인 본능만이 가득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연신 입을 오물거리며 나에게 무언가를 말했다.가랑가랑 가래끓는 소리가 섞인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목소리는 마치 먼 동굴 속에서부터 울리는 듯 했다.


누이는 어느 틈에 들어와 깨끗이 빤 요와 옷, 새 기저귀 등을 서랍장에 가지런히 넣은 후 새 이불을 꺼내고, 무료 카지노 게임를 공깃돌 돌리듯 가볍게 돌린 채 한쪽 무릎으로 받치고 손으로 얼른 축축한 요와 바꿔치기 했다. 그리고 나서 모로 돌렸던 허깨비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몸을 다시 천장을 향하게 바로 눕힌 후, 한 겹이었던 윗도리 위에 수면 조끼를 덧입히고, 속옷 대신 입힌 노인용 기저귀를 살짝 풀러 통풍이 되게 하고, 그 위로 이불을 덮은 후에 수십 년 된 싸리 빗자루처럼 윤기라곤 없는 회색 머리카락을 브러쉬로 쓱쓱 빗겨주었다. 누이는 이 모든 동작들을 마치 몸에 베인 듯 지나치게 우악스럽지도, 너무 히마리없이 보드랍지도 않게 했고, 무료 카지노 게임도 누이의 손에서 이리저리 돌려지는 모습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편안해보여 두 사람은 마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한 팀인듯도 보였다.

”그래도.. 오빠 있죠, 이모가 우리 엄마보다 훨씬 체구도 작고 가벼워 그런지 힘이 덜 드는 것 같아. 아니다. 우리 엄마니까 더 무겁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네. 그치? 이모?“

거친 손바닥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 로션을 쓱쓱 바르며 누이가 쓸쓸하게 웃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얼굴에서 누이는 제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찾는 듯 보였다.

”자... 다 됐어요. 아유, 우리 할마시 이뻐졌네. 증손주가 오랜만에 보고 놀라 도망가면 어쩌나 했는데 이젠 괜찮겠네.“


나는 같이 데리고 온 12살 손자 녀석을 방으로 들어오게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아직 운신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던 때를 기억하는 큰 손자는 뼈만 남아 미이라처럼 보이는 노쇠한 증조할머니를 보고 조금 겁을 먹은 듯 했다. 태어난 살아온 평생이 열두 해를 지났을 뿐인 아이에게 100년 가까이 산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책에서나 보던 미이라의 사진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느낌이었을 게다. 가까이 살며 왕래가 잦아 나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녀석이었건만, 녀석이 알고 있는 제일 나이 많은 사람보다도 더 나이 많은 생명체 앞에서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주춤거렸다.

”왕할머니다. 기억하지? 인사드려라.“

나의 말에 손자는 엉거주춤 침대 옆에 앉아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손자의 목소리에 빈 동굴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시선이 향했다. 무섬증을 참고 아이도 그 시선을 마주했다. 초점없는 시선이 아이의 얼굴을 잠시 살피더니 먼 곳에서 들리듯 웅얼거리는 소리로 무료 카지노 게임가 뭔가를 웅얼거렸다.

”..준아...“

발음이 불분명하고 소리가 작긴 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부르는 이름은 미국에 살고 있는 막내 아우의 큰 아들 이름이었다. 주재원 임기가 끝나고도 해외에 남아 미국 시민권자가 되버린 아우의 큰 아들은 이미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그 아이를 실제로 본 건 25년 전인가, 아우의 가족이 한국에 잠시 다니러 갔을 때 한번, 한나절도 안되는 시간이 전부였다. 그러고 보니 그때 그 아이의 나이가 지금 손자의 나이인 12살 무렵이었던 듯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가시같은 손으로 손자의 손을 잡고는 입을 오물거리며 연신 뭐라고 말을 하려 애를 썼다. 손을 잡힌 채 울상을 하고 있는 녀석을 대신해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입술 옆에 귀를 가져갔다.

”돈 줄게 고기 사 먹어요.“

”무료 카지노 게임, 나 고기 많이 먹었어요.“

”당신이 뭐 잡숫고 싶으면 저러신다니까. 돈 줄테니까 뭐뭐 사먹어라. 가만 들어보면 당신 자시고 싶은 거 사 먹으라고 하는거야. 사다가 니들도 먹고 나도 좀 달라 이거지. 하긴, 정신 멀쩡할 때도 염치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더니.. 하여튼 귀여워 노인네..“

노인네 의중도 모르고 잘 들리지도 않는 귀에다 대고 고기 많이 먹었다고 악을 쓰는 내가 보기 딱했던지, 우스웠던지 용인 누이가 설명해주었다.

어느새 손자 녀석은 멀찍이 도망가버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빈허공에 대고 연신 입을 오물거리며 천천히 눈을 반쯤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온 몸을 가늘게 떨며 이따금 막대기같은 손목을 휘젓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살아있는 미이라처럼 기괴하면서도 처연했다.

3년 전, 8남매 중 가장 가까이 지내던 구리 이모가 폐렴이 걸려 몇 주간 두문 분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게 엊그제였는데, 얼마 후 그 길로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왔다. 아무리 한해 두해 다른게 노인네 명줄이라고 하지만,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수십 포기 김장을 담아 이집 저집 나누느라 분주했던 모습을 기억하기에, 가운데가 뭉텅 생략된 듯한 맥락없는 임종 소식이 당황스러웠다. 전쟁통에 행방불명되거나, 병으로, 사고로, 노환으로 차례차례 먼저 떠나고 남은 형제들 중, 무료 카지노 게임와 모습도 가장 닮은 구리 이모는 무료 카지노 게임보다도 열 살이나 손아래 동생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로 안부를 묻고 왕래하던 구리 이모의 소식이 뜸해지자 아무래도 가봐야겠다고 나서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끌어 앉혀 심한 감기가 걸려서 입원했으니 괜히 병원 가서 당신까지 옮지 말고 나을 때까지 계시라며 둘러대기를 여러번. 발인에 장례까지 마친 이모의 소식을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 무료 카지노 게임께 알렸다. 그동안 둘러댔다는 것을 눈치 빤한 노인네가 몰랐을 것 같지 않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놀라지도 않고 그저, 그랬냐. 하고는 보던 드라마 채널로 무심히 시선을 돌렸다.

그날부터인 듯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더 이상 부엌 출입을 하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요리를 하는 빈도수가 떨어지고, 계량컵 없이도 정확하던 간이 짜지고, 가스불 끄는 걸 가끔 깜박거리긴 했어도 끼니때가 되면 하다못해 나물 반찬 한가지라도 하려 애를 쓰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개점 폐업한 식당의 주인장처럼 주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더욱 난감한 것은 식사 때가 되어 밥상을 차린 아내가 식사하러 오시라고 몇 번을 말해도 ‘난 생각 없다’ 며 자리에 앉지 않는 것이었다. 밥 생각이 없다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른 식구들이 식사를 다하고 설거지까지 다 마친 후 느릿느릿 식탁으로 나와 아내가 무료 카지노 게임 몫으로 차려놓은 반찬이며 밥이며 국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컵라면을 끓여 먹거나 말라붙은 밥에 물만 부어 먹고는 다시 느리게 방으로 돌아갔다. 어떤 때는 새벽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저녁에 먹던 갈비며, 생선 반찬을 밥도 없이 먹고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마주치기도 했다. 무대 위에 조명이 떨어지듯 식탁 등만을 켜고 앉아 한밤중에 생선 가시를 들고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음식 솜씨가 좋았다. 자그마한 체구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키만큼이나 손도 참 작은데, 그 작은 손이 재바르게 움직이면 신기하리만치 뚝딱! 이런저런 요리가 완성되었다. 거의 매 끼니마다 국이 있어도 찌개가 올라왔고, 생선이 있어도 고기가 곁들여졌다. 명절도 아닌데 녹두를 갈아 잘게 다진 돼지 고기와 섞어 녹두전을 부쳤고, 메주콩을 삶아 간 두유는 식구들의 아침 식사로, 갈고 난 찌꺼기로 하루는 간장 양념만 살짝 얹은 뽀얗게 하얀 비지찌개를, 또 다른 날은 뼈째 붙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넣은 매콤한 빨간 비지찌개를 끓여 상에 올렸다. 들큰한 양념 범벅의 식당 제육볶음은, 달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매콤하고 풍미 넘치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제육 볶음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음식 솜씨를 인정하면서도 입 밖으로 하는 칭찬에는 인색하던 아내조차도 무료 카지노 게임의 제육 볶음 레시피는 배우고 싶어 할 정도였다. 오래 치댄 반죽을 직접 썰어 진하게 우린 멸치 국물에 또아리 지어놓은 칼국수, 새우젓국으로 양념을 한 애호박 새우젓 찌개. 늙은 호박에 동부콩을 듬뿍 넣은 호박죽, 생일과 무관한 갈비찜과 잡채, 손주들 학창 시절에 등교길 아침식사로 부치던 빈대떡같기도 호떡같기도 한 무료 카지노 게임표 팬케이크까지... 레시피도 계량컵도 필요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메뉴는 끝이 없었다.

아파트 화단을 다 뒤지고 다니며, 김치통 사이즈에 딱 맞는 맞춤한 돌을 그 왜소한 노인네가 기어이 끌고 와, 하루 반나절을 소독하고 말린 누름돌은 여름이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오이지 통 속에서 수십년 넘게 온 힘을 다해 '무게 넘치게' 제 할 일을 다했다.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여름 내내 일렬 종대로 자리를 지키던 오이 소박이들이며 열무김치들이 자리를 내준 김치 통속엔 나박나박.. 흰눈이 내리듯 하얗고 납작한 작고 네모난 배추, 무, 배 조각들이 아름다울 만치 일정한 크기로 소복하게 쌓여 나박김치로 익어가며, 이듬해 봄까지 푸성귀가 귀한 겨울 한철 식탁을 맛깔나게 해주었다. 젓갈과 고춧가루를 많이 넣지 않아 담백하고 시원한 무료 카지노 게임의 서울식 김장 김치를 먹어본 사람들은 이제 다른 김치는 못 먹겠다며, 10년만 젊었으면 김치 장사로 대박이 났을거라고 아쉬워했고, 김치 속을 주워먹으며 뒷정리를 돕던 내 딸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할머니는 김치 담그기만 하라고, 나머지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진지한 척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천성이 부지런한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잠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만들었다. 주로 먹을거리들이었다. 좋아하는 연속극을 보면서 잘게 자른 무 조각을 실에 꿰어 무말랭이걸이를 만들거나, 추석이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도 생율밤을 들고 앉아 갓난아기 머리통 모양으로 동글동글하게 깎아놓거나 하다못해 멸치 똥이라도 빼 다듬어 두는 등 강박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허투루 쓰는 시간을 못견뎌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메인 쉐프 역할을 하긴 했지만, 아내도 음식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워낙 쉽게 쉽게 음식을 하시니 주방 보조 정도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도, 깔끔한 아내 성미에 그걸 당연히 여겼을 리 없다. 대학에 강의를 나가던 아내는 나름의 시간을 쪼개어 요리를 하고 나와 아이들을 위한 밥상을 준비했다. 강의 준비에 두 아이 건사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수업이 없는 날에는 아내 표현으로 ‘입천장이 까질 만큼 빠삭한’ 설탕 옷을 입힌 고구마 맛탕을, 굵은 쌀떡에 잘게 썬 소고기와 대파를 듬뿍 넣은 떡볶이를, 휴일에 맘먹은 날 특식으론 요리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의 큐브 모양 안심 스테이크 볶음을, 마흔 중반이 훌쩍 넘은 딸아이가 지금까지도 감기 특효약이라며 찾는 시원한 오징어 국 등등...두 여인이 경쟁이라도 하듯 날마다 수많은 요리를 해댔다.


덕분에 우리집 밥상은 늘 풍성했다. 적령기에 좋은 짝을 만나 시집간 딸이 친정에 다니러 와서 시집가서 시댁 밥상을 보니 우리집은 완전히 최고급 한정식 집이었다며 새삼 철든 소릴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도 아내도 요리를 잘하니 매일이 생일상이라 부럽다고들 남들은 속모르는 소리를 했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매일이 잔치상이요, 생일상인 상황이 때로는 나와 아이들에게 편치만은 않았다. 허기가 덜하거나 속이 더부룩한 날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와 아내가 둘 다 섭섭하지 않게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는 일이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모든 반찬이 메인 디쉬인 밥상은 풍요롭다 못해 피로했다. 나이가 들수록 위장도 줄어드는 듯 부른 배가 쉬이 꺼지지 않는 일도 잦아졌다.

아내의 솜씨도 결코 나쁘지는 않았지만, 평생 공부만 하느라 상대적으로 요리 경력이 적을 수 밖에 없는 아내가 이북과 접경한 경기도 최북단에서 나고 자라 남북한의 음식을 골고루 섭렵한 타고난 손맛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이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이었다. 아니, 실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었지만 그건, 무료 카지노 게임와 아내가 식구들의 입맛을 인질로 삼아 벌이는 총성없는 전쟁이자 영역 싸움 같은 것이었다.


그랬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레시피 없이도 척척 만들어내던 음식들을 하다 말고 다음이 뭐였더라 싱크대를 내려다보며 우두망찰하거나 냉장고 문을 연채로 뭘 꺼내야할지 몰라 냉장고의 냉기가 가시도록 문을 붙들고 서 있기도 했다. 어떤 과정은 건너뛰고 어떤 과정은 두 번, 세번 반복을 했는지 계량 도구보다도 정확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음식 간이 짜지기 시작했다. 국이 있어도 찌개를 올리고, 고기가 있어도 생선을 올려야 직성이 풀리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음식을 섞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미역국과 무국, 된장찌개와 고추장 찌개, 삼겹살과 갈비 구이를 섞어버렸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이가 들어서 손맛도 떨어지고 음식하는 것도 귀찮아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퇴직 이후 무료 카지노 게임와 집에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내는 점점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상한 행동을 못견뎌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의 옷이며 화장품 등을 동네 다른 노인들에게 퍼주었다. 때로는 세탁소에 드라이를 맡기러 내놓은 아내의 옷이 사라지고, 길에서 자신의 옷을 입은 동네 노인을 본 아내가 그 집 며느리에게 이야기해서 옷을 도로 찾아오는 일도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집의 것을 퍼다 나르는 한편으로 아들,딸, 손주들이 주는 용돈을 모았다가 집 앞 수입품 가게에서 끊임없이 이상한 것들을 사다 날랐다. 그 자리서 2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수입가게 여사장에게 우리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야말로 ‘봉’이었다. 미제가 흔해빠져 줘도 안 갖는 시절에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남대문 수입상가의 두 배가 넘는 비싼 가격으로 미제 카랴멜이며,사탕,초컬릿 등을 사다 서랍에 숨겨놓고는 아장아장하는 증손주들에게 몰래 나눠주었다. 아내와 며느리와 딸이 이가 썩으니 그만주라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가끔씩 옷장을 열어보면 못보던 쟈켓이며 스카프 따위가 들어있기도 했다. 한번은 엔초비 통조림을 사왔길래, 이게 뭔 줄 알고 샀냐 물으니, 이제 고작 4살인 손녀딸 아이가 그걸 좋아해서 샀다고 해서 아연실색하게 하기도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가스불을 켜놓은 채로 까맣게 잊어버려 두꺼운 냄비 바닥에 구멍을 몇 개 낸 후로 주방에 가스밸브 자동잠금 장치를 설치하고 가능하면 일박 이상의 여행을 삼가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부터의 선약으로 취소가 불가한 일주일간의 여행을 하는 동안이었다.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해서 가까이 사는 딸에게 전화를 했는데 부녀 지간에 기운이 통했는지 딸이 이미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들른 후였다.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집에 가보니, 할머니가 똥 싼 팬티를 반쯤 걸친 채 화장실에 쓰러져있어 혼비백산을 했다고 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니, 늘 앉아있던 방안에 안계시는 거예요. 어디 나가셨나 찾는데, 할머니가 글쎄 화장실에 엎드려 있는거 있지. 의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똥냄새가 심하게 나더라구요. 그런 일은 처음이라 놀랐지만 최대한 놀라지 않은 척 침착하게 “이그.. 냄새난다. 씻자 할머니..“ 하며 할머니를 부축했는데, 결국 끝까지 할머니를 내가 씻기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쫓겨났지 뭐예요. 엉금엉금 기어서 샤워부스 아래로 가더니 퍼지고 앉아가지고, 한사코 똥 싼 팬티를 벗으려 하지 않고, 괜찮으니 나가라고 역정을 내며 나를 떠밀잖아요. 결국 화장실 문 밖에서 수건을 들고 기다렸지 뭐. 그 와중에도 손녀딸한테 똥싼 팬티는 보이고 싶지 않았나봐. 하여간 우리 할머니 못말려 진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똥 싼 팬티를 한사코 당신 손으로 빨아 널고 나오는 걸 보니 그래도 그때까진 무료 카지노 게임 정신은 멀쩡했던 듯 하다.


”아빠, 이제는 정말 요양원을 알아봐야 하지 않겠어요?“

딸은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잦아질텐데 엄마가 이걸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지 에미 걱정을 먼저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아직 정신이 멀쩡한 노인을 요양원에 어떻게 모시냐며 반대했다. 효심이라기보단 자존심이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 성향의 아내는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지우는 걸 못 견뎌 했다.

나로서도 기력이 좀 쇠하고 가끔 깜빡거리기는 해도 여전히 눈치가 빤한 노인네를 요양원에 덜렁 넣어놓기가 맘이 편치 않을 듯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아내도 이미 일흔이 넘은 파파 할배, 할매였다. 내 한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나이의 70 넘은 노인네 둘과 97세의 상노인이 한 집에서 엉기어 구물대니, 보기에도 딱했는지 보다 못한 용인 누이가 먼저 제안을 해왔다.

“우리 애 아빠, 사업 말아먹고 무일푼으로 야반도주하듯 미국 들어갈 때 오빠가 우리 도와준 거 나 안 잊어요. 오빠는 도와줄 만해서 도와준 거라고 하지만, 그때, 오빠보다 더 형편 나았던 우리 형제들, 아무도 오빠처럼 그렇게는 안했어요. 우리 아부지 돌아가시고 큰 이모네 장남인 오빠가 우리집 장남 노릇까지 두배로 한다고 우리 엄마가 얼마나 고마워했는데. 그래서 우리 엄마랑 이모랑 제일 각별하기도 했잖우. 애 아빠 죽고, 엄마까지 갑자기 그렇게....가시고 나서 나도 진짜 허하고 맘 둘 곳 없고 그랬는데, 엄마랑 제일 가까웠던 이모 보면서 엄마 생각도 하고 좀 좋아요. 공짜로 하겠다는 거 아녜요. 비싼 요양 원비만큼은 아니지만, 노인네 먹을거리, 기저귀 같은 거 사고 나 용돈이나 할 정도는 줘요.”

“그래도, 노인네 모시는 일이 애보기 보다 힘든건데, 병원도 아닌 가정집에서 어떻게 그러냐.”

누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나를 설득했다.

“요양병원 보내서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줄줄이 돌리지 말구 내가 모실께 오빠. 애들 아빠도 가는 그날까지 따로 간병인 안 두고 내가 직접 다 했구...엄마도 돌아가실 때까지 이 집에서 모셨는 걸 뭐.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해서 집으로 모셔와 여기서 보내드렸잖우. 나, 애 아빠 쓰러지고 나서 뭐라도 벌어먹고 살아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고 현장에서 일도 많이 했어요. 이래뵈도 나 베테랑이야 오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급한대로 딴 요양사 자격증이었는데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내 식구들한테 더 요긴하게 쓰였지 뭐유.. 후후 내 팔자야..”

체념섞인 누이의 미소가 선했다.

“시설 좋은 요양원만은 못해도, 엄마 모시느라 구비해 놓은 것도 그대로 있고, 이모도 건강하실 때부터 이집 자주 드나드셨으니 요양원보단 훨씬 맘 편할거 아뉴. 나 이래뵈도 요양사 할 때 인기 많았어요. 한 형제 자매 좋은 과외샘한테 줄줄이 맡기듯 노인들이 자기영감,마누라맡았던 내 소문듣고, 콕찝어 나한테 서비스받겠다고 부러 기다리기도 했다우.”

”그래도, 집보단 병원이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집에서 모실거면 우리집이어야지 고모가 왜...“

책임감을 떨치지 못한 아내가 그리 말하면서도 걱정은 되는지 말끝을 흐렸다.

”언니같은 깔끔쟁이 노인네 못 모셔요. 이모한테도 어디 나가 앉을 풀한뙤기 없는 여기 아파트보단 그래도 우리집엔 코딱지만해도 마당도 있구 텃밭도 있고 하니 노인네 콧바람 쐬기도 좋을 거 아뉴.. 엄마 살아계실 때, 우리 텃밭이 이모랑울엄마 놀이터였잖어. 걱정마요. 내 잘 모시다가 편히 가시게 할테니.이거말로 누이좋고 언니,오빠좋고 아니우??“

”오빠두 무료 카지노 게임 요양병원 맡겨놓고도 맘 안편할거 아냐. 아직 정신도 멀쩡한 모양이든데...글타고 언니처럼 깔끔쟁이한테 조만간 똥오줌 받아내얄지도 모르는 노인네 모시라고 할거유? 45년을 한집에 살게 한 것도 모자라서? 오빠 그런 진짜 양심 불량이야. 흐흐..”

누이가 나를 보고 양심불량이라고 할 때, 아내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걸 나는 봤다.

일찍이 과부가 되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용인 사촌 누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와 10살 터울로 특히 각별했던 넷째 이모의 딸이었다. 남편의 빚보증이 잘못되어 땡전 한푼 없이 야반도주하듯 미국 이민을 갈 때, 당시만 해도 사업이 흐름을 타서 경기가 좋을 때라 당장 미국 들어가 몇 달치 집세라도 하라고 보태준 걸 누이는 두고두고 잊지 않고 고마워했다. 부부가 합심해서 세탁소에 24시간 한인 슈퍼를 하며 고생고생한 끝에 자리를 잡았고, 좀 허리편다 싶을 때쯤 동서가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죽고 나자 그곳에서 결혼하고 자리를 잡은 자식들은 두고, 그 손주들의 애바라지로 이민길에 따라나섰던 넷째 이모와 누이 둘만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하고 이모는 재회하여 예전처럼 왕래하며 지내다가 폐렴으로 이모가 한달도 안되어돌아가신게, 간병이 그리 일찍 끝나버릴 줄 모르고 요양원 못지 않게 구비구비 노인네 모시기에 편한 환경을 집에 갖추게 된 연유였다.

아내는 생판 남이 차라리 낫지 친척 지간이라 돈 줄거 다 주고도 할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게되면 어쩌냐고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는 누이의 그 제안이 돈 때문만이 아니라 나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인 걸 알고 있었다. 누이로서도 요양 병원에 출근해서 일하느니 집에서 노인네를 모시면 병원과 나누어야 할 중간 수수료 없으니 생계에도 도움이 될 터였다, 나로서는, 생판 모르는 요양원에 들락거리며 느껴야 할 일말의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도 덜고 이제 70이 넘어가는 아내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맡기기는 더욱 난감했던 터에 누이의 제안이 구세주 같았다. 아내는 누이에게 미안해서 어찌 그러냐고 했지만 나도 아내도 누이도 알았다. 똥오줌을 어찌 받아낼거냐는 누이의 말 이후 맘을 굳힌 아내가 실은 인사치레로 그렇게 말한다는 것을.

“나랑 같이 용인집에 가서 몇칠 계시다 오십시다. 이모..”

소리에 제일 반색을 한 건 뜻밖에도 아내가 아닌 무료 카지노 게임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미리 싸놓은 짐보따리를 장에서 꺼내 앞장서듯 집을 나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처음부터 거기가 당신 집이었던 듯 45년을 함께 산 아들의 아파트는 까맣게 잊은 듯 했다.

그날로 누이를 따라나선 무료 카지노 게임는 45년을 함께 산 아들, 며느리 집을 떠나 처음부터 거기가 당신 집이었던 양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아무리 누이가 먼저 제안하여 모셔갔다지만, 노인네를 돌보는 일이 황혼 육아 못지 않게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이 쓰일 터였다. 게다가 용인 누이 역시 이팔청춘도 아닌 이미 60을 넘어선 중노인이었다. 요양원비 납입하듯 정해진 날짜에 따박따박 자동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서울 근교의 꽤 괜찮은 요양원비 이상의 비용을 누이 몫으로 넉넉히 챙겨주었다. 그래도 영 미안해서 몇 달만 바람 쐬고 집으로 오시라 해도,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잠시 증손주들 보겠다며 집에 다녀왔다가도, 해가 지기도 전에, 이제 ‘우리집’에 가자며 누이를 앞세워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렸다.

용인 이모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눈에 띄게 노쇠해졌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용인 집으로 간 후 하루하루 기력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용인 누이가 전하는 사진 속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백수(白壽)가 가까워 가는 노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짱짱했다. 김장 김치를 담그러 모인 동네 아낙들과 교회 자매님들 한켠에 앉아 배춧잎을 휘두르며 오만가지 참견을 하거나. 오이지를 담기 위해 다라이 한가득 오이를 쌓아놓고 소금으로 문질러대거나. 마당 테이블에 앉아 꽃을 바라보며 웃는 듯 우는 듯 햇살에 눈을 찡그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가족들은 아직도 왕성한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기운과 여전히 형형한 생에 대한 의지에,

“우리 왕할머니 아직 쏴롸있눼.. 대단허다..정말..” 감탄을 마지 않았다.

그렇게 이년여가 흐르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해를 넘기면 100세가 된다.

지팡이를 짚고, 동네 노인들 부축을 받으며 마을 입구에 새로 생긴 카페로 마실을 갔는데, 아메리카노에 ‘크뭐시기‘라 하는 빵을(아마도 크로와상일 듯) 혼자 다 자시더라,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며, 어찌나 총기있게 오지랖을 떠시는지 미장원 원장님이 노인네의 믿을 수 없는 정정함에 기함을 하더라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100수 노인이라곤 믿을 수 없게 정정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가끔‘ 사람을 못 알아보던 일이 점점 잦아지고, 신생아처럼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하루는 아무것도 못 먹고 드러누웠다는 전갈이 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인사를 드리러 오는게 좋을 것 같다는 누이의 전갈에 온 식구가 출동하기를 몇 번 하였으나 그때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좋아져서 누이는 아무래도 할머니가 손주들이 보고싶어 그랬나보다고 머쓱해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용인 누이에게서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보통 사나흘에 한번 꼴로 오전 9시 경이면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간밤 상태를 알리는 전화가 오곤 했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이른 시간이었다.

”오빠, 아무래도 이번에는 진짜 좀 다른 거 같애. 한 이틀 거의 못드시고 잠만 주무시네. 그동안은 잠은 늘었어도 드시는 건 잘 드셨는데. 암만해도 오늘은 와 계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이대로 무난히 100세를 넘기나 싶었는데, 이번엔 진짜 떠나시려하는 것 같다는 경험많은 누이의 말에 세자리 숫자의 나이는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우신가 싶었다.

이제 미국에 있는 작은 오빠한테도 다시 한번 전화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용인 누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딴지 20년이 넘은 누이는 그동안 숱한 노인들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몇칠 넘기기 힘드실 것 같다는 소리에 미국에 사는 막내 아우놈에게 전화를 넣었다.

80년대 초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회장님의 명을 받들어 해외 주재원으로 나간 후 줄곧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던 아우는 더이상 그 회사에서 할 일이 없어진 후에도 만리타국 미국땅에 뿌리를 내렸다. 내 나라에서의 모든 인연과 기억의 마지막 미련까지 털어버리려는 듯 영주권 획득도 모자라 아예 그 나라 시민권을 획득하고 귀화를 했다는 전갈에 축하를 해야할 지 역정을 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하긴, ‘트렌스젠더’인지 뭔지.. 남자로 태어나 여자가 되기도, 여자로 태어나 남자가 되기도 한다는데,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인 되는게 뭐 대수랴. 싶다가도, 제 나라 국적을 그렇게 화투장 뒤집듯 바꿀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이해 불가이기도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더 이상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면서, 이전에도 전화를 몇 번 했지만 그때마다 아우의 전갈은 한결같았다.

“형님, 무료 카지노 게임 상태 더 안 좋아지면 연락주세요.”

미친 새끼, 무슨 연락을 받고 온다는거야. 노인네 상태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알고, 살 날이 정확히 몇칠이나 남았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셨단 소릴 듣고 오겠다는 건지 언짢아서 두말 섞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번에는 진짜 마지막인 것 같단 소리에 비행기표를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은 아우로부터 두어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추수감사절 기간이라 표가 귀하다, 바로 출발하는 표가 없어 경유지를 거쳐 나흘 후에나 도착한다는 전갈이었다

“집에 그렇게 모셔둘 게 아니라 병원에 모셔야하는 거 아니예요. 형님? 그래도 최선은 다해봐야 하지 않습니까.”

“최선이라니?”

“못 드신다면서요. 수액이라도 맞혀봐야 하는거 아니예요. 그렇게 굶도록 둘 순 없잖아요?”

수화기 너머 아우가 다분히 힐난조로 말했다.

“최선, 최서언? 도대체 누굴 위한 최선이야.”

“요즘 세상에 집에서 돌아가시는 경우가 어딨어요. 요양 병원에 계셨으면 거기야 의사가 있겠지만 어머닌 그것도 아니니....”

“너 편한대로 거기서 죽치고 이제나 저제나 상태 나빠져 임종 임박했단 소리 들을 때까지 자빠져 있다가 막판에 임종 못지킨 후레 자식 소리 들을까봐 부랴부랴 비행기 잡아타고 오는 주제에, 이제 와서 자식 도리 하겠다고 노인네를 호스에 줄줄이 엮어매서 병원에서 연명을 시키라고? 그게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지랄 염병하네.”

“형님. 그런 말씀이 아니라요. 그래도 아직 살아 계신데 엄마를 굶어죽게 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호스 꽂아서 포도당 집어넣는 게 밥이냐? 뼈랑 가죽만 남은 100세 노인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주사 바늘 꽂아 돌리는 생각은 안해? 너 올 때까지 숨만 붙어있게 해달라는거 아니야. 이 나쁜 자식아. 이기적인...”

전화기를 쥔 손이 부들거리는 걸 다른 한 손으로 누르며 아우에게 뱉듯이 말했다.

“..서울 들어가서 뵙겠습니다.”

질린 듯 아우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른 오전부터 형제들이 용인집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둘러싸고 형제들이 앉고 서고 엎드리고 손,발을 하나씩 붙들었다. 둘째 큰 누이와 셋째, 넷째 작은 누이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침대 맡에 무릎을 끓고 울어댔다.

“엄마 미안해요 미안해.. 나 어릴 때 친엄마 아니라고 못되게 굴어서 미안해. 그래두 엄마가 우리 잘 키워줘서 다들 잘 살았수. 고마워요..고마워...”

막내 누이가 엄마 발을 붙들고 흐느꼈다.

7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큰누이의 영정 사진을 엄마에게 보이며 둘째 누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 귀에 대고 큰소리로 당부했다.

“큰 언니는 먼저 갔어. 엄마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우리 중에 큰언니가 엄마한테 제일 살가웠잖우, 걱정 말고 가서 언니 효도받고 기다리우. 나도 곧 가우, 응?”

그렇게 누이들이 울고 불고 하는 사이, 막내 아우로부터 공항에 내렸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정확히 3시간 후, 아우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계신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무료 카지노 게임.”

나직하게 부르는 소리에 눈을 감은 채 고양이같이 가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간신히 할딱대던 노인이 거짓말처럼 눈을 반짝 떴다. 멍하니 아우의 얼굴을 보던 초점없는 눈동자가 점점 또릿해지더니 동공이 커지며 놀라움이, 이어서 반가움이 가득 차올랐다. 지난 몇칠을 아무도 못알아보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가시같은 손목을 들어 거친 손바닥으로 평생을 떨어져 산 막내 아들의 얼굴을 하염없이 쓰다듬기 시작했다.

“내 새끼, 내 새끼. 내 새끼야..”

무료 카지노 게임는 발음도 또렷하게 내 새끼야...를 하염없이 반복했다. 상황을 알려주면 가겠노라는, 야멸차도록 싸가지없는 소리만 반복하던 아우조차도 노모의 모정에 감복했는지 눈물을 흘렸고, 주위를 둘러싼 가족들 모두 막내 얼굴보고 떠나려고 여태 기다리셨나보다며 모자 상봉의 기적에 눈물을 흘렸다.

사망선고의 절차를 위해 섭외한 동네 의원의 의사가 동석한 가운데 신부님이 오셔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위한 마지막 생미사를 드렸고, 가족들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미사 중에 자연스럽게 하늘문을 열고 올라가 마침 기도 즈음에는 천국의 시민이 되어 계실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성가를 부르는 가족들의 성스러운 하모니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폰트랩 합창단 못지 않았다. 마침 성가는 1,2절도 모자라 3절까지 부르고 미사가 끝났다. 눈을 감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편안해 보였다. 내내 오물거리던 입술의 움직임이 멈추고 고요해진 입가에 엷은 미소마저 감도는 듯 보였다. 막내 여동생이 흡~ 하며 울음을 참고 무료 카지노 게임의 얼굴을 안으려는 듯 몸을 숙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고 작별 인사를 하던 막내 여동생은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잠시 후 고개를 들더니 갸웃했다.


다들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다리는 가운데...가랑가랑... 작게 가래끓는 소리에 섞인 희미하고 불규칙한 숨소리가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졌다. 막내 누이가 작은 소리로 다시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따라 불렀다. 두어곡의 찬송가가 더 이어지고 울음소리도 잦아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가랑가랑, 쌕쌕...이어지던 숨소리는 점점 고르게 안정되며 잠시 후 낮게 코고는 소리로 바뀌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아기같이 단잠에 빠져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두 손을 모은 채 세상 평안한 얼굴로 새처럼 작은 가슴을 고르게 들썩이며 자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가만히 내려다 봤다. 신부님이 헛기침을 하더니 성호를 그으며 먼저 일어나셨고, 뒤를 이어 무안한 듯 주섬주섬 한명씩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인제 슬슬 막이 내리고 다들 퇴장하여 막 뒤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감독의 컷 사인이 안 떨어진 뭐 그런 경우랄까.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며 나란히 손을 잡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배우들은, 박수 소리도 잦아들고 앵콜 요청도 없는데 여전히 커튼은 닫히지 않은 무대 위에서 서로 옆배우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수그리고 서있는 꼴을 연출하고 있었다.

용인집을 나서기 전 딸에게 아우가 한국에 있을 동안 묵을 호텔을 알아볼 것을 부탁했다. 언제 또 호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당분간은 근처 호텔에 머무는 편이 좋을 것이었다.

몇 번의 전화로 간단히 예약 수속을 끝낸 딸의 안내로 나와 딸, 아우가 같은 차로 호텔로 이동했다. 가는 차 안에서 딸이 물었다.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왜 같이 안오셨어요?”

나도 궁금했지만 묻지 않고 있던 질문이었다.

“미국 집이 크기만 컸지 낡아서 집수리가 한창이라 올 수가 없었다. 이미 시작한 공사고 계약금도 지불했는데 사정을 아무리 말해도 계약서대로 하자니 어쩔 수가 없더구나. 명시된 공사일정을 어기면 한 푼 돌려받지도 못하고 수리는 수리대로 다시 해야 할테니 말이다. 부모 돌아가셨다고 무덤 옆에 삼년을 집 짓고 살던 동양인들 정서를 코쟁이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냐.”

결혼 직후부터 내내 해외 주재원으로 떠돌다가 퇴직 후 아예 미국에 눌러앉은 아우 덕에 제수씨는 시집살이 한번 없이 내내 가뭄에 콩 나듯 넣는 전화와 최소한의 입금으로 롱디 며느리의 도리를 다 했고, 덕분에 명절과 제사 때마다 아내는 오롯이 혼자 그 몫을 다해야 했다. 제 엄마의 그런 세월을 모르지 않는 딸은 그래서 작은 아버지. 엄마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걔들이 이해한들 퍽이나 오셨을라구요.”

입안에서 발라낸 닭다리 뼈를 퉤 뱉어내듯 딸은 거침없었고, 그 말속의 뼈를 못 느꼈을리 없는 아우는 대꾸를 안하는 것으로 대꾸를 대신했다. 나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석준이는요? 석준이는 한국에 있는거 아니었어요?”

딸은 내처 아우의 아들이자 자신의 사촌 동생이 오지 않은 연유를 물었다. 아우는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고, 딸이 언급한 석준이는 재작년에 결혼하여 연년생으로 두 딸을 낳고 미국 회사의 한국 지점에 발령받아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작년인가엔 설에 큰집이라고 아이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인사도 다니러 갔었다.

“영주권 유지하려면 일년에 한번씩은 미국에 들와야 하거든. 추수 감사절은 지 엄마랑 같이 보낸다고 엊그제 들어온 애를 도로 한국으로 가랄 수가 있어야지. 이래저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나 혼자 왔지 뭐냐.. 많이들 아쉬워했어.”

아우의 말에 나도 딸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차 안에는 늦은 오후 라디오 프로그램의 두 진행자가 주고받는 시덥지 않은 농담과 낄낄대는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호텔 입구에서 아우가 말했다.

“가까우니 무료 카지노 게임 자주 들여다보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미국에서 전화를 받을 때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하던 아우의 고정 레파토리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로소 아우가 한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는 듯도 했다.


그리된 연휴로 이제 언제 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네를 두고 다같이 기다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다리다니 무얼 기다린다는 건지. 아마도 아우가 말한 ‘무슨 일’을 기다리는 것일게다. 장례와 발인과 적당한 애도와 추모의 시간까지 넉넉잡아 2주 정도. 삶의 루틴이 기꺼이 깨지는 것을 각오하고 모인 사람들은 이제 그 계획이 어그러지고 다시 대기 모드가 되어 언제 일상이 흐트러질지 모르는 상태가 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용인 누이는 웃는 듯 우는 듯 난감한 표정이었다.

“오빠 내가 미안허네요. 노인네들 숱하게 보내드렸지만 그 지경까지 가고 이렇게 멀쩡해지신 분은 없었거든.. 가실 때 되면 정도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단 말이지. 틀림없었는데 말예요.”

“미안하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보고 싶은 사람 다 보고, 인사 나누고. 이제 모두 마음 편해졌으니, 다행히 아직 시간이 더 남아서 더 계셔도 좋고 이제 그만 편히 가셔도 좋고. 어찌되었든 감사한 일이지. 별소릴 다한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다 집합을 했는데, 저러시면... 저러실줄 알았나.. 큰일이네..참..미국 오빠는 여기 마냥 계실 수도 없을거 아냐. 뱅기표값이 한두푼이예요. 일단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랠수도 없구. 어떡해요. 도로 가시랄 수도 읎구....”

“큰 일은 무슨..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라.”

“미음도 드시고 이제는 죽도 드시고. 어제는 눈을 뜨고 사람을 알아보시더니 좀 아까는 한시간이나 꼿꼿이 앉아계시지 뭐유. 보고 싶던 막내 아들이 불로장생 약이 된건가. 기적이유 기적...하..나 참...”

“아휴 내가 괜히 입방정을 떨어가지고 여러사람 곤란하게 하나봐요. 미안해 죽겄네. 아니 근데.. 오빠 알다시피 내가 모시다 보내드린 노인네가 한둘이유? 우라 엄마도 그렇고. 하루 이틀 차이 정돈 있었어도 이렇게 말짱하게 살아나시긴 또 첨이야. 우리 이모 진짜 강해. 강해...”

누이는 이럴 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까지 절래절래 흔들었다.

우리집 거실에 형제들이 모여앉았다. 마침 용인 누이가 오늘 오전 무료 카지노 게임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린 것을 다같이 보는 중이었다. 화면 속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몰라보게 살이 붙어있었고 검붉게 피어오르던 저승꽃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피부가 오히려 보얗게 피어나는듯 보였다.

“하 참.. 우리 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 살아나셨네. 그 날 그 길로 가시는 줄 알았더만.”

핸드폰을 멀찍이 들고 사진을 들여다보며 둘째 큰누이가 혀를 찼다. 옆에서 사진을 같이 들여다보던 셋째 누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게, 언니, 나 작년에 분양받은 아파트 있잖아. 잔금이 다음 달이거든. 우리 엄마가 가시면서 선물을 주나보다 했지 난 또...”

나와 시선이 마주친 셋째 누이가 시선을 피하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변명하듯 말했다.

“아니.. 내가 그동안 뿌린 축의금, 조의금이 얼마니... 목돈 어서 나서 잔금 치르나 걱정했는데. 엄마가 옜다. 우리 딸 선물 주마 한 거 같드라니까.. 그나저나 오빠는 도로 미국 가봐야하는 거 아뉴?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잖아요.”

“야. 이러고 갔다가 언제 또 불려올 줄 알고. 노인네 저러다가도 또 한순간 어찌 될지 몰라. 그리고 비행기값이 한두푼인 줄 알어? 아무리 쟤가 이젠 좀 먹고 살만하다 해도 몇 달 상간으로 미국, 한국을 옆 동네 버스타고 가듯 드나들 순 없을 거 아냐,“

고모들이 하는 소릴 내내 듣고 앉았던 큰 아들이 난처한 듯 주저하며 말했다.

”저.. 전 다음달에 유럽 출장 가거든요. 수행비서 대동하고 회장님도 가시는 출장이라, 임원급 아닌 평사원은 저 뿐인데...저한테는 놓치면 안되는 기회예요.“

아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늦게 낳은 막내 입시를 치르는 중인 막내 누이가 말을 가로챘다.

“다음 달이면 이제 수능이잖아. 꼼짝없이 들앉아 온갖 정신과 신경을 다 쏟아부어도 모자란 시기인데, 장례식장 오고가고 일정 겹치면, 애 산란해져서 어떡해... 아후...참 큰일이네...”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연신 카톡으로 뭔가를 주고받던 막내 아우가 누이의 말을 이어받았다.

”미국에 벌려놓고 온 일이 있어서. 이거 참.. 낭패네요. 집수리도 집사람 혼자 다 결정하랄 수도 없고 제가 필요한 일이 자꾸 생기나본데. 한번 들어가면 나오는게 영 쉽지 않으니 말이죠.“

가만히 듣고 있던 나는 숟가락을 가만히 내려놓고 조용히 일어섰다. 아내를 위시하여 아들, 딸 누이들과 아우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쳐다봤다. 잠시 서서 그들을 내려다본 후, 나는 힘껏 밥상을 엎어버렸다. 아직 덜 식은 찌개와 국, 김치, 잡채, 고기며 생선에 나물 반찬들이 공중으로 솟구쳐올랐다가 펄럭이며 떨어졌다.

“아 뜨거!”

“오빠 미쳤수?”

“아버지!”

“낭패? 나앙패?? 뭐가 낭패냐. 노인네가 빨리 안 죽는게 낭패냐?

이 새끼야 내가 뱅기표 끊어줄테니까 당장 돌아가. 다행히 무료 카지노 게임 아직 정신있을때 너 보고 인사도 했으니 됐어. 임종 까짓거 지킨걸로 해주마. 어차피 니 지인들은 다 미국에 있을테니 여긴 올 사람도 없을 거고. 장례식장에서 누가 너 찾으면 잠깐 화장실 간 걸로 해줄테니 지금 꺼져 이 개새끼야.”

막내 여동생이 내 팔을 붙잡았다.

“오빠.. 진정해요...그런 뜻이 아닌 거 아시면서...”

“너도 조의금 받아 메꾸겠다고 턱괴고 앉아 저 노인네 가는 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지 말고 잔금 대출이나 뭐나 미리 알아봐. 내가 니 몫의 조의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떼먹을테니 그거 받아 나중 갚든가 하고.”

“아유,, 오빠. 여기 무료 카지노 게임 빨리 돌아가시라고 비는 사람 어딨겠수. 예상했던 거랑 너무 달라서 좀 당황스러운거지. 무료 카지노 게임 생각 오빠만 하는 줄 알우?”

“너 말 잘했다. 할머니 명줄 땡겨 몇문제 더 푼다고 새한이 갑자기 성적이 오르냐? 초중고 도합 12년을 뭐하고 쳐자빠졌다가 두어달 남기고 총력전은 무슨. 한달 먼저 장례 치른다고 인서울도 힘든 새끼가 갑자기 뭐 서울대라도 들어간다든?”

“여보.. 그만 해요.”

보다못한 아내가 나섰다. 막내 여동생이 눈에 쌍심치를 켜고 달려들었다.

“오빠! 말이 지나치우?. 애한테 저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 무료 카지노 게임 빨리 돌아가시라고 비는 사람 어딨겠수. 예상했던 거랑 너무 달라서 좀 당황스러운거지. 무료 카지노 게임 생각 오빠만 하는 줄 알어?”

“너 그러는거 아니다. 니 새끼를 싸고 도느라 무료 카지노 게임 일년에 몇 번이나 들여다 봤다고, 어차피 오늘 내일 하는 노인네 명줄을 못 채서 안달이냐?”

“애 입시는 평생 한번이잖아요. 그것도 이해 못해요?”

“무료 카지노 게임는 평생 두 번 죽냐? 입시는 재수라도 하지.”

“아유.. 그만들좀 하세요..제발...”

말리고 나선 건 딸이었다. 고모들과 삼촌을 일으켜 세우고 서둘러 배웅한 딸은 엉망이 된 거실을 치우고 있는 아내를 조용히 도왔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아들은 깨진 그릇 조각들을 주워 봉투에 담아 밖으로 나가버렸다.

충전기에 꽂아놓은 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수화기 너머로 응 응.. 대꾸를 하더니 전화기를 든 채로 안방으로 가서 이불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저번에 가져다 드린 이불로도 빨래 감당이 안되나봐요. 빨기 좋은 패드같은 걸 좀 더 가져다 달라네.”

아내는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손주들 어릴 때 쓰던 포대기를 모두 꺼내어 바닥에 펼쳐놓았다. 기저귀만한 크기의 작은 포대기부터 제법 큰 담요까지 서너장의 아기 이불 군데군데 누런 오줌똥 얼룩이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참. 사람이 나이가 들면 도로 아기가 된다드니 성준이, 태준이 쓰던 포대기를 무료 카지노 게임가 물려받으시네.”

이불을 차곡차곡 개어 보따리에 싸며 아내가 무참한 듯 중얼거렸다.


아내가 싸 준 보자기를 들고 나는 방으로 들어섰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여전히 텅빈 시선을 천장에 고정하고 연신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방금 죽을 한사발 드셨는데, 요즘 소화가 잘 되시나봐요. 한바탕 또 싸시고는 또 금방 저렇게 입맛을 다시네. 아침에는 딸기도 다섯 알이나 자시고..“

”그래도 저렇게 배고파하시는데, 양을 너무 줄인 거 아녜요?“

장봐온 음식들을 냉장고에 부려놓은 아내가 방으로 들어서며 누이에게 말했다.

”줄이긴요 언니, 한번에 자시는 양이 줄어 그렇지 횟수는 오히려 늘었다우. 그러니까 변비도 없이 이렇게 양이 늘었죠. 아이구, 우리 이모 하여간...“

생전 힘든 기색없던 누이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누이는 아내에게 숟가락을 넘겨주고 한 켠에 둘둘 말아 밀어놓은 이불과 변이 묻은 기저귀 등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구린내가 진동을 해서 아내가 숟가락을 든 채로 얼굴을 찌뿌렸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입가에 숟가락을 가져다대니 눈을 감은 채 입술을 오물거리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믿을 수 없는 흡입력으로 빈 숟가락을 핥았다.

”아이구.. 이렇게 배가 고파서야. 원...“

아내는 손주들에게 이유식을 먹일 때의 말투가 되어 된죽을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입속으로 밀어넣었다.

몇 번을 받아머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입맛을 빼도 계속 입을 쩝쩝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만 못 볼 것을 본 듯 무참해졌다.

”이제 고만 드세요. 정혜가 너무 힘들어서 안돼.“

그때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눈을 뜨고 아내를 보았다. 초점이 완연히 서린 시선을 아내에게 주며 무료 카지노 게임는 천천히 팔을 들어올렸다. 헐렁한 소매가 흘러내리며 옹이진 막대기 같이 뼈만 남은 손이 허공에 잠시 멈추었다. 아내의 시선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손끝을 향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엄지 손가락을 천천히 세웠다. 아내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지금 나한테 엄지척 하나 봐. 여보. 아이고..노인네 나 누군지 알아보나 보네..“

결혼 직후부터 45년을 무료 카지노 게임와 함께 산 아내의 세월이 그 엄지척 한번으로 해소될 리 없건만은, 아내도 이제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다. 70년이면 곪아 썩었던 물도 자정 작용을 거쳐 맑게 고인 물이 되기도 하는 세월인 것이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누이를 향해 손사레를 치며 아내가 차가 막히기 전에 올라가자고 서둘렀다.

”그래, 오빠. 저녁 안 먹을거면 퇴근길 차 막히기 전에 얼른 출발하슈. 그리고 이번 주는 더 이상 오지 마요. 오빠도 힘들어..”

“오늘은 내가 모시고 잘테니 너 편히 자라.”

나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누이와 마주앉아 간소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누이는 다시 무료 카지노 게임의 똥을 치워야 했고, 속을 비워낸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시 입을 쩝쩝거리기 시작했다. 누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아기처럼 달래가며 죽을 조금 먹였다. 밤새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기척을 살피느라 편한 잠을 자지 못하는 누이를 일찍 방으로 보내 쉬라고 하고 나도 무료 카지노 게임 옆에 누웠다.

눈을 감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편안해 보였다. 꽃무늬 파자마의 목둘레가 헐렁하여 옹이같이 툭 튀어나온 쇄골뼈와 그 아래 빗장뼈까지 마디마디가 드러났다. 작고 고르게 움직이는 가슴의 움직임을 따라 뼈들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이제 그만 가셔도 되잖아요..”

나는 아내가 싸준 보자기에서 작은 베개를 꺼냈다. 아내 모르게 내가 찾아 넣은 베냇 베게는 나의 첫 손주가 쓰던 것이었다. 베개에 코를 가져다 대니 보얀 분유 냄새 같기도 하고, 시척지근하면서도 달큰한 아기 땀냄새 같기도 한 냄새가 베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작은 베개를 무료 카지노 게임 얼굴 위로 가져갔다. 고른 숨을 쉬던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작은 몸이 살짝 크게 꿈틀.거렸다. 나는 잠시 그렇게 있었다. 이내 무료 카지노 게임는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북적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장례식장엔, 그 흔한 의례적인 곡소리 한번 들리지 않았다. 20여년 전 퇴직하고 작게나마 아직 사업체를 운영하는 나를 찾은 손님 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누이의 지인이나 먼 친척들, 용인 누이를 위시한 동네 노인들과 교회 지인들로장례식장은 온통 늙은이들로 버글거렸다. 그 사이를 아내와 딸, 며느리가 바쁘게 오가며 육개장이며 편육, 도라지 무침이며 김치 등의 음식이 떨어지지 않는지 살폈다. 먹고 마시고 왁자하게 떠드는 끝에 노인들은 부러운 듯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노인네 복도 많지 호상이네 호상이야..”

“자식들 다 잘 됐지, 손주 손녀들 줄줄이 자손 번성했지. 평생을 똑똑한 며느리 시중받으며 호강만 하다가 어디 한군데 아픈데도 없이 자식들 다 보는데서 자다가 눈 감았으니. 캬.. 이거야말로 모든 노인의 로망 아닌가요?”

“나 죽을 때도 우리 서울 할머니 같이만 갔으면 좋겄네.”

“형님은 어디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아들 새끼 먼저 잡아오슈. 세상 누가 이 집 아들, 며느리처럼 할까. 진짜 노인네 복도 많아.”

식당 쪽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피해 소주를 병째로 들고 무료 카지노 게임 영정 사진 앞에 불콰하게 술에 취해 늘어져 있는 내게로 아들이 다가왔다.

“모두들 호상이라고 하네요. 아버지.”

“호상이라.. 누가 좋을 호인가. 죽어서 좋다는 호이냐.. 남은 사람에게 좋을 호이냐... 나중에 너, 나 죽어도 호상이다 잘 죽었다 할거냐?”

“아부지도 참...우리 할머니 복많은 노인이라고 그러시는 건데 뭘 그리 과하게 반응을 하세요.”

”나 죽으면 호상이다 조오타! 그래라. 이 후레자식아.“

나는 아들을 향해 주먹질을 했지만, 헛팔질을 했을 뿐, 아들 몸에 닿지도 않았다. 나는 소주병을 든 채 그대로 뻗어버렸다. 왁자지껄한 주위의 소리가 천천히 사위어갔다.

입춘이 지났지만 야외에 오래 서 있기엔 아직 추운 날씨였다. 작은 돌들이 줄줄이 늘어선 추모 공원은 멀리서 보기에 하얗고 까만 바둑돌들을 일렬종대로 박아놓은 듯 보였다. 봄,여름,가을엔 이곳에 묻힌 고인들의 가족 및 지인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들로 화사해 보였겠으나 추운 겨울이라 꽃다발을 가져다 놓은 이도 별로 없고, 그나마 비석 앞에 널부러져 있는 몇 개의 꽃다발들도 밤새 추위에 얼다가 녹다가 하며 시들시들 갈변하여 볼썽사나웠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비석을 둘러싼 가족들은 코가 빨개져 연신 콧물을 훌쩍였다. 아내는 콧물을 닦은 손수건으로 비석 위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그 자리를 문질러 닦았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헤어지기 전 나는 각각의 조의금을 정리한 봉투를 아우와 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가방 안에 봉투를 챙겨 넣으며 셋째 누이가 당부하듯 말했다.

”오빠, 진짜 나 오해하지 마요. 우연히 시기가 그렇게 된거지 추호도 엄마 돌아가시기 바란적 없수. 괜히 입밖으로 냈다가 나 완전히 천하에 불효막심한 년으로 오빠한테 찍혔지 뭐유. 나 진짜 억울하다구요..“

“그래 알아.. 나도 진심으로 한 말 아니니. 담아두지 말아라.”

”너도, 이제 무료 카지노 게임도 안계시고 한국에 나올 일 없겠구나. 아.. 나 죽으면 또 나와야 할라나. 내 장례식에는 안와도 된다. 제수씨한테 안부 전하고. 집수리 마무리 잘하고.“

“형님도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섭섭해 할거 없어. 다른 뜻 없이 내 진심이다. 큰 형이라고 암 것도 해준 것도 없어 나 살기 바빠서 그 이역만리에서 고생하는 너 들여다볼 겨를도 없었다. 너 거기 갈 때 나 한참 힘들었잖냐. 내가 무능해 너한테 도움도 못주고 면목 없다. 거기서 그만큼 자리잡고 잘 살아주는 걸로 충분해. 진짜로 안와도 돼. 나 죽고 없는데 너 온지 안 온지 내가 알게 뭐냐. 쓸데없이 비행기 푯값 날리지 말고 니들끼리 잘 살어.”

3일장이 끝났을 뿐인데. 3년이 지난 것 같았다.아니, 무료 카지노 게임가 용인 누이집으로 가신 후 방금까지의 3년이 불과 3일 전인 듯도 했다.나는 목을 조이고 있는 검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조이고 서재 의자에 깊숙이 앉아 눈을 감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나는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김사장 나요. 대금 보냈으니 확인해봐요. 내가 틀림없이 약속지킨다고 했잖아요. 나하고 하루이틀 거래했소? 아, 연락이 안되서 걱정했다고? 한 몇칠 바빴어요. 어디 좀 다녀오느라고. 그러죠. 차질없도록 일 진행시키세요. 수고하시오.“

나는 전화기를 꺼버렸다. 전화기는 아득한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죽어갔다. 그 소리에 섞여 문밖에서 노크를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피곤해도 한술 뜨고 주무시지 그래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생각없어요. 좀 쉬고 싶네. 한숨 자고 나갈테니 당신도 쉬어요. 고생 많았소.“

나는 옷장에서 베개를 꺼내 이불도 깔지 않은 맨바닥에 드러누웠다.

굵은 눈물이 툭 떨어져 나는, 그만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2024.12.24 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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