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선물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스타벅스 쿠폰의 유효기간 카톡 알림이 떴다.
이걸 또 연장해? 말어?
나에게 '커피'란 '맥심 노랑 봉다리' 의 동의어다. 다시말해 '투투투!!!' ... 말인즉슨, 커피2, 설탕2, 프림2의 황금비율 다방커피가 나의 유일하고도 촌스러운 커피 취향이란 거다. 뭐...취향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이런 촌빨나는 '달달이 믹스커피파'인 내게 전국민의 각성제인 모닝 아메리카노 같은 건 그저, '돈주고 사먹는 쓴 물' 일 뿐이니,
당연히 평소 카페에 갈 일도 거의 없다. 학원 탕비실에 비치되어 있는 노랑 봉지 커피 한두개면 일일 카페인 섭취량은 충분하니, 적어도 매일 한잔 커피값만 아껴도.. 라는 한국인의 고정 멘트도 내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이다. (매일 아껴야 하는 건 사실 따로 있다.. 그게 커피값만 아닐 뿐)
암튼, 그래서 누군가로부터 백만년전 선물받은 스벅 쿠폰은 유효기간 갱신을 거듭하며, 카톡 선물함에 잠들어 있었는데, 그날 퇴근길에 간발의 차로 멈춰선 정지선에서, 하필이면 그날따라 STARBUCKS DRIVE THRU가 눈에 들어왔고, 거길 가려는 차들이 늘 길에 늘어서 있어서 교통체증을 유발하기 일쑤였는데, 그날따라 차가 한대도 없이 한산했고, 그때 문득 머릿속에 스친 생각. 맞아. 쿠폰에 명시된 메뉴가 아니더라도 차액만 지불하면 다른 거 시켜도 상관없다고 했지. 그럼 커피말고 달콤한 케잌이나 한조각 사볼까?
그렇게 된 연유였다. 걸어서 문으로도 안들어가는 스타벅스를 차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다. 키오스크 주문을 망설이는 어르신의 심정이 이렇겠구나. 가파르고 좁은 커브길을 꺾어 들어가자마자 전광 메뉴판이 나왔다. 아...스타벅스의 메뉴가 이렇게나 다양할 줄이야.막연히 케익 한조각이라고만 생각했지 무슨 케잌을 주문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가운데,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카페 하면 떠오르는 내가 아는 이런 메뉴들은 보이지 않고 노랑, 초록, 분홍, 주황 등등 현란한 색상의 이름모를 음료 사진이 네온사인이 춤을 추듯 쉴새없이 움직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스피커폰으로 들려오는 하이톤의 낭랑한 목소리.
"주문하시겠어요?"
순간 다시 한번 당황. 내 목소리가 저쪽에 잘 들리기는 할까? 안들리면 어떡하지? 나는 최대한 메뉴판 하단의 스피커쪽에 가까워지도록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쑥 빼서 보청기가 필요한 노인의 귀에 대고 하듯 큰소리로 말했다.
"케익 메뉴가 뭐가 있는지 볼수 있을까요오오?"
'저기요! 제 말 잘 들리세요?' 라고 할까 하다가.. 이건 속으로만 말무료 카지노 게임. 다행히 소리는 잘 들리는 듯 무료 카지노 게임.
"네에, 고객님. 보이세요?"
그런데 어디서 왔는지, 들어올 때는 분명히 한대도 없던 차들이 어느새 내 뒤로 길게 늘어선 것이 백미러를 통해 보였다.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그런지 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지.. 메뉴판처럼 생긴 전광판이 두개였는데, 어디를 보라는 건지... 나는 두개의 전광판 위로 번갈아 눈알을 굴리며 집중했다. 그러나 여전히 케잌 비슷하게 생긴 건 당최 안보이고 불량식품을 연상케 하는 오색찬란한 음료들과 그 위로 눈덮인 산봉우리같은 휘핑 크림만 보일 뿐이었다.
"아뇨. 안보여요.ㅠㅠ 어딜 봐야하나요?"
"다시 띄워드릴께요 보이세요?"
왼쪽을 봐야하는지 오른쪽을 봐야하는지 물으려는 순간, 오른쪽 메뉴판 아래쪽에 반갑게도 케잌 사진들이 조로록 보였다. 대강 제일 처음에 있는 초코뭐시기 카스테라를 주문하고, '결제는 쿠폰으로 할게요오~' 할머니 귀에 대고 악을 쓰듯 덧붙이고 보니 아차...쿠폰 금액보다 비싼건 추가 비용을 내면 되지만 그보다 적을 경우 남는 금액은 환불이 안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내가 받은 쿠폰이 정확히 얼마짜린지는 모르겠지만 커피 음료 두잔을 살 수 있는 쿠폰이었으니, 조각 케잌 한개 보다는 분명히 비싸겠지. 너무 많이 남지도, 그렇다고 너무 많이 추가 비용을 내지도 않게 커피 두잔을 케잌으로 '최대한등가비스무리교환' 해야했다. 머릿속 계산기가 분주하게 돌아갔다. 평소 스벅을 갈 일이 없으니 쿠폰으로 받은 커피 두잔이 얼마인지 알수가 있나. 그럼 같은 케잌 두조각을 시키면 간단하련만, 또 이왕 공짜 케잌 먹는건데 같은 거 두개는 좀 그렇지 않나.. 하나는 다른걸로 시켜야겠다...그 와중에 미련한 욕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개를 더 고민했다. 내가 그렇게 악착같이 오백원도 손해보기 싫어 머리를 굴리며 버벅거리는 동안 뒤에서 누구 하나 빵빵거리거나 재촉하는 이는 없었지만, 촌스러운 아줌마가 민폐끼친다고 할까봐 괜스리 뒤통수가 따가운 것이... 운전석이 바늘방석같았다.
마침내, '초코뭐시기카스테라'와 '블루베리어쩌고치즈케잌'을 주문했다. 더 필요한건 없으세요? 하는 질문에 뭔가 더 했다가는 뒤에서 들이받힐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왠지 뒷차의 운전자분들께도, 그리고 스벅 무료 카지노 게임 스루의 창가를 지키고 있는 스피커 너머의 직원분께도 미안해져서 뭐라도 한마디 덧붙여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자식들이 사주겠다는 보청기를 돈쓰지 말라 나는 괜찮다며 한사코 마다하는 노인의 귀에 악을 쓰듯이 메뉴판에 대고 다시 한번 이렇게 소리쳤다.
"네, 아..!!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오오~~!!!!!"
말한 순간. 아차..나... 지금 무료 카지노 게임 스루....힝....왠열... 아 쪽....팔려...
혀를 깨물고 있는데,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도레미파솔!의 경쾌한 목소리.
"네네 고객님 알죠 알죠!"
'알죠'를 두번이나 강조하는 친절한 그녀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 무료 카지노 게임.
그렇게 쪽팔림과 눈물핑을 꾹 참고 다시 또하나의 가파른 코너를 돌아 드디어 창가의 그녀와 마주무료 카지노 게임. 하이톤의 목소리로 미루어 짐작하여 상상한 모습과는 다르게 다소 후덕한 모습의 중년의 여성분이었다.
예쁘게 무료 카지노 게임한 두조각의 케잌을 건네받으며 나는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스루에서 포장을 해달라고 했네요. 제가 흐흐흐....제가 요즘 정신이 이래요..."
"흐흐흐. 네네.. 알쥬 알쥬..."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눈을 찡긋무료 카지노 게임.
그날 그녀의 '알쥬 알쥬'는 뭘 안다는 뜻이었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 스루에서 주문한 음식은 포장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시시때때로 깜박거리며 황당하고 어이없는 짓거리를 하는 동년배의 비애를 십분 이해한다는 뜻이었을까. 눈을 찡긋한 걸 보니,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다. 뭐가 됐든, 하루에도 수백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바쁜 시간을 지연시키는 서툰 고객에게 솔플랫(b)만큼의 목소리 톤의 하강이나 눈썹 한올만큼의 찡그림도 없이 환하게 외쳐준 그녀의 '알쥬 알쥬' 는 그날 내내 두고두고 달콤한 케잌보다 더 나를 기분좋게 해주었다.
OO동 스벅 무료 카지노 게임 스루의 직원님. 감사한 제 맘 알쥬? 그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