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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Feb 26. 2025

또다시, 카지노 가입 쿠폰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유 있게 아이스스케이트장에 도착한다는 나의 계획은 어디로 가고, 후모아레나에 도착한 나는 이미 반쯤은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이 더운 날씨에 숙소에서 은행까지, 은행에서 힐튼 호텔까지, 다시 후모 아레나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유아차를 끌고 속보로 걸었다. 분명 오전 10시에 숙소에서 나왔는데, 후모 아레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약속한 1시를 넘긴 상태였다. 택시로 왔으면 10분 만에 도착할 거리를, 은행을 들르고 알아보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케이트교사 다니엘라는 매점 앞에 우두커니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원이의 배꼽시계가 레슨시간 동안 울리지 않도록, 오는 길에 도시락통에 싸 온 수박과 자두를 주원이에게 잔뜩 먹여놓았는데 레슨시간 동안은 배고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이미 1만 보는 더 걸었다. 긴장이 풀려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이 따리 빙상장까지 들어가 구글 통역기끼고 주원이 레슨을 통역하고 싶지는 않았다. 주원이는 레슨이 4일째라 순순히 선생님과 아이스링크장으로 들어가고, 나는 2층의 보호자 관중석에 올라가 주원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우즈베키스탄 명절 때문인지, 지난 3일 동안 그는 도통 잠잠했는데..


"은주, 어디야?"
"나 주원이 교육시키러 후모 아레나에 왔는데?"
"또 거기 간거야? 스케이트가 그리 재밌니? 하하. 일단 알았어."


예상되던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연락이었다.

어제 동네에서 초대받았던 플로프 파티에서 루슬란이 그러지 않았나.

"내일까지는 이드 알아드하 휴일인데, 문제는 공무원들만 쉬어요. 휴~ 저는 출근합니다. 사기업이거든요."


즉, 사기업에 다니는 카지노 가입 쿠폰는 오늘 출근할 것이고, 가족들이 다 함께 사는 집에서 벗어날 수 있고, 가족 몰래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나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친구로 생각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아무렴 어쩌랴. 나는 오늘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보는 마지막 날이다.


2층에서 현미뻥튀기를 먹으며 주원이를 보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카지노 가입 쿠폰가 2층으로 올라왔다.


"카지노 가입 쿠폰! 너 내가 2층 관중석에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한테 GPS를 설치했지. 하하."


여전히 유머를 잃지 않는아이비에커였다. 웃긴 남자를 좋아했던 20대의 내가 넘어갔던 아이비에커의 유머였다. 아이비에커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아이스링크장에는 주원이가 말도 안 통하는 다니엘라 선생님과 펭귄지지대를 오고 가며 아장아장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었다. 아이비에커와 나란히 앉은 나는 어색했다. 정적이 흘렀다.


"너희 명절 잘 치뤘어?"
"바빴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시장에 가서 건강한 양을 고르고, 고른 양을 다시 우리 집에 데리고 와. 너도 가본 그 우리 집 마당 있지. 거기서 양을 죽여야 돼."
"니가 양도 죽일 줄 알아? 칼로?"
"내가 직접 해야 돼. 물론 도축지도사가 우리 집에 직접 와서 지도를 하지. 나는 맨 처음에만 칼로 양을 찌르고, 그다음부터는 도축지도사가 알아서 양의 고기를 손질해 주셔. 그 후에는 그 고기들을 가지고 모스크에 들려서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고기를 기증하고, 모스크는 다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누어줘.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어."

칼로 양을 직접 죽이는 카지노 가입 쿠폰와, 동물이 죽는 게 싫어 채식주의자가 된 나. 우리는 보지 못한 기간 동안 서로 더 많이 달라지고, 문화적으로 더 많이 멀어졌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여행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카지노 가입 쿠폰를 만났다. 무려 그의 집에 들어가, 그의 부모님과 아내와 딸을 만나고, 또 과거 얘기를 하다가 사소한 말다툼도 하고, 혼자 나올 수 있냐는 말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도 생겼다.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나는 15년 전 인연인 그와 아름답게 헤어지고 싶었다. 남편은 나에게 이상주의자라고 했다. 몽상가처럼, 비현실적인 꿈이 실현될 것을 굳게 믿는 순진한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누군가는 그랬다. 어쩌면 이런 순간에도 아름다운 이별을 꿈꾸는 내가 남편말대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성제오빠에게 '오빠, 카지노 가입 쿠폰가 저 혼자 나오라는데요?' 상담을 받은 날, 아름다운 이별을 바라는 나에게 성제오빠는 해결책으로 편지를 쓰라고 했다. 편지를 쓰면 자기 자신의 감정도 정리되고,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도를 풀어서 잘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SNS시대에 무슨 편지인가. 하지만 그 순간 성제오빠의 해결책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틀에 걸쳐서 숙소에서 짬짬이 핸드폰으로 중어편지를 써서 그에게 이메일로 부쳤다. 과거에 우리 이런 일들이 있었고,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그때 나는 너에 대해 이러이러한 오해가 있었는데, 미안하고, 다시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그리고 이 정도 만남으로 나는 매우 만족한다고 하는 작별을 고하는 편지였다. 물론 아이비에커 때문에 의도적으로 나에게 연락하지 않는 바허한테도 길게 편지를 써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냈다. 둘 다 타슈켄트에서는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비에커도 바허도 내 편지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무뚝뚝한 그들이었다.


아이스링크 관중석 내 옆에 앉은 카지노 가입 쿠폰는 그 편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도통 편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내가 편지로 분명 작별을 고했는데도, 카지노 가입 쿠폰는 나에게 다시 찾아온 걸 보니, 설마 편지를 안 본거 아니야?



사실 바로 전날,이런 일도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나 이번주 화요일에 떠나. 그동안 챙겨준게 고마워서 작은 선물 샀는데, 화요일 오전에 잠깐 들를 수 있어?"
나의 문자에 카지노 가입 쿠폰는 손살같이 답장을 줬다.
"들르라니! 그게 무슨말이야. 너 왜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너랑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떨고 싶다고(什么叫做路过?你为什么这么说! 我想跟你见面,吃饭,聊天!)"
들르라는 말이 그렇게까지 발끈할 일인가. 내가 아무리 쿨한 척 해도, 카지노 가입 쿠폰는 자꾸만 쿨한 척하지 않았고, 내가 애써 쿨한 척하며 회피하는 걸 꿰뚫어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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