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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석 Apr 01. 2025

레드 콤플렉스 37화(3부 4화)

우리, 달라지는 건 없겠지?(1)

화요일이 왔다.


지영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출근했고, 당연히 나도, 성이도 가게를 열었다. 지영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웃으며 그 표정을 맞았다. 패리를 만나고 난 후, 난 바로 성이에게 연락했다. 우리 가게의 소줏값은 그렇게 2500원이 됐다.


많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병당 2500원의 소줏값을 치렀다. 테이블 단가는 조금 높아졌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영도 어딘가 들뜨고 즐거운 듯 보였다. 나만 그 애매한 상황에서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별 건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홀로 뾰로통한 정도의 표정을 카지노 쿠폰가, 지영이 주문을 할 때마다 알아채고 놀리듯 지어 보였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일부러는 아니야. 난 그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일 뿐이야. 그 마음의 준비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영업이 끝나고 카지노 쿠폰는 지영을 집에 돌려보내며 내 손목을 잡았다.


“이야기 좀 해.”

“뭘?”

“뭐든 좋으니까, 네 얘기.”


할 말 없어. 그 멘트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카지노 쿠폰 어쩔 수 없이 그저 녀석의 손길에 따랐다.


“네가 바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지난 주말 패리를 만난 얘기를 하는 거라면…….”

“아니, 너도 알 텐데. 평소의 너라면 그랬을까? 내가 시비를 가리자고 이러니? 그냥 네 마음을 알고 싶은 거야. 네가 감추고 있다가 굳이 패리를 만나서야 얘기한 그런 거. 어머니 얘기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좋아, 그렇다 쳐. 하지만 그게 아니라도 네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잖아. 너와 나 사이에.”


카지노 쿠폰는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에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끼어들면서 틀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실종일 수도 있고, 우리가 피 터지게 싸우던 소줏값 인상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갈등을 빚고 있었고, 나는 그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는데 솔직했다.


나는 카지노 쿠폰의 말을 들으며 변명할 거리를 생각했다. 소줏값 논쟁도 정리됐고, 어머니에 대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네게 지금 힘든 일을 혼자만 삭히지 말고, 나한테만이라도 좀 하면 안 되겠니? 넌 내가 맞을 때 같이 맞아준 친구잖아. 난 너처럼 용기 있게 맞아줄 순 없어. 그래도, 그래도, 네가 말을 해야 내가 얼굴을 들이밀든 전 재산을 털어 넣던, 뭘 할지 알 수 있잖아. 적어도 네 얘기를 내가 같이 듣는 게 뒈지게 맞는 것 만큼 위험한 일은 아니잖아.”


카지노 쿠폰는 작정한 투로 이야기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 많이 컸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고딩 때 그 수준에 나를 묶어놓은 것인가. 나도 모르게 카지노 쿠폰를 내 안에 묶어둔 것인가.

뭐가 됐든 카지노 쿠폰가 던지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살갗을 파고드는 건 분명했다. 거기서 버티는 것은 그저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깨를 들척여 보이는 어설픈 시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미안해, 카지노 쿠폰야. 내 마음을 제대로 얘기하지 못한 것도, 네가 이렇게 애쓰게 만든 것도.”

“내가 그런 얘기 듣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넌 네 얘기 하는 게 힘드니?”


카지노 쿠폰의 얘기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 힘들어. 그리고 하고 싶지 않아. 내 마음은 그랬지만, 녀석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도저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지랖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봤지만, 적어도 녀석의 표정과 태도는 그런 단어로 대체되어서는 안 될 그런 것이었다.


“미안해.”


카지노 쿠폰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녀석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카지노 쿠폰 그 이상을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자존심 같은 것이었고, 어떤 면에서는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인간의 관계, 수익의 관계를 깨트리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었다.


성이는 그 말을 듣고 허무한 표정으로 포장마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홀을 성이가 정리하고, 내가 주방을 정리하는 식이었지만, 성이는 그 순간 아무런 체계도 없이 자신의 손에 잡히는 것을 우선으로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말과 마음이 당당하지 못하면 그렇게 아무 것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제, 가자.”


카지노 쿠폰가 한참 손을 놀리고 난 뒤 말했다. 난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난 뒤, 집으로 향했다. 카지노 쿠폰와 어떤 인사를 했는지, 인사를 하긴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는 가게를 열었고, 지영도 일을 나왔다. 우리는 소줏값을 올린 덕분에 500원짜리 동전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를 겪었지만, 그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잠시 불편했지만, 모두가 그 불편에 익숙해졌고, 특히 이제 막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영은 그런 상황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다.


정작 불편한 것은 주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나였다. 손님들의 반발은 없었고, 우리 가게는 원활히 돌아갔다. 내가 마지못해 받아들인 조건은 이 바닥의 자연스러운 논리처럼 여겨졌다.


카지노 쿠폰는 그런 상황을 티 내지 않았다. 다만, 나에게 종종 홀로 나오기를 권유했다. 대부분 지영의 친구들이 찾아왔을 때였다.


제대로, 홀에서 사람을 만나라는 얘기는 아니야. 적어도 얘 친구들한테는 그래 줄 수 있잖아. 카지노 쿠폰는 말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주방에 주저앉았다. 지영의 그 많은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인사를 했지만, 주방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어느 날, 주방에서 몇 남지 않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칼질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동주였다.


“웬일이에요?”

카지노 쿠폰 당황해 물었다. 그러자 동주가 말했다.


“방학이라 집에 가 있다고 여기 못 올 거 있어요? 어차피 지하철 타면 되지. 그리고 오늘은 지영이네서 잘 거예요.”


동주는 오랜만에 나타났다. 게다가 이런 식의 등장과 마주침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와 나, 혹은 그들과 나의 거리와는 결이 다른 방식이었다.


지영의 그 많은 친구들이 몇 번이나 가게를 찾아오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성이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과도 애초에 갖고 있던 거리가 좁혀질 리 없었다. 성이는 그들과 나의 관계를 조금은 더 열린 상태로 봤지만,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그 적당한 거리감과 불편함 안에 머물렀다.


그런데 한 달 만에 갑자기 나타난 동주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 거리를 뛰어넘었다. 내 예상과 반응과 거리와 상관없이 내 손목을 잡고, 나도 가늠할 수 없는 어떤 지점으로 나를 끌고 갔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카지노 쿠폰 이미 그들의 테이블에 합류해 있었고, 동주는 내 잔을 가득 채웠다.


“마셔요.”


자신의 잔을 시원하게 비우며 동주가 말했다. 보통의 나라면, 지금은 업무 중이라서요, 라며 적당히 둘러대고 잔을 치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잔에 담긴 술을 목으로 넘겼다.


청원 공장에서 나온 놈이었는지, 그 알콜의 감각이 사나워서 카지노 쿠폰 그 자리에서 서둘러 인사만 한 뒤 자리를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동주는 다시 내 잔을 채웠다.


“저 일 하러 가야 해요.”

“그러세요. 근데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추가 안주 시킬 손님은 더더욱 없어 보이는데, 그냥 띄엄띄엄 볼일만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싫으면 상관없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마음 있으면 빨리 정리하고 여기 앉아요. 나 오산에서 왔는데.”


그 말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쟤 뭐지?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내 카지노 쿠폰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주방을 적당히 정리하고 그녀 옆에 앉았다. ‘쟤 뭐지’하는 느낌이, ‘난 뭐지’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카지노 쿠폰 골치 아픈 모든 관계를 떠나 갑자기 깊숙이 파고드는 느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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