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살이]
J는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니었다. 수업에 자주 빠지다가, 학기 말에 찾아와서는 우울증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사과했다. 결석이 많았고, 공부를 많이 안 했으니까 성적도 좋지 않았다. 꼭 회복되길 바란다며, 좋은 성적을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그저 그런 말로 그녀를 위로하고 돌아섰던 기억이 있다. (덧, 최근 그녀와의 채팅을 다시 확인해 보니, 그녀가 제때 기말고사를 보지 못해 내가 추가시험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녀 입장에서는 내가 무척 고마웠던 거 같다.) 나는 감정적 위로에는 서툰 편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는 능한 편이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다시 만났다. 솔직히 카지노 가입 쿠폰를 늘 기억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다만, 카지노 가입 쿠폰의 얼굴을 보니 “아, 우울증” 하며 카지노 가입 쿠폰가 겪고 있던 어려움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괜찮아요?”라고 물었고, 그녀는 적잖이 놀란 듯했다. 자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던 것 같다(사실 나도 놀랍다). 그녀는 수업 시간을 착각해서 학교에 일찍 왔고, 나는 강의실을 미리 확인하려고 일찍 왔던지라… 우리는 강의실 앞에 서서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학교를 휴학하고 5개월 가까이 한국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그 과정에서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서 안 좋은 일도 겪었다고 했다. 학교로 돌아온 건 공부를 마치고, 더 좋은 길을 모색해보고 싶어서라고 했다. 더 나쁜 길로 가지 않고, 학교로 돌아온 그녀가 기특했다.
사실, 나도 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모습이 겹쳐져서 나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꼭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해줬다. 사는 건 내뜻과 다른 일들의 연속이고,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건 그럴 때마다 그런 일들에 어떻게 반응해 나갈지 배우는 과정이라고 해줬다.
우리의 마음이 잠깐이지만 매우 강렬하게 통했던 것 같다.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내가 여기에 와서 얼마나 힘든지,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아 힘들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수업이 얼마나 좋았는지, 그래서 자기가 후배들에게 내 강의를 얼마나 추천했는지, 이번 학기도 너무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나를 위로했다.(나를 “이영애 닮은 선생님”이라고 표현해서 잠시 진위를 의심하긴 했다. 이영애가 누구인지 헷갈렸든지,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수업이 시작되자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열렬하게 내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했고, 나 역시 학생들이 말을 하지 않을 뿐 항상 내 말에 주목하고 있고, 매 순간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
J와 나는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다.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가볍게 목례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쑥스러워서 위로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녀를 가벼운 말로라도 위로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 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다.
최근에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다시 읽고 있다. 상처받지 않기를, 상처 주지 않기를 바라며 살아왔지만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이 세상을 살기가 녹록지 않다…. 나는 앞으로 상처를 알아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학생들도 스쳐지나가지 않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이것은 오늘의 반성이자 다짐이다.
문득 생각난 015B 명곡, <우리 이렇게 스쳐보내면
https://youtu.be/XH-9wLrNYcQ?si=iSb0F2_52ZXsaW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