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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자 Feb 21. 2025

어느 날 맛밤이 내게로 카지노 게임 추천

구황작물과 가내수공업사이

필시 나는 오랜 기근이 닥쳐와도 허기짐 모른 채 잘 살 것이다. 밤, 고구마, 옥수수, 감자, 토란, 도토리, 콩 등등. 이 모든 구황작물을 편애 없이 사랑한다.


우리 집은 고구마의 계절이 오면 둔기가 놀라고 갈만한 무거운 무쇠솥에 고구마를 매일 같이 구웠다. 아침마다 엄마는 고구마를 굽고 아부지는 갓 구운 고구마를 꺼내 뜨거운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그릇에 올려두셨다. 즉, 나의 아침밥이 완성된 것이다. 고구마가 나오는 계절이면 매일 아침 군고구마를 먹었다. 일 년의 절반 이상 나의 아침식사메뉴는 군고구마였으므로 집안은 늘 군고구마 냄새로 가득했다. 가족들은 이런 꾸준하고 한결같은 식성에 질렸는지 아무도 군고구마를 먹지 않았다. 결혼과 함께 무쇠솥과 결별을 선언한 후 다소 걱정이 앞섰으나 최근에는 CU에서 군고구마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밤이 나오는 계절엔 밤을 한 솥 삶아 엄마, 아부지가 마주 보고 앉아 밤을 까셨다. 마치 열악한 환경의 가내수공업현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깐 밤은 타파통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고 그렇게 완성된 타파통은 하루 길어야 이틀을 못 넘기고 빈 통이 되었다. 역시 이런 나에게 질려 아무도 삶은 밤에 손을 대지 않았다. 공수에 비해 소비가 너무 빠른 탓에 전혀 타산이 맞지 않는 작업이었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은 이렇게 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일까?


가을은 가내수공업의 극성수기였다. 아침엔 고구마를 굽고 저녁엔 밤을 삶는다. 단조롭고 번잡스러운 공정들이지만 부모님은 아무 불평 없이 딸을 위해 고구마를 굽고 밤을 삶아 주셨다. 고구마와 밤을 같이 삶으면 쉽지 않겠나 생각하겠지만 삶은 고구마는 좋아하지 않는 본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미각을 가진 터라 고구마는 항상 무쇠솥에 따로 구워주셨다. 가끔 무거운 뚜껑을 열어 젓가락으로 쿡 찌르며 속까지 잘 익었는지 확인하면서.


우리 집 아이 역시 엄마의 식성 영향으로 밤을 좋아한다. 어쩌다 군밤 파는 곳을 발견하면 아이가 조를 틈도 없이 이미 한마음이 된 우리 둘은 군밤을 사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 하루는 아이가 수영강습이 끝난 시간이 지나도 집에 오지 않았다. 한참 있다 돌아온 아이는 선물을 사 카지노 게임 추천며 맛밤 4봉지를 내밀었다. 정월대보름을 맞이해 견과류를 구경할 겸 마트에 갔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사 카지노 게임 추천는 것이다.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들었다.

또 흐르지 못하게 살짝 웃었다.


새벽에 잠이 안 온다며 그림 그리고 놀자며 엄마를 흔들어 깨우던 4살 아이는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챙길 정도로 훌쩍 컸다. 중학교 1학년이면 세수하고 이 닦는 것 정도는 세트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매일 아침 아이와 입씨름을 하지만 아이는 내가 전혀 보지 못하는 다른 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들 말하지만 정월대보름 날에 둥근 맛밤이 환히 웃으며 내게로 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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