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어떤 여자의 음식 이야기
깔끔한 정장을 입고 핸드백을 어깨에 멘 채로 나는 전시된 그림들을 천천히 감상하고 있었다.
갤러리 같기도 하고 호텔 전시장 같기도 한 그곳은 꽤나 화려했고 직원들은 모두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내가 어느 그림 앞을 지나가는데 젊은 남자 직원 한 사람이 프런트에서 나를 부르더니 꽃다발을 주는 것이었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그 직원은 내 여동생의 남편이 중국의 재벌인데 내가 전시회에 온 것을 알고 꽃다발을 전해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기쁘게 꽃다발을 받았다. 그 옆에 놓인 선물용 과자들도 가져가라는 것을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비록 내 여동생의 남편은 중국 재벌이 아니지만풍성한 꽃다발을 받는 꿈은 기분이 좋았다.
그 꿈을 꾼 날 아침은 이제 완연한 봄이구나 싶도록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밤잠 설치는 날이 많아서인지푸석푸석 건조했던 나의 얼굴은그날따라빛이 나면서 화장이 잘 먹었다. 기분 좋은 꿈을 꾸어서였을까?
로즈 핑크 립글로스로 마무리 화장을 하고 나서는 무슨 상류층 고급 파티에라도 초대된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는 스팽글과 은사가 섞여 반짝이는 검은색 샤스커트를 입고봄 분위기 가득한 바바리코트를 걸친 뒤출근을 무료 카지노 게임.
사무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 커피 타임을 가졌다. 그때 책상 위에 둔 스마트폰에 업데이트를 하라는 메시지가 떴고, 나는 엊저녁 미뤄두었던 소프트웨어 최신 업데이트를 무료 카지노 게임. 업데이트가 완료되고 나서는 메시지가 왔다는알림이 떴고나는 아무 생각 없이 메시지 확인을 무료 카지노 게임.
'교통법규위반 과태료 확인'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딱 이 내용이었다.
뭐지 이거.......?지난번 OO초등학교 지날 때 속도위반을 했나?
그리고는 무료 카지노 게임 클릭했다.정확하게는 인터넷 주소를 눌렀던 것이다.
그 위에 적혀있던[국제발신]은 당시의 내 눈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뭐가 씌었어도 단단히 씌었나 보았다.
TV 뉴스나 광고에서 그토록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 사례를 봤으면서도 내가 당하던 그 순간에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적힌 사이트 주소를 클릭하자 포돌이가 그려진 포스터 같은 화면이 나왔고 자신의 법규위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 화살표를 클릭하란다.
그때까지도 스미싱은 생각지도 못하고 다만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데스크톱 컴퓨터에서검색을 했다.
교. 통. 법. 규. 위. 반.
국제 발신으로 온 교통법규위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스미싱입니다. 클릭하지 마세요...ㅠㅠㅠㅠ
헉!!!!!!
이런 젠장....!!
그때서야 비로소 [국제 발신]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나의 멘붕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일단 와이파이와 모바일 데이터를 껐다. 그리고 사무실 전화로 주거래 은행에 전화를 해서 관련 사실을 이야기하고 전계좌 지급정지와 입금 정지를 신청했다.
그러고 난 뒤 행정실로 달려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일단 스마트폰부터 초기화하라고 한다.
조퇴를 하고 마침 근처에 있던 스마트폰 서비스센터에 가서 초기화를 위해 줄을 섰다.
내가 놀란 것 하나....
나처럼 스미싱 무료 카지노 게임를 눌렀거나 보이스피싱으로 폰을 초기화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 꽤 길었다는 것!
나보다 앞서 줄 서 있던 분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계좌 이체 하기 전 마지막 순간에 알아차려 욕을 해주고 끊었단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는 순간 다른 곳으로 전화를 하면 이미 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전화기가 움직이며 경찰서, 검찰청, 카드 회사, 은행 대표번호가 전부 가짜더란다. 기업체를 운영하며 나름 똑똑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안 쓰고 있던 카드 하나가 빌미가 되어 그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처음에 나는 악성 앱이 설치되었는지 확인을 하고, 설치가 안 되었으면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스마트폰을들고 돌아갈 심산이었다.그러나 서비스센터 직원 말이, 요즘은 악성앱이 투명앱으로 설치되기도 하고 사진 속에 설치되거나멀쩡한 앱으로 둔갑을 해서 설치되기도 하기 때문에 초기화를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하면서, 초기화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코팅된 A4용지 설명서를 주었다.
그것은 일종의 동의서였다.
당신의 인맥과 당신의 기억과 당신의 추억은 이제 다 사라지는 것이니 그것에 대한 책임을 나중에라도 우리에게 묻지 말라는.
순간 망설였지만 두려움과 불안이 너무 컸기에 초기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몇 년 간 내 손에서 익어왔던 그 전화기 속의 모든 것들은 전부지워졌다.
남편의 전화번호도 아들의 전화번호도 부모님과 동생들, 그리고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숫자들이 다 사라졌다.
인생샷이라며 좋아했던 사진과 가족들과의 소중한 순간들을 간직한 사진들, 내 발길이 닿았던 모든 곳들에 대한 사진들과, 함께했던 따뜻한 추억 속의'맛'을 담았던 사진들이서비스센터 직원의 손가락 하나에 몽땅 다 삭제되었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나서는 통신사 직영점을 방문해서 내 명의의 휴대폰 개설을 금지하기 위한 '명의도용방지 서비스' 신청을 무료 카지노 게임. 114에 전화해서는 '소액결제 차단 서비스'를 신청했고 '번호도용방지 서비스'라는 것도 신청무료 카지노 게임.
'번호도용방지 서비스'는 무료인 데다 114에 전화만 하면 신청이 되는데 왜 이 서비스를 이동전화 개통 때 자동으로 해주지 않는 것인지 참 의문이 들었다.
이틀 동안 택시만 6번을 탔고 버스를 한 번 탔다.
이 은행, 저 은행, 주민센터, 경찰서 등 온갖 장소를 미친 여자처럼 왔다 갔다 무료 카지노 게임.
정신이 없었지만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ㅠ
너무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내 차를 운전해서 어딘가로 갈 수가 없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가고 멀면 택시와 버스를 타며 나는 거의 초인적인 힘을 내고 있었다.
스미싱 무료 카지노 게임를 클릭하고 나서 나는 일처리를 위해 정말 힘들게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을 들고 경찰서를 가는 것이었다.
나중에 112에 전화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이런 일은 무조건 경찰서를 가는 것이가장 빠르면서도 에너지를 덜 빼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렇게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나는 배가 고픈 줄도 몰랐고 너무 놀라서인지 입맛도 없었다.
다행히 돈이 빠져나가거나 소액결제가 되었다거나 하는 피해는 없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기 전 멈추었기 때문이지만 언제 또 어떻게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필요한 조치는 모두 해두어야 무료 카지노 게임.
거실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작은 움직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진이 빠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입 안은 바짝 말라 있었고 뱃가죽은 등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생각나는 모든 음식들이 다 느끼하게 여겨졌고구역이 올라왔다.
겨우겨우 둥굴레로 찻물을 만들어 따뜻한 밥 위에 부었다. 반찬은 고추장 무료 카지노 게임조림 한 가지.
다행히도 입에 맞았다.
찻물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주었고 고추장 무료 카지노 게임조림은 예민해진 위를 달래주었다.
원래도 잠을 자주 설쳤는데 그 사건 이후로 지금까지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다.
처음에는 연락처가 혹시라도 그들의 손에 넘어가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또 다른 피해를 입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쳤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돈을 잃지는 않았으나 그 무료 카지노 게임를 클릭했다는 사실,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에 내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그 사실.그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잠이 안 오는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느려도 스마트폰의 속도가 느려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덜컹덜컹 내려앉았다. 큰소리에도 놀라고 냄비에 찌개가 끓어 넘쳐도 놀랐다.
작년 겨울부터 슬슬 불기 시작한 몸무게가 걷고 뛰고 해도 안 빠져 속상했는데 이번 일로 3Kg이 빠졌다.
보톡스를 맞아도 별 효과가 없던 턱살들은 지인이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빠졌다.
이 정도에도 이렇게나사람이 심약해지고 트라우마가 생기는데, 이보다 더 큰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헤쳐 나오기가어려울지, 안 당해본 사람들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언제쯤이면 이런 사기들은 사라질까?
정말 개인이 조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보이스피싱은 그렇다 쳐도 무료 카지노 게임 클릭 정도로 사람들의 돈이 빠져나간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
사기꾼들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스마트폰 개발자의 능력을 앞지를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사기꾼들이 스마트폰 개발자들보다 위에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그런 방향으로는 문외한이라 몰라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쁜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잊을 수가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면서 잃어버린 추억들만큼 새롭게 더 좋은 추억들을 만들면서 그렇게, 다가올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지나다 보면 겨울쯤엔 웃으면서 이번 일을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아니, 그때쯤엔 웃으면서 행복한 일들을 이야기 나누느라 이 따위 거지 같은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