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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나 Mar 23. 2025

도넛 아니고, '카지노 가입 쿠폰'입니다.

음미하다. 29

분명 하늘나라 거인의 반지였을 것이다. 지금이야 원어민 발음 한껏 살려 ‘도넛’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도나쓰’였다. 텔레비전에서 본 ‘도나쓰’는 기름에 튀겨 황금색으로 빛나는 데다가, 하얀 설탕으로 눈부시게 치장까지 한 황홀 그 자체였다. 그것은 단순한 빵이 아니었다. 텔레비전 속 도시 애들에게만 허락된 것 같은, 도시의 상징이기도 했다. 핫도그와 케첩이 그랬고, 마요네즈가 그랬던 것처럼 ‘도나쓰’도 그랬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시골을 가난하고 더럽고 무식한 곳으로 단정 짓는 것 같은 텔레비전에 대한 반항심이 내 안에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시켜준 적 없었지만, 스스로 시골 대표가 되어, 도시와 보이지 않는 싸움을 했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도시 애들이 먹는 거? 나도 먹는다!’ 도시 사람들과 같은 걸 먹으면 이기는 줄 알았다. 지금이야 어이없어 웃지만, 그때는 정말 진지했었다.근처에 카지노 가입 쿠폰 파는 곳이 없으니, 만들어서라도 먹어야 했다. 하지만 부모님을 포함해 동네의 어느 누구도 카지노 가입 쿠폰 만드는 법을 몰랐다. 재료도 방법도 모르는 거대한 장벽을 만났지만, 걱정도 포기도 출연 금지였다. 고난 없는 멋진 이야기는 없으니까 말이다.


‘머리를 쓰자! 머리를! ‘도나쓰’는 빵이니까 당연히 밀가루가 필요하고, 튀겨야 하니까 기름이 있으면 되고, 마지막에 설탕만 뿌리면 끝?’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밀가루, 식용유, 설탕이라면 우리 집에도 있었다. 어머니의 외출을 틈타, 거사를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야심 찬 계획과는 달리, 반죽 만들기부터 쉽지 않았다. 손에 덕지덕지 붙은, 질퍽대는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느라 얼굴과 옷이 밀가루 범벅이 되는 것은 당연했고, 부엌이 점점 겨울왕국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불호령이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쳤지만, 당장 닥치지 않은 재난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밀가루와 물을 번갈아 넣은 끝에, 겨우 반죽 비스무리한 것을 만들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는 반지 모양으로 찍어낼 틀이 없다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또다시 생각의 시간이었다. 커다란 원 한 개와 작은 원 한 개를 생각해 낸 나 자신이 무척이나 기특했다. 부엌과 가게를 뒤져 밥그릇, 국그릇, 주전자 뚜껑, 맥주잔, 소주잔, 간장 종지, 콜라병, 막걸리 뚜껑 등을 찾아냈다.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까지 나올 판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보이는 맥주잔과, 막걸리 뚜껑을 골랐다.


이런! 산이 또 있었다니! 맥주병으로 아무리 애쓰며 밀어도, 반죽이 밀리지 않았던 것이다. ‘도나쓰’ 반죽이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쓸데없는 탄성을 자랑하며 굳건하게 뭉쳐있는 반죽 덩어리를 보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결국 손으로 찢다시피 억지로 반죽을 폈다. 맥주 컵으로 동그란 모양을 찍어내고, 그 가운데를 막걸리 뚜껑으로 재빨리 찍어내니, 얼추 반지 비슷한 모양새가 되기는 했다. 냄비에 식용유와 토실토실한 반죽을 넣고 석유풍로(곤로)에 불을 붙였다. 일 초라도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제일 센 불로 했다. 이번에야말로 도시 애들을 이길 것 같은 근거 있는 자신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뜨거운 기름 속에서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반죽이 보였고, 내 속은 더 타들어 갔다. 속은 전혀 익지 않은 채, 겉만 완벽하게 타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탕을 듬뿍 묻혀 먹어봤지만, 밀가루 비린내와 탄 맛뿐이었다. 그렇게 ‘도나쓰’는 매몰차게 나를 떠났다.


도시 애들을 이기는 것이 시골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리던 그때는, 부족함이 가득했었다. 물건도 정보도 돈도 모든 게 다 부족카지노 가입 쿠폰. 그래서 불편카지노 가입 쿠폰.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아서였을까? 부족함과 불편을 탓하기보다는, 대안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 하지만 고심 끝에 나름 최선의 결정을 한다고 해도, 쓰디쓴 실패는 단짝처럼 나를 쫓아다녔다. 덕분에 나는 내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단단한 경험을 마음껏 했고, 지금도 여전하다. 이 얼마나 사피엔스적이고 또 사피엔스적인가?


‘고민은 우리가 할게요. 당신은 예쁘게만 사세요.’라며 과한 친절을 베풀던 가전 광고 문구가 무서웠던 이유다. 고민도 생각도 없이, 누군가 정해준 대로 예쁘게만 사는 인간이라? 인간의 학명에서 드디어 사피엔스를 떼어낼 때가 된 것인가?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인류도,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지기도 했다’라는 말이 아이들의 역사책이 등장할까 봐 오싹해진다. 생각과 분리된 인간의 등장이 두렵다. 생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족함을 사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부족함은 생존을 위협하는 궁핍과 다르고, 모자라면 문제가 되는 결핍과도 다르다. 부족함은 채움의 여지가 있는 소중한 빈틈이다. 어떻게 빈틈을 채울지, 카지노 가입 쿠폰면 채우지 않고 어떻게 여백으로 남길지를 생각하며, 지혜의 싹이 자라게 된다. 하지만 같은 생각이라도 풍족함에만 기반하면 자칫 잡념과 욕심으로 흐를 수 있다. 오늘도 여기저기 부족함이 보이는 하루가 나에게 왔다. 덕분에 생각하는 힘을 키울 기회가 또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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