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출동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비닐하우스가 일부 소실된 상태였고, 관계자에 의해 자체 진화가 이뤄진 상황이었다.
비닐하우스 주변을 둘러보니, 지붕 위에는 며칠 전 내린 비가 고여 있었고 맑게 갠 하늘 아래, 투명한 물방울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평화로운 풍경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이미 화재의 단서가 숨어 있었다.
비닐하우스의 투명 비닐과 고여 있던 물방울은 햇빛을 한 곳으로 모았다. 이러한 현상은 '렌즈 효과' 또는 '집광(集光) 현상'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물체(유리 조각, 물방울, 투명 플라스틱 등)가 햇빛을 받아 빛을 한 점에 집중시키고, 그곳에 놓인 가연물이 열을 받아 발화하는 현상이다. 마치 어린 시절, 돋보기를 이용해 햇빛으로 종이를 태워보던 기억과 비슷한 원리다.
비닐하우스에서는 고여 있던 물방울이 렌즈 역할을 했다. 강하게 집중된 햇빛이 바닥에 쌓여 있던 마른 잡풀에 닿았고, 결국 불이 붙으며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이번 화재를 통해 자연적 요인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비닐하우스처럼 투명한 재질의 구조물은 비가 온 뒤 고인 물방울로 인해 의도치 않은 화재 위험을 키울 수 있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비닐하우스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지붕 위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관리하고, 바닥에 마른 잡풀이나 가연성 물질이 쌓이지 않게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물방울 하나가 만든 뜨거운 점이 불씨로 이어지며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