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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Jan 16. 2025

야구를 몰라도 스토브리그는 봐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유

왜냐 끝내주는 드라마니까요..

*해당 글은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발 봐주세요. 그냥 봐주세요..


스포츠엔 영 흥미도, 관심도 없다. 붉은 악마 신드롬이 불었던2002년 월드컵 때나어른들 사이에서 빠지기 싫은 치기로 경기를 강제 관람했을뿐 월드컵, 올림픽은 물론 스포츠와 관계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도 거의 본 적 없다. 김연아, 손흥민, 박세리 등 걸출한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대단하다', '멋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직접 경기를 보거나 덕질의 일부로 포함하려는 시도는 해본 적 없다. 헬스를 하고 있지만 스포츠의 영역으로 묶기엔 건강을 위한 '운동'의 개념으로 받아들일뿐더러스포츠를 하기 위한 준비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더더욱 거리감이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스포츠와 나는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서로 지나갔는지도 모르는그런 관계란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호기심을 유발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긴 했다. 첫째, 야구팬들, 흔히 '야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왜 맨날 화가 나있을까. 아무리 덕질이 자해라지만 저렇게까지 매일 화를 낼 거라면 그만두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아니면 야구팬들은 화내는 덕질이 행복한 변태들인가. 둘째, 가족 단위로 덕질을 하려면 정녕 스포츠 덕질이 답인가. 엄마는 이찬원 팬이고 딸은 라이즈 팬임에도 서로를 이해 못 해 사연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는 일이 빈번한데축구나 야구 관중을 보면 엄마부터 아빠, 아들, 딸까지 죄다 유니폼을 입고 목 놓아라 최애팀을 부르짖는 모습이 매우흔하다. 덕질은 지구촌 너머 외계인까지 뭉치게 하는 힘이 있다지만 스포츠 덕질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걸까. 그리고 이 글의 발단이 된 셋째, 스토브리그는 왜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띵작'이라 일컫는가.


스토브리그에 대한 찬사는 구전설화처럼 오래도 들어왔다. 꼭 드라마 덕후갤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이 드라마는 꼭 봐야 한다', '진짜 이거 안 보면 인생 손해 보는 거다' 등등 예찬에 가까운 평가가 이어졌다. 무언가에 빠지면 나만 알 수 없단 마인드로 절절히 영업하는 거야 덕후 특징이니 그렇다 치는데, '야구 몰라도 괜찮아, 그냥 봐도 상관없어'라는 말이 와중에 꽂혔다. 정말? 그 복잡한 야구 룰을 몰라도 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야. 그리고 정확히 4일 뒤 이 사람은 "인생 손해 보지 않고 사는 인생 꿀팁: 스토브리그 보는 것"이라고 인스타에 올립니다.(눈치채셨겠지만 4일 만에 16화를 다 봤단 얘깁니다)


새로운 덕후가 되어버린 자로서 스토브리그를 봐야 하는 이유. 어디부터 써야 할까요. 웅장해지는 가슴을 뒤로하고 침착하게 넘버링을 하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째, 인간적이다.이 드라마의 주된 배경은 드림즈라는 만년 꼴찌 야구팀의 구단으로, 구단주로 '백승수'라는 인물이 등장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누구도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뉠 수 없는 입체적인, 그래서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앞에 서면 절로 악성 건조피부가될 것 같은 극악의 건조함을 보이는 백승수는 일은 완벽하지만 주변인들과 애정을 나누는것은 서투르고(일 때문에 시간이 안 나서 애정을 못 주는 워라밸이 붕괴된 형태가 아니라개인적인 사연이 있기 때문) 초반부 내내 '악인'이라 생각했던 임동규는 돈과 성공이 아닌 '경기장에서 쥐포 팔던 아줌마, 본인 이름을 부르짖으며 술주정하는 아저씨'를 위해 악착같이 드림즈에 남고 싶었다 고백한다. 선인이라 생각했던 감독은 아들의 병원비를 위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 사장을 돕던 스카우트 차장은 결국 양심을 따른다. 이처럼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고민하고, 번뇌하고 갈등하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둘째, 편견을 깬다. 운영 팀장이세영은 야구판 최초 여성 운영 팀장으로 나온다. 그녀는 룸쌀롱에서 자신을 위협하고 상사를 모욕한 선수에게 유리잔을 던지며 분노를 표출할 줄 알며, 사장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수긍하는 법이 없다. 구단도, 팀도, 코치진도 남성들이 그득한 배경 안의 이세영은 절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체념하지 않는다. 그녀와 같이 일하는 한재희도 편견을 깬 인물 중 하나다. 중견기업 창업주의 손자로 입사 때부터 '금수저', '낙하산'을 닉네임처럼 달고 다닌 그는 제일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자,자비로 야구 수업까지 받아가며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이외에도 야구선수 시절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백영수에게 '야구를 해본 적이나 있냐'라고 반문하는 코치진의 모습, 마케팅팀 팀장의 나잇대를 보고'집에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라'라고 했다가 일격을 당하는 백승수의 모습 등 드라마에서 나오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우리는 되새기게 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확인해야한다는 걸.


셋째,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이야기한다. 사실 일에 있어서 무엇이 선이고 악이라는 건 판단하기어렵다. 재송그룹 입장에서는 몇 년 내리 적자를 낸 골칫덩어리 드림즈가 악일 테고, 드림즈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들어 드림즈를 함부로 해체하려 드는 재송그룹이 악일 테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대상은 다소 이상적이긴 해도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야하)는 독립적 개체고, 스포츠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단과 선수들, 감독 이하 코치진들의 열정과 정성은 그 어떤 수익 모델로도 측정하기 힘든 가치가 있다. 결국 중립적 대상의 근본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선이 되며, 우리는 이들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백승수 단장은 본인이 우승을 시키는 팀마다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말했지만, 스포츠를 스포츠 자체로 바라보고 대하려 하는 그의 진심은 결코 실패가 될 수 없다. 드림즈 역시 우승을 목표로 했다 해도 스포츠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로 살아남게 된 팀이니 어찌 꼴찌팀으로만 부를 수 있을까.(드림즈야 가을야구 1등 했니 흑흑..)


이 모든 걸 16화에 담아낸 작가님의 역량과 쇼츠와 릴스로 절여진 뇌도 집중하게 만드는 미친 연출을 만들어낸 감독님에게도 '샤라웃'하고 싶지만.. 무엇보다왜 사람들이 남궁민, 남궁민 하는지 알게 되었다죠.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고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지만 주로 드라마판에서 활동하는 그의 작품을 볼 일이없었는데, 그는 눈물을 애써 참는데 나만 혼자 대성통곡을 하는 걸 보며 그가 왜 대배우인지를 알게 되었다. 오정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이미 연기력을 확인했던 터라 엄청나게 놀라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때리고 싶었어요. 너무. 이런 대단한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됐다니, 과메기를 먹지 않았던 시간보다 더 후회된다.


스토브리그는 2019년에 방영되었다고 하던데, 그 이후에 드라마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죄다 피, 폭력, 혐오로 얼룩진 드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취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결과물을 함부로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만 '도파민'을 이유로 인간의 악을 낱낱이 밝혀주겠다 작정하고 전시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유치하고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생각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스토브리그가 더내 마음에 꽂혔는지도 모른다.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거나 힘이 세거나 하는 사람들이 강한 면모를 과시하기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는 서로를 도울 거다'라고 얘기해 주는 드라마라서. 그 안에서 분투하는 모두의 모습이 어쩐지 나와, 내가 지향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과 닮아있어서. 아, 그래서 야구 몰라도 볼 수 있냐고요? 야구의 ㅇ도 모르는 제가 봤으니 여러분들도 가능합니다. 꼭. 꼭 보세요.


카지노 게임 사이트어떡해 백승수 웃는 것만 봐도 눈물 나요 근데 고세혁 팀장은 왜 껴있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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