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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 Apr 19. 2025

오픈 콘클라베! 영화 콘클라베

바티칸과 콘클라베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린 영화였습니다.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졌으니까요. 교황 선종 후 차기 교황을 뽑는 선거가 제목으로 올라온 영화 <콘클라베에 제가 흥분했던 것입니다. 혼자만 보기 아까울 것 같아 온 가족에게 개봉일인 3월 5일을 공표하고 단체 관람을 종용했습니다. 제가 나서서 예매도 서둘렀습니다. 그런데 조금은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화제를 끌 것이라 생각했던 그 영화가 개봉관조차 찾기가 힘든 것이었습니다. 관람이 쾌적한 프리미엄관은 아예 배정조차 돼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극장들은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동네의 단골 L 극장은 그랬습니다. 그래서 원하지 않는 시간대와 좌석의 <콘클라베를 보았습니다. 제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이유는 그 시점 개봉 1주일이 된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온 극장을 도배했기 때문이었습무료 카지노 게임. 하지만 40일이 지난 4월 15일 현재 서울의 강남서초구만 보았을 때 <콘클라베는 11개 관에서 상영 중이고 <미키17은 딱 1개 관만 상영하고 있습무료 카지노 게임. 상영을 시작한지 오래되었음에도 <콘클라베는 개봉일보다 오히려 상영관을 훨씬 늘린 것입무료 카지노 게임. 아마도 최소 이번 주말인 부활절까지는 상영이 되리라 생각됩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교황 선종 후 신임 교황의 선출 과정을 다룬 영화 '콘클라베'의 포스터


영화를 보고 난 후 저의 기대감은 충족이 되었습니다. 콘클라베가 시작된 이후 천여년간 외부인은 절대 볼 수 없던 신임 교황 선출 과정을 영화 <콘클라베를 통해 볼 수 있었으니까요. 마치 어둠 속에서 숨어 훔쳐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영화 <콘클라베와 실제 콘클라베의 일치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관계자들은 최대한 검증을 해서 진짜처럼 준비를 하고 영화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저는 현존하지만 신화와도 같은 콘클라베를 보고 싶어서 영화 <콘클라베를 기다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극장들이 저의 기대감과는 달리 처음엔 이 영화를 차별했습니다. 시장의 논리를 따른 것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콘클라베가 열리는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입니다. 그다음으로 작은 모나코의 1/5에 불과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작은 나라입니다. 서울 여의도의 1/6 정도의 크기라면 실감이 될 것입니다. 뒤에 붙는 시국()은 말 그대로 시 하나가 국가인 나라를 칭합니다. 영화 <콘클라베의 세트와 로케이션은 그 바티칸만큼이나 작습니다. 실제 영화는 그 작은 바티칸의 공간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확히 2시간인 120분 동안 그 소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을 다룹니다. 바티칸을 둘러싸고 있는 그 멋진 고도 로마도 나오지 않습니다. 교황이 선종하면서 영화는 시작되고 교황이 선출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단조롭고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투표를위해 세계에서 몰려온기경들이 입은 카디널 컬러만이 내내영화를 붉게 물들이며 정점인 신임 교황의 선출을 향해 갑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성 베드로 대성당 위에서 바라본 바티칸과 로마 시내 모습


세상과의 단절, 그것이 콘클라베입무료 카지노 게임. 열쇠로 잠근 방이라는 콘클라베(conclave, 라틴어 cum clavis)의 뜻처럼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그 방을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습니다. 실제 영화 <콘클라베에서도 투표장의 육중한 문이 닫히며 이제는 세상과 단절된다라는 멘트가 거듭 강조됩니다. 그곳에서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콘클라베의 기본 룰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 교황에 의해 만들어졌습무료 카지노 게임.


신임 교황은 투표자의 2/3 이상의 표를 얻어야 선출이 됩니다. 그 기간 중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외부와는 오로지 굴뚝을 통해서만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습니다. 검은 연기와 하얀 연기로 말입니다. 과거엔 정확히 그랬습니다. 그래서 콘클라베 기간 중엔 물과 음식과 포도주를 투표장에 넣어주었습니다. 신임 교황 선출이 예상보다 늘어지고 늦어지면 속도를 가하기 위해 음식량을 줄여서 넣어주었다고도 합니다. 추기경 그들도 배고픔을 느끼는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그날 결정이 나지 않으면 영화 <콘클라베에서처럼 지정 숙소인 성 마르타의 집으로 가서 취침을 하고 다음날 아침 출근해 투표장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물론 그래도 외부와의 접촉은 절대 금지입니다. 숙소에 커튼은 가려져있고 전화기는 모두 수거됩니다. 20세기 이후 열린 10번의 콘클라베에서 소요된 평균 기간은 3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명배우 랄프 파인즈입니다. 그가 교황 선종 시 가장 바빠지는 교황청의 궁무처장(Camerlengo) 역(로렌스 추기경)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궁무처장은 교황의 비서실장으로 콘클라베 기간 중엔 선거관리위원장을 맡는 추기경입무료 카지노 게임. 아울러 그는 그 권력의 공백 기간 동안 부재한 교황의 대리 역할을 하는 최고 결정자가 됩무료 카지노 게임. 영화에서 보듯이 그는 신임 교황 후보자의 자격에 이상이 없는지를 집요하게파헤치고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유력 추기경이라도 후보에서 배제시킵무료 카지노 게임.


무료 카지노 게임영화 '콘클라베'에서 주인공인 궁무처장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 (앞줄 가운데)


궁무처장이 교황 선종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교황의 반지를 빼서 망치로 쪼개듯이 금을 내는 것입니다. 국새와도 같은 그 반지의 효력이 중지됨을 알리는 것입니다. 교황은 종교적으로 전 세계 14억명을 돌파한 카톨릭 신도를 이끄는 최고 수장이면서 국가적으로는 바티칸시국의 군주입니다. 그의 임무와 권력을 상징하는 반지를 더 이상 못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 <콘클라베에도 초입에 반지에 금을 내는 이 장면이 나옵니다. 어부의 반지라고 불리는 교황의 반지는 예수의 수제자인 베드로와 관계가 있습니다. 예수를 만난 후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바뀐 초대 교황 베드로의 사명감이 그 반지에 담겨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의 장례식이 끝나고 전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의 집합이 완료되면 콘클라베는 시작됩니다. 통상 선종 후 15일 시점이 됩니다. 영화에선 3주로 처리했습니다. 콘클라베는 바티칸에 있는 3개의 성당과 연관이 있습니다. 오전엔 바티칸의 상징과도 같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위한 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오후에 파올리나 성당에 모여 다 같이 성가를 부르며 투표장으로 입장을 합니다. 투표장은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입니다. 그리고 문이 굳게 닫힙니다. 본격 콘클라베의 시작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추기경들은 투표 전 선서를 하고 투표에 돌입합니다.


바티칸엔 많은 예술가들의 유명 작품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돋보이는 예술가는 바로 언급한 미켈란젤로일 것입니다. 우선 위의 성당 중 성 베드로 대성당엔 그의 대표 조각상인 <피에타가 있습니다. 그리고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엔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천정과 제단 뒷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이 명화들은 완전체로는 나오지 않지만 계속해서 언뜻언뜻 비칩니다. 특히 궁무처장 역의 랄프 파인즈가 투표를 진행하며 고심할 때마다 그 뒤에 있는 <최후의 심판 그림을 보여줍니다. 주로 지옥 부분입니다. 그렇게 그 성당을 1481년에 복원한 식스투스 4세 교황의 이름을 딴 시스티나 성당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는 세트를 지어 촬영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가 열리는 영화 속 모습


사도 바울의 이름을 따서 1540년에 세워진 파올리나 성당에도 미켈란젤로의 유명 작품이 두 점 걸려 있습니다. 스승인 예수와 똑같이 죽을 수 없다며 거꾸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성 베드로의 순교와 기독교도들을 탄압하던 바울이 예수를 만나 개종하는 장면을 그린 <바울의 회심이란 그림입니다. 이 두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드로의 순교 그림에서 보이는 베드로는 죽어가면서도 눈빛만은 형형하게 그림 밖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초대 교황인 그가 흡사 후대 교황들에게 똑바로 일하라고 안광을 발사하는 것만 같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 라파엘로에 이어 성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 감독을 역임했습무료 카지노 게임. 그 성당은 1506년에 착공해 미켈란젤로(1475~1564) 사망 56년 후인 1620년에 완공이 되었습무료 카지노 게임. 이렇듯 미켈란젤로가 많이 보이는 바티칸이고 콘클라베입무료 카지노 게임.


'베드로의 순교', 미켈란젤로, 1550


바티칸은 성 베드로의 땅입니다. 그가 순교한 곳에 그의 이름을 딴 대성당이 세워졌고, 지하에 그의 무덤이 있으며, 사후 그는 그곳의 주인인 초대 교황으로 추대되었습니다. 현재 프란체스코 교황까지 266대를 내려온 교황의 선조가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바티칸은 성 베드로의 지분이 가장 많은 성지인 것입니다. 과거엔 그의 힘이 로마 시 전체까지 발휘되었습니다.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어느 시점 도시 로마는 교황이 다스리는 지역이 된 것입니다. 313년 선포된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며 로마 교구의 지위가 점차 올라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서방 기독교를 상징하는 도시가 된 것입니다. 오늘날까지 우리가 카톨릭을 로만 카톨릭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곳에 로마 교구의 주교인 교황과 교황청(성좌, Holy See)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기독교의 5대 교구였던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크, 예루살렘 교구는 쇠퇴하고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과 로마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었습니다. 결국 두 교구는 1054년 동서교회 대분열로 동방 정교회와 서방 카톨릭으로 나누어졌습니다. 바티칸은 교황청의 세속 국가명입니다.


하지만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고 이탈리아 왕국이 세워지며 바티칸은 위기에 빠집니다. 로마의 위기입니다. 그 이전 가리발디, 마치니, 카부르 등의 통일 세력이 준동할 때부터 위기감을 느낀 당시 교황 비오 9세는 로마에 프랑스군을 주둔시켰습니다. 하지만 1870년 프랑스에서 프로이센과의 보불전쟁이 발발하며 그들은 본국으로 철수했습니다. 제 코가 석자이니 아무리 종교와 신앙심이 중요하다 해도 타국에 있을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프랑스군이 철수하자마자 통일 세력은 기다렸다는 듯이 로마를 점령했습니다. 그들에겐 유대 민족인 성 베드로보다 라틴족의 본향이자 고대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가 더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이탈리아는 1870년 완전히 통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마는 1년 후인 1871년 명실상부한 이탈리아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이었습니다. 로마를 빼앗긴 교황 비오 9세는 그때부터 그의 집무지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식민지 아닌 식민지로 있던, 59년이나 지속된 이 시기를 역사에선 바티칸 유수라고 부릅니다. 교황청이 강제로 프랑스 남부로 옮겨진 아비뇽 유수에 빗대어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그 기간 영토를 상실한 바티칸은 세계 카톨릭의 본부라는 종교적인 중심지 역할만 하였습니다. 이후오늘날과 같은 바티칸시국으로 독립한 것은 1929년 라테라노 조약을 통해서였습니다. 교황 비오 11세와 무솔리니 총통이 조약 당사자였습니다. 그러니 로마는 바티칸 입장에선 언젠가 수복해야 할 도시일 수도 있습니다.


베드로의 순교지에 세워진 성 베드로 대성당


개봉 40일 후인 오늘 영화 <콘클라베를 극장에서 한 번 더 보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어서입니다. 다시 보니 그래도 개봉 첫날 꼼꼼히 본 것 같았습니다. 하나 콘클라베가 열린 그 갇혀있는 시간 동안 투표에 가려진 인간의 모습은 그때보다 잘 보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108명의 추기경들이 배고픔만을 느끼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잘 보인 것입니다. 꼭 그런 것도 아니겠고, 영화 속 한 사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벨리니 추기경은 콘클라베에 모인 추기경 치고 교황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고언성을 높입무료 카지노 게임. 궁무처장인 로렌스 추기경은 투표를 진행하기 전 모인 추기경들에게 확신의 위험성을 경계하며 확신을 가진 사람보다는 의심하는 사람을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해야 한다라고 강변합니다.


<콘클라베는 다큐멘터리에 적합한 소재를 픽션인 영화로 만들다 보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속내를 드러내는 이런 사이코로지컬한 측면에 더해 피지컬한 측면까지 터치하니까요. 그런 정중동 속에 드디어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된 것입니다. 그 순간을 고대하던 밖의 신도들은 환호성을 지릅니다. 동시에 굳게 잠겨있던 시스티나 성당의 문은 열리고 콘클라베는 끝이 났습니다. Happy E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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