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퀀트 트레이딩이 뭐냐?'하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바위와 자갈들이 들어 있는 병안에 흙을 채우고 또 고운 모래를 부어 마침내 병안을 완전하게 만드는 일입니다"라고 말이다.
퀀트 업계 전반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그런 팩터 카지노 게임들, 가령 주식 모멘텀(Equity Momentum)과 주식 밸류(Equity Value) 같은 카지노 게임들은 여기서 말하는 바위와 자갈들이다. 이러한 카지노 게임들은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여왔고 또 카지노 게임들의 로직 자체가 굉장히 탄탄하며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도 이러한 카지노 게임들은 작동할 것이라 우리는 믿을 수 있다. 또한 자금 수용력 자체가 매우 크기 때문에 포지션을 구축함에 있어서 많은 양의 자금이 투입되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서로 반대되는 통계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결합되었을 때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카지노 게임들이다. 주식시장은 추세장과 횡보장의 반복으로 그 흐름이 만들어지는 곳이기에 모멘텀과 밸류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궁합이 좋은 카지노 게임 페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이러한 주식 모멘텀과 주식 밸류를 결합한 팩터 포트폴리오의 성과인데 앞서 언급한 카지노 게임 페어의 상보성 덕분에 수익 곡선이 별다른 기울기의 붕괴나 연간 손실 없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AQR의 수장 클리프 애스니스가 말한 것처럼 'Value and Momentum Everywhere'다. 아니. Value and Momentum F**king Everywhere다.
문제는 이것이 순전히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만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단순히 투자의 관점에서 퀀트를 접근하겠다라고 한다면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장기적인 방식의 투자를 지향하는 개인 투자자들이나 바이사이드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퀀트 투자는 믿음과 실천 그리고 인내의 문제이지 기교나 테크닉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칙연산을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정도면 이 정도의 카지노 게임이나 포트폴리오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트레이더'의 관점에서 보면 위의 포트폴리오는 유혈이 낭자하는 참혹한 대혈투 그 자체다. 항상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모든 일이 쉬워 보이지만 그 과정의 중심 속에서 온전히 모든 종류의 변량을 감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투자와 트레이딩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퀀트 트레이더에게는 흙과 모래가 필요하다. 조밀도(Granularity)가 높은 카지노 게임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기존의 팩터 카지노 게임들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흙과 모래를 부어 낙폭으로 인해 발생한 틈을 촘촘히 메꿔주어야 한다. 퀀트의 성학십도나 시장미시구조를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체결 주기의 다이얼을 조금씩 돌려 하루에 두 번, 한 시간에 한 번, 1분에 한 번, 이렇게 더 깊은 차원으로 계속해서 침잠해 들어가 그 속에서 곱디고운 모래를 발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