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라라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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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ra 라라 Feb 19.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伴侶)

- 라라 소소 66

혼자 살게 된 이후로 집에 사람이나 식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다. 한동안 집에서만 일을 하거나 약속도 회의도 없어 오랫동안 사람을 만나지 않게 될 때에는 가끔, 아주 가끔 살아있는 생명체의 숨결, 아니, 나만이 미세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살아있음의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 작은 집에서는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해.


몇 년 전에 작은 다육이가 배달되었다.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선물을 보낸 이 친구와는 오랫동안 둘이 직접 약속을 잡아 만난 적이 없다. 가끔 안부만 묻는 사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엄마들끼리 약간의 접점이 있기는 했지만 엄마들은 우리보다 조금 더 멀거나 주위의 누군가를 통해 소식을 아주 드문드문 전달받는 정도로 보였다. 그러니 내가 혼자 산다는 걸 친구가 알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다육이 선물이라고? 다육이가 유행이었나, 나는 잘 모르겠다.


짧은 줄기에 작고 동그란 초록 잎이 올망졸망 달려 있었다. 물은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흙이 마르면 화분 아래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충분히 주면 된다는 게 다육이를 키우는 방법 설명이었다. 그 종이의 설명만 읽고 다육이에 대해서 더는 찾아보지도 않았고, 그렇게 많이 살뜰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볼 때마다 귀여웠기에 눈에 보이는 곳에 놓고, 아 다육이가 있구나, 초록초록 하구나, 살아있는 아이구나, 안녕! 인사를 건네는 정도로만 동거인으로의 의무가 끝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육이는 조금씩 자랐다. 옆으로 펼쳐지기보다는 위로 솟아올랐다.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동물들도 아기였을 때가 더 귀여운 것처럼 식물도 작았을 때가 더 귀여운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 덜 예쁜 건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화분이 조금 작은가 싶기는 했는데 또 바꿔줄 만하지는 않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났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초록 잎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의 무관심, 방관이 다육이를 길게 솟아나게만 만들었고 잎이 꺾이게 만든 거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는데 속으로는 이왕 이렇게 된 거,라는 안 좋은 마음도 함께 올라왔다.




일 년에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는 궁에 간다. 덕수궁 안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미술관을 찾느라 갈 때도 있고 봄날 햇볕을 쬐며 여유를 부리러 경복궁에 가기도 한다. 보통 창경궁에는 단풍을 보며 산책하려고 가는 편이다. 겨울에는 밖을 돌아다니기에 바람이 차서 궁에는 잘 안 가게 되는데 문득 몇 달 전에 김금희 작가님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읽으며 한동안 창경궁에 가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또 책 속에 나오는 대온실 주위의 풍경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조만간,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가, 어디 가고 싶은 대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어디서 만날까?, 물어보았을 때, 대뜸 오랜만에 창경궁에 가보자고 말을 꺼내게 된 거다. 마침, 우리가 만나는 날은 그전에이어지고 있던 갑작스러운 추위도 약간 풀릴 거라는 날씨가 예보되어 있었다. 바람이 좀 불기는 해도 너무 황량하지는 않도록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오랜만의 길이라 조금은 헤매면서 창경궁에 들어섰다. 우리는 설렁설렁 걷는 산책을 좋아한다. 구름도 보고 비석에 묻은 때도 살피고 무심한 듯 높은 계단을 오르고 기와의 곡선이 한껏 하늘로 솟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처마를 한참 동안 쳐다본다. 제일 먼저 나타난 명정전 안을 들여다보며 서까래가 이렇게 낡았었구나, 생각보다 단청이 밝지가 않네, 웅얼거린다. 외전과 내전을 이어주는 빈양문을 지나 정면 세 칸, 측면 세 칸인 함인정을 빙글거리며 아직 남아카지노 게임 사이트 눈과 눈이 녹으면서 만들어낸 진흙을 살포시 돌아간다. 양화당과 집복헌 사이에는 높은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오르면 의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데 우리가 좋아하는 쉼의 자리. 이곳에 서면 또는 앉으면 저 멀리 서울타워도 보이고 궁의 넓은 곳곳이 눈에 들어와서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풍기대를 지나 나무 사이를 지나다 보면 춘당지가 나온다. 넓은 춘당지와 작은 춘당지(물론 둘은 이어져 있고, 이는 내가 부르는 나름의 애칭이다) 사이에서 팔각 칠 층석탑을 발견하고는 우리나라 역사에 (나보다 많이) 밝은 친구가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으며 이게 맞나, 기억이 잘 안 나네, 얘기하는데 나는 더 모르니까 들은 적도 있고 공부도 했는데 나는 왜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할까, 이런 얘기만 부끄럽게 쏟아냈다. 춘당지를 지나면 대온실이 보인다. 그때까지 대온실 얘기를 친구에게 하지는 않았는데 그건 일부러 라기보다는 그저 나도 대온실을 목표로 두었던 초기의 마음을 잊고 있어서였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나타내는 건축물로 이루어진 궁궐의 각각의 건물들 뒤로 우뚝 나타난 서구식 건축물인 대온실. 그 당시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서양식 온실이었다고 하는데 지금 보면 정말 아담하게 느껴진다. 역시 온실은 안이 따뜻하다. 온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 지친 얼굴로 쉬고 있는 사람,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 식물에 대해서 물어보고 설명해 주는 사람, 궁금한 표정으로 식물을 바라보는 사람 등등. 우리는 한쪽 의자에 앉아 이 추운 겨울에 활짝 피어있는 꽃과 초록으로 빛나는 잎새와 새빨간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를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분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우리 옆으로 고양이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식물지기를 보았다. 안쪽 구석에 있어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고 마는 꽃이 이곳에 있다고 얘기하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만이 식물과 함께 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닐까.




다육이의 줄기가 위로 길게 솟아 오른 걸 웃자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햇빛이 부족하거나 물이 너무 과하거나 통풍이 잘 안 되면 웃자람이 생긴다고 한다. 물을 과하게 준 적은 없다. 햇빛이나 통풍이 부족했을 수는 있겠다. 아무래도 밖을 바라보기는 했어도 실내에 두었으니 말이다. 웃자란 다육이는 웃자란 부분을 잘라내어 새롭게 뿌리를 내리게 하는 방법도 있고, 웃자란 줄기를 아래로 휘게 하거나 고정시켜서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또 지금과는 다른 화분으로 분갈이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었다. 분갈이도 새로운 수형으로의 변신도 자신이 없다. 웃자란 부분을 잘라서 새롭게 번식시키는 방법이 내가 할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요즘에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반려라는 말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식물에게 애정을 쏟으며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식물에게 반려 식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짝 반(伴) 자에 짝 려(侶) 자를 사용하는, 그래서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가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는 말은 그냥 짝으로 있음으로 생기는 게 아니고 짝에게 마음을 다하여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가까이해야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 같다.


나에게 반려 식물은 너무나 좋은 동반자이지만 함께 사는 식물에게 나는 너무나 부족한 반려 인간이다. 조금 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조금 더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몸과 마음으로 다가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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