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많은장소들이미학적기준이아니라심리적기준에서우리에게아름답게비친다는점을인식했다.즉색깔의조화나대칭과비례때문이아니라,우리에게중요한가치나분위기를구현하고있기때문에아름답다는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예전에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인데, 다시 읽었다. 보통의 책으로는 '철학의 위안' 다음으로 읽은 책이다. 여행이라는 주제는 이제는 너무나도 흔한 주제여서, 제목만 보고 그 내용을 유추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의 기술'은 여행에 대한 다른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책은 여행의 본질적인 부분을 많이 파고들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주제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동시에 쉽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바로 보통의 장점이다.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여행의 기술'은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크게 보면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와 여행을 더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나름대로의 이유와 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그 이유와 방법이 모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보통은 이런 것들에 대해 명쾌한 해설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이 여행을 좀 더 선명하게 즐기는데 도움을 준다.
현대인들은 여행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어디 어디에 가본 적이 있다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것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여행을 좋아하는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된다면, 여행을 더 효과적으로 자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낯 섬'이다. 나는 낯 선 것을 보는 것이 좋고, 내가 낯 선 존재가 되는 것이 좋다. 낯 선 곳에 있는 동안에, 나는 나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관계와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나는 휴식을 얻는다. 그래서, 여행을 한다.
보통의 글은 솔직하다. 여행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있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수도 있다. 오로라나 사막, 하늘 가득한 별들도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수 있다. 보통은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거대한 폭포를 바라보면서 아빠는 감탄을 하는 반면, 아들은 빨리 집에 가고 싶을 수 있다. 그것은 바라보는 대상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 대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해 잘 알면 영화가 더 재밌어진다. 그림에 대해 잘 알면 그림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발견해낼 수 있다. 여행도 그렇다. 여행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여행으로부터 더 많은 즐거움을 얻어낼 수 있다. 랜드마크를 차례로 방문하여 사진을 남기는 것 말고도, 여행 속에는 우리를 즐겁게 할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아마,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로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은 인간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자신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을 스케치북에 선명하게 그려준다. 그래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든, 독자의 공감을 잘 얻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마 다음 여행은 더 재밌어질 것이다. 그리고, 당장 새로운 여행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