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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Jan 24. 2025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

지울 수 없는 슬픔과 살아가는 방법


대성당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구유와 황홀한 크리스마스트리로 멋지게 장식이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구유에 모신 아기 예수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더러는 성호를 그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모든 것은 정돈되었다. 사람들은 자리로 돌아가 미사 순서에 맞게 노래를 부르고 봉헌을 하고, 영성체를 받아먹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크리스마스를 앞둔 사람들의 들뜬 표정을 보며, 얼마나 자신이 무감각한지를 생각했다. 이신부는 강복을 주려다 말고 신자석을 한 번 쳐다보더니 부드럽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신자석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윤준이 수줍게 일어서서 강단으로 올라섰다.



검은 미사보를 쓴 카지노 게임 추천 흐릿한 시야를 이겨내보고자 미간을 찌푸리며 강단에 선 윤준을 쳐다보았다. 머리에 눈이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검은 수트를 입은 윤준은 꽤 큰 키에 마른 체형으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이신부는 계속해서 윤준을 소개하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민선의 귀에는 윤준이 그의 조카라는 말 밖에 들리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물었다. 뭐라셔요? 신부님 조칸데 이번에 엄청난 그 뭐냐 하여간에 유명한 콩쿨 서 2등을 했다네요. 이신부의 말이 끝났는지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새로 부임한 이신부를 보던 날 카지노 게임 추천 실로 오랜만에 우영을 떠올렸다. 전주에서 서울까지 3년 간 민선과 같은 버스를 타고 매 주말마다 강선생이 운영하던 피아노 학원으로 함께 갔었던 우영을. 이신부는 그런 우영과 옆 모습이 매우 닮았다. 그러나 이신부이 짙은 사투리와 10년은 더 먹은 나이를 따져볼 때 그와의 관련은 없어 보였다.



우영은 민선과 예고 동기였다. 3년간 같은 반을 했는데, 그 중 2년은 주말마다 전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그들은 천천히 친해졌다. 아니 익숙해졌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서로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사정이 생겨 민선이 버스에 늦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영은 그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 어느 겨울 날 카지노 게임 추천 강남 버스 정류장에서 추위에 새파래진 우영의 손을 보며 그에게 남는 장갑을 주기도 했다. 가끔 레슨이 밀려 늦어지는 날이면 함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며 오뎅을 먹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돈을 내는 순번이 정해졌다.



강남 피아노 학원에는 날고 기는 피아노 영재들이 많았다. 학원가 앞 대로변은 아이들을 이곳 저곳으로 실어 나르는 학부모들로 항상 만차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 서울 아이들보다 실력적으로 뒤쳐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매번 상경할 때마다 묘한 박탈감과 위압감을 느끼곤 했다. 우영의 실력은 학원에서도 상위권이어서, 방한한 유명 피아니스트 마스터클래스에서 그 실력을 칭찬받기도 했었다.



그들은 나란히 같은 대학에 진학했다. 우영은 장학금을 받았고 카지노 게임 추천 어렵사리 턱걸이했다. 자신보다 피아노 실력이 뛰어난 우영을 카지노 게임 추천 한 번도 질투한 적이 없었다.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카지노 게임 추천 신기하기만 했다. 대학을 가서도 그들은 매번 학식을 같이 먹고 동기들과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고 함께 연습실에 가고 자취방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영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혹시 그 사람이 자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우영은 끝내 그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곧 과 내에 소문이 돌았다. 우영과 같은 학과 교수가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영은 여전히 민선과 같이 밥을 먹고 연습을 하고 술을 마셨지만, 때로는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소문이 사실이냐고 따지듯 우영에게 물었지만 정작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고향 친구 노릇을 하느라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우영은 그해 여름 방학 동안 민선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윽고 가을학기가 시작되자 우영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민선 앞에 나타났다. 카지노 게임 추천 왜 자신이 우영에게 어떤 것도 묻지 않는지, 우영에게 스스로 다가가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우영을 좋아하고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들켜 버릴까 전전긍긍하는 자신이 싫었다.



그날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 뼈마저 시린 날이었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가로등 밑에 서 있었다. 우영이었다. 그는 민선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었고, 카지노 게임 추천 고개를 끄덕였다. 노포에 앉아 우영과 카지노 게임 추천 비행기 티켓을 사이에 놓고 술잔을 기울였다. 우영은 곧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다고 했다. 그 누구보다 제일 먼저 민선에게 그 소식을 전한다는 우영에게 카지노 게임 추천 등을 두드리며 잘 되었다고 말하곤 미필자가 해외로 도망가다니 간도 크다고 농을 했다. 그때 우영이 민선에게 물었다.



“너는?”


카지노 게임 추천 잠시 아득한 기분이 되었다.


"나?"

“응. 너는?”

“...”



카지노 게임 추천 당장 다음 하기 등록금부터 걱정해야 하는 집안 사정을 떠올렸다. 아빠의 신부전증이 악화되었고, 동생들 학비를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장사를 하는 엄마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자신은 하루빨리 교습소라도 열어 돈을 보태야 지금 사는 방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지워버리고만 싶었다. 그런데 왜 우영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 민선 집의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우영도 잘 알고 있었다. 나도 같이 갈 수만 있다면. 우리가 어떤 관계가 아니더라도. 나를 지우고 이름을 지우고 상황을 지우고, 가족을 지우고, 내 피아노도 지우고 전혀 나를 모르는 어떤 곳으로 너와 함께 갈 수만 있다면. 민선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카지노 게임 추천 눈물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돌렸다.



“너 정말 교수님하고 사귀어?”

“뭐?”

“너 지난 여름에 어디 갔었어? 사랑의 도피라도 한거야?”

“푸하하”


우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깨끗하고 맑은 웃음소리가 민선의 어지럽던 마음을 가라 앉혔다. 여름방학 동안 미국에 갈 체류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건설 현장에 있었다고 우영은 말했다.



“왜 나한테 말 안했어?”

“말릴 거잖아.”



카지노 게임 추천 우영의 가늘고 흰 손을 오래도록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할까. 널 좋아한다고. 그럴까. 그러지 말까. 그럴까.



“금방 올 거야. 잘 기다리고 있어.”




카지노 게임 추천 우영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우영은 미국 대학 프로그램이 얼마나 굉장한지 열변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민선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잘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 그 말만이 민선의 귓가에 천사의 나팔소리처럼 맴돌 뿐이었다.



노포를 나선 둘의 어깨 위로 작은 눈송이가 내려앉고 있었다. 눈이 오면 오히려 따뜻하다고 재잘되는 민선의 손을 우영은 잡아 자신의 코트 안으로 넣었다. 뭐가 따뜻해. 이렇게 차가운데. 우린 손이 재산이야. 우영은 민선의 나머지 한 손에 자신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씌워주었다.



우영이 떠나고 마지막 학기를 마친 카지노 게임 추천 여고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우영은 곧 두각을 나타내어 국제 콩쿨에 나가 수상을 한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금방 돌아온다는 미필자 남자친구를 기다렸다. 그러나 우영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우영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귀국 3개월을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믿을 수 없었다. 지난 2년간 누구보다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 온 그였다. 길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주고받던 장거리 통화에서도 늘 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도저히 카지노 게임 추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우영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민선은 절망했다. 일상을 잘 살다가도 문득 우영이 떠오르면 용기가 사라졌다. 때로는 화가 치밀기도 했다. 함께 동고동락한 시간이 물처럼 흩어졌다. 민선은 생각했다. “너는?”이라고 물었을 때 함께 가고 싶다고 말할 걸 그랬나. 우리가 같이 있었다면, 니가 사라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을까. 내가 집에 생활비를 벌어다 줘야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내가 좀 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면. 민선은 몇 해 동안 자신이 했었음직한 그러나 결국 하지 않은 일들을 곱씹었다. 우영의 죽음 이후로 민선은 무엇에든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고, 깊이 몰입하는 일도 사라졌다. 대신 단순하고 앞뒤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재빨리 판별해내는 능력이 민선 안에 자리 잡아갔다. 자신을 상처주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서, 민선은 그들에게만 관계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민선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민선 자신조차 스스로를 소외시켰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아름답지 않게 여겨지는 나날들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것에도 나름 익숙해져 무엇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흑백의 시간이 민선의 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움직여야 했다. 성당을 나가기 시작한 것은 40대 초반 정도부터였다.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추천 동기로부터 급한 반주 부탁을 받았다. 실로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연주를 하게 되었지만 오래된 성당 안에 퍼지는 오르간의 울림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 후로 종종 성당에 나갔고, 이후 세례를 받았다. 여전히 삶은 재미가 없었고, 관계는 두려웠으며 가슴 속에는 해결되지 못한 배신감과 슬픔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여 같은 예식을 드리는 행위에는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안이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기도하며 신에게 반문했다. 우영의 죽음에 혹시 자신의 책임이 있느냐고. 우영은 왜 그런 선택을 했냐고. 그는 지금 당신과 함께 영원한 안식 속에 있는지도 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이제 그만 용기를 내어도 되느냐고. 조용히 두 손을 맞잡고 절규와 같은 기도를 쏟아내는 민선에게 어떤 응답도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답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조금씩 우영은 그에게서 타인이 되어 떠나가고 있었다.



이신부는 윤준에게 그랜드 피아노로 앉으라고 손짓했다. 윤준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청중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윤준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와 그랜드 피아노에 앉자 앞머리로 가려져 있던 그의 얼굴이 조금 더 드러났다. 놀라울 정도로 우영과 닮은 윤준이었다.



적막한 가운데 윤준은 연주를 시작했다. 바흐의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이 찬찬히 시작되었다. 우영도 민선도 바흐를 사랑했다. 건반을 차오르듯 연주하는 오른손과 무겁게 받쳐주는 왼손의 멜로디가 천천히 성당안을 채운다. 슬프지도, 과하게 기쁘지도 않은 멜로디가 그의 손에서 뻗어 나왔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마치 우영이 30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트를 입고 나타나 그녀에게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신부는 우영의 먼 친척일까. 어쩌면 그의 조카마저 우영을 닮을 수 있을까. 성당 안에는 신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오롯이 자신과 윤준 아니 우영만 남겨져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영은 민선에게 이 곡을 몇 번이고 색다르게 쳐 볼 것을 권했었다. 나는 이 부분을 더 느리게 가야 된다고 생각해. 좀 더 무겁게 쳐봐 민선아. 좋아. 정말 좋았어.



바흐의 음악이 느리고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왼손과 오른손은 전혀 다른 선율을 동시에 연주한다. 마치 대화를 하듯 움직이는 선율 속이 어지럽게 흩어지는 듯 하더니 마침내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된다. 연주가 끝났다.



민선이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우영의 어두운 마음들은 연주하는 순간 흩어지는 음표처럼 흔적 없이 떠나가 버렸다. 그러나 우영은 음악에 진심이었고, 인생의 어떤 순간 민선에게 마음을 쏟았다. 그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눈을 감았다. 어쩌면 오랜 기도의 응답이 다다른 걸지도 몰랐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이 음악이 멈춰진 것처럼. 윤준은 수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한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카지노 게임 추천 제대로 하지 못한 오랜 인사를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Bach,Jesu, Joy of Man’s Desiring (BWV.147)

https://www.youtube.com/watch?v=FBehAynor0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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