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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Mar 11.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유혹은 물 맛

사순 제1주일(25. 3. 9) 루카복음 4,1-13

매주 수요일이면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삽니다. 수요일마다 만나는 젊은 바이올린 선생님한테 드리는 작은 마음입니다. 편의점 냉장고에는 다양한 커피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사순시기가 시작된 지난주 수요일에는 '카지노 게임 추천 유혹'이라는 이름의 커피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걸 사라는 게 유혹인지, 다른 제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말인지, 그냥 눈에 확 띄게 하려는 전략인지. 커피 이름으로는 다소 안 어울린다 싶어 갸우뚱하다가 아래에 쓰여 있는 카피 문구를 읽게 되었습니다.

'무겁지 않게 진하고 부드러운'

카지노 게임 추천 유혹은 무겁지 않고 진하고 부드럽게 다가온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커피 맛이 진짜 그렇게 부드럽고 진한지는 모르겠어요, 직접 마셔 보지 않아서요.


사순시기가 시작된 사순 제1주일의 복음은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을 받은 내용입니다.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오신 예수님은 성령에 가득 차 있으신데, 그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이끕니다. 그 광야에서 너무도 익숙한 내용인 악마의 세 가지 유혹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간 예수님이 광야에서 단식하다가 시장하셨을 때 악마가 나타났고, 그 악마는 돌을 빵으로 만들라거나 자신에게 경배를 하라고 하거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유혹을 했다는 에피소드에만 집중해서 묵상하곤 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새로운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4장 2절 말씀인데요, "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입니다.


예수님이 악마의 유혹을 받으신 일은 광야의 단식 기간이 끝나셨을 즈음 딱 한 번 있었던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유혹을 사십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내 받으셨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거지요. 예수님이 그런 유혹들을 어떻게 물리치셨는지 예수님의 입을 통해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악마가 예수님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은 오늘 복음 이후로 이어지는 루카복음 4장 뒷부분에도 나옵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한번 만나서 예수님이 그리스도이며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걸 알았겠어요?

"마귀들도 많은 사람에게서 나가며,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꾸짖으시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당신이 그리스도임을 그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루카 4,41)"


예수님은 악마가 당신을 유혹할 수 있도록 당신에게 말을 걸게 내버려 두십니다. 그뿐인가요,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기도 하고 심지어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워두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악마에게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말을 거는 악마에게 대답을 하신다거나 악마와 함께 동행하기도 합니다. 이때부터 동행하기 시작한 지긋지긋한 악마는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실 때까지도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생의 곳곳, 삶의 순간순간 악마는 옆에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인간이었으니까요.


인간에게 악마의 존재란 그림자와 같습니다. 나한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허상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벗어버리고 싶다고 벗어나지지 않는 것도 그림자와 비슷합니다. 밝은 햇볕을 등지고 서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것도요.

그러니 우리도 카지노 게임 추천 존재 자체를 거부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악마 없이 산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해요. 우리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악마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아마 유혹도 우리 각자에게 '맞춤형'으로 제안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카지노 게임 추천 유혹은 커피 맛이라기보다 우리가 늘 먹는 물 맛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광고 카피처럼 '무겁지 않게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오히려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고 경계하기가 쉽습니다. 그보다는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물, 목마를 때 의심 없이 들이켜는 물 맛과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도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되나 봅니다.

그러니 '나 살기 위해 꼭 필요해.'라는 생존 욕구를 자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 몸에 달라붙어 있는 악마의 목소리가 아닌지 한 번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겁니다. 악마와 동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예수님도 겪은 인간의 조건이라면,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를 콕 짚어 거부하신 예수님의 태도밖에는 그 유혹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습니다. "너는 유혹해라, 나는 거부한다!" 악마에 대적할 방법은 이게 유일한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으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루카 4,1-13)
카지노 게임 추천사순 제1주일 제대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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