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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14. 2025

엄마 그 정도로 궁카지노 게임 추천 않잖아요?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작년에 강의했던 학교에 다시 수업을 하러 가게 되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처음으로 다시 일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서울이라 멀고 고등학교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싫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수업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참 좋았다. 막상 시간표를 받았을 때는 고민을 많이 했다. 1교시 수업시간은 8시, 적어도 7시 40분에는 도착해야 수업을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맞추려면 나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6시 20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한다. 1월 1일 일출 볼 때 외에는 그 시간에 일어날 일이 없는데 일 년을 그렇게 살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수업을 포기하기에는 많이 아쉬웠다. 작년에 수업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기 때문이다. 남고라 걱정했는데 덩치만 큰 순한 아이들이었다. 똑똑하긴 한데 약지는 않은 아이들이었다. 함께 책이나 물리, 천문학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는 시간 가는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가기로 했다.


6시 20분, 남편과 아이가 깰까 조심조심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데 바깥은 불 꺼진 우리 집만큼이나 어두웠다. 그래도 3월이라 새벽공기가 한겨울만큼 매섭지는 않았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전철역으로 걸어가면서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을 걷는 것이 조금 무섭기도 했다. 다시 한번 이 수업을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생하는 것에 비해 강의료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왕 하기로 한 것이니까 씩씩하게 새벽을 걸었다. 아슬하게 전철에 올랐다. 거의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빈자리가 반정도밖에 없었다. 내가 타는 곳이 종착역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전철은 빠르게 빈자리가 사라졌다. 밖은 여전히 어두운데 전철 안은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복잡했다. 순간 새벽이라고 강의를 포기하려고 했던 내가 너무 나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학교는 회의를 하고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노트북을 다시 세팅하고 미리 카지노 게임 추천자료를 준비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예상대로 좋았다. 나에게는 익숙한 얼굴들인데 반이 바뀐 아이들은 서로 쭈뼛거리면서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묻는 말에는 잘 대답해 주었다. 첫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 나는 오소리 작가의 '노를 든 신부'를 준비했다. 이제 고2, 고3이 되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노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나갈 방법을 찾기를 바라면서 고른 그림책이었다. 아이들은 책 제목도, 그림도 내용도 재미있어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전해졌는지 카지노 게임 추천이 끝났을 때 알찬 카지노 게임 추천이었다고 키가 유난히 큰 아이가 말했다. 기분 좋게 교실을 나왔다. 복도를 걷는데 창밖으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이 낯설고 예뻤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카레를 만들어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고양이 몽이가 꾹꾹이 할 시간이라 몽이에게 무릎을 내주었다. 졸음이 밀려왔다. 몽이는 평소와 다르게 꾹꾹이를 하고 자리를 잡고 누웠다. 불편한 자세에 새벽부터 바쁘게 보낸 나는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래도 고양이가 무릎에서 자겠다는데 감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기다렸다. 다행히 평소의 습관처럼 몽이는 삼십 분쯤 뒤에 일어나 방석으로 가서 누웠다. 나는 아홉시가되지도 않은 시간에 이불을 덮고 누웠다. 잠깐만 누워서 쉴 생각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주무세요?

-응? 나 잠들었었어?

-네.

-몇 시야?

-열 시 삼십분이요.


아들이 부르는 소리에 비몽사몽 눈을 떴지만 다시 눈이 감겼다. 그대로 아침까지 자야 할 것 같았다.


- 평소 낮잠도 안 자고 열두 시 전에는 눕지 않는데 아홉시에자는 거 보니까 카지노 게임 추천 정말 피곤하신가 봐요.

-응 너무 졸리다.

-엄마 다음부터는 이렇게 피곤한 수업은 하지 마세요. 엄마 그렇게 궁카지노 게임 추천 않잖아요.


아들의 말에 졸려서 눈을 감은채 나는 마음으로 답했다. 아니 궁해 아들아 엄마 궁하다. 하지만 그 말은 내 머릿속으로 잠시 스쳐갈 뿐 아들에게 말로 카지노 게임 추천 못했다. 너무 졸려서 말할 기운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의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잠이 들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의 말이 다시 기억이 났다. 엄마 궁하다고 말하려던 것도 생각났다.


순간적으로 떠올린 말이었지만 나는 뭔가 궁하긴 하니까 그 말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나는 뭐가 궁한 걸까? 아들이 궁하지 않잖아요 했던 말의 의미는 돈이었을 것이다. 돈, 궁하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짠 강의료를 받으면서 일할 정도는 아닌 것도 같다. 그렇다면 뭐가 궁한 걸까? 돈이 아니면 마음이 궁한 것일 텐데 내 마음은 처음부터 채운적 없는 텅 빈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엇이 부족한지도 모르는 상태일지도. 그런 내게 일이란, 책으로 하는 일이란 차곡차곡 자신감을 채워주는 저금 같은 것이다. 뭘 해도 잘하지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든든함이다. 한 번도 채워지지 않았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가져본마음은 다시 텅 비는 것이 두려웠나 보다.


작년에는 일을 많이 했다. 일을 많이 하면 일한다는 핑계로 글을 많이 쓰지 않는다. 그런데 긴 겨울방학 동안 나는 놀면서도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오히려 일을 할 때 더 바쁘게 글을 쓴다. 게으름도 과속이 붙으면 멈추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런 내 게으른 관성을 멈출 수 있는 것 또한 일이다. 비록 시간강사로 하는 수업이지만 일이 있어서 궁한 내 안과 밖을 채우고, 게으른 나를 멈춘다. 결국 나는 이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교과편성에 문제가 생겨서 정교사의 수업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정교사의 수업을 줄 수는 없으니 내 수업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새벽을 달렸던 일주일이 끝났다. 나는 다시 궁해졌다. 돈도 마음도. 아들아 엄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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