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세월호 참사 11주기 자전거 순례 프롤로그
세월호 참사 11주기 자전거 순례 프롤로그
2025년 4월 14일 월요일섬진강댐~카지노 가입 쿠폰
수업이 끝나자마자 화장실에서 자전거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겹겹이 빡빡하게 입자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밖에 비가 온다고 한 학생이 복도 끝에서 기다려 차까지 우산을 받쳐주었다.
운전을 시작해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비가 세차게 내렸다. 그 상태라면 자전거 주행은 불가능했다.
두 시간 후인 두 시 반쯤 섬진강 댐 인증센터에 다다랐다.
오전 열 시부터 기다리신 니키를 만났다. 그 비에 자전거를 타면 사고 위험이 있다고 하셨다. 혼자라면 작년 영산강 종주 때처럼 강행했겠지만 함께는 그럴 수 없었다.
니키의 무거운 전동 자전거를 접어 뒷좌석에 실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으로 향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섬진강댐 인증센터 사진 한 장을 찍지 못했다. 가는 길에 석곡 이정표가 보였다. 석곡은 동글의 새 거처가 있는 곳이라고 공룡과 통화하다가 들은 말이 기억났다. 갓길에 정차하고 공룡에게 전화했다. 공룡은 바로 동글에게 연락해 놓겠다고 하고는 주소를 알려 주었다. 24분 후 석곡 동글 집 앞에 도착했다.
잠시 동글에 대하여 설명하자면, 2021년 7월 카지노 가입 쿠폰 강빛마을에서 한 달 살이 하던 때 도보순례하던 나를 발견하고는 밥을 사주고 집으로 초대했던 농민회장이다. 800평 너른 밭을 멀칭 비닐도 없이 모종 아닌 씨앗으로 농사짓던 농부. 내게 씨앗으로 쓸 콩을 먹으라고 준 이, 나는 그 콩이 아까워서 다 먹지 못하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콩을 볼 때마다 그이가 떠올랐다.
그런 그이가 작년 4월에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과 재활 치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밭 옆의 그 집은 아니고 조금 번화한 곳으로 옮긴 집으로.
오후 네 시 반쯤, 시골집답지 않게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집 대문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먼저 와있던 공룡이 맞아주었다. 동글은 안방에서 태극권 선생님이 재활 치료 중이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따스한 공기가 차 있는 거실엔 구석구석 동글의 취향을 알 수 있는 책과 소품들이 있었다. 건너 주방에는 하루 7시간씩 도와주는 도우미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잠시 후 치료가 끝나고 동글이 나왔다. 휠체어를 직접 운전해서. 치렁치렁 흑단 같던 머리는 반백의 짧은 커트 머리로 바뀌어 있었고, 마비된 오른팔은 깁스용 붕대에 끼워져 있었고, 오른 다리도 마비 상태였다. 왼쪽 머리를 다쳐 오른쪽 편마비가 온 것이었다. 하마터면 울 뻔카지노 가입 쿠폰. 울음을 꾹 참고 있는데 동글이 해맑게 웃었다. 똑똑히 말도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리곤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이 따뜻카지노 가입 쿠폰. 기적이었다. 그이의 의식이 돌아온 것도, 움직일 수 있는 것도, 말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기적이었다. 동글의 강인한 의지와 그이를 사랑하는 친구들의 극진한 보살핌이 이뤄낸 기적이었다. 그럼에도 동글은 아직 글을 읽기는 어려워 내 책을 공룡에게 읽어달라고 했단다.
한 시간 정도 담소를 하고는 일어섰다. 동글은 힘찬 노래로 우리를 배웅카지노 가입 쿠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우리는 아직 순례 일정을 시작도 못 한 상태였다. 어쩌면 동글 병문안이 순례의 시작이었다.
오후 여섯 시, 카지노 가입 쿠폰 성당 옥터 성지에 도착했다. 니키의 순례인 성지 순례 인증을 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니키가 가르쳐주시는 대로 순례를 떠나면서 바치는 기도와 순례를 마치면서 바치는 기도를 했다.
두 달 전에 예약해 놓은 한옥 펜션으로 갔다. 니키는 휘황찬란한 펜션 외관에 깜짝 놀라셨다. 나는 이번 세월호 참사 11주기 자전거 순례를 두 달 전부터 계획했다. 예전에 무작정 순례하던 습성을 버리고, 노선을 짜고 첫날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그 쾌적한 숙소에 혼자서 묵을지 누구와 동행할지 예약 당시엔 알지 못했다. 다만 나와 함께 순례할 이가 얻을 행운을 준비해 간직하고 있었다.
이번 순례를 미리 알려준 이는 예년처럼 탈핵 벗들. 그들 중 순례에 동참한 이는 니키가 유일카지노 가입 쿠폰. 니키는 평생 이런 곳에 다시 묵을 수 있을까 연신 감탄하셨다. 이전의 나라면 그런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함께하는 누구에게라도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건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조건이었다. 일찌감치 준비하면 좋은 숙소를 할인가에 예약할 수 있었다. 그동안 즉흥적으로 움직이던 내 순례 방식은 점점 안정성을 띠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날씨는 콘트롤할 수 없다.
짐을 풀고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역 근처에서 깔끔하고 맛있는 청국장을 먹었다.
식사 후 밤 8시, 다시 섬진강 따라 북쪽으로 향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머물 당시 달팽이 그려진 벽조목 안경테를 내게 선물하신 분이 운영하는 공방을 찾아서. 목각, 석각, 금속공예와 도자기 등 다양한 공예작품을 제작 판매하는 공방이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공방은 새롭게 변해 있었다. 원래 공방이 아닌 옆 부지에 두 배 정도 크고 반듯하게 밝은 공간이 건축돼 있었다. 작품도 달라져 있었다. 나무 스쿱과 쟁반은 예전 디자인에서 상향되었다면, 아홉여 마디 대나무에 인두로 시를 쓴 자루에 화선지 위 그림 그린 부채로 만든 개인전 작품들은 새로운 창작물이었다. 돌에 글씨를 새긴 찻잔 받침과 주석 포크는 그대로였지만 연꽃 전등 빛에 비친 커피 맛은 밤인데도 좋았다. 비로 인해 못한 자전거 순례와 병문안 그리고 과거와의 조우로 인해 다소 복잡하던 마음이 차분하게 풀렸다.
“이 안에선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여행이 제일 좋다고 하는데, 저는 창작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같아요.”
공방 주인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도 원래는 방콕 집순이였다. 친구들이 여행하자고 해도 “왜?”라고 되물을 정도로 여행에도 관심 없던 내가, 업무와 강아지 산책이 아니면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던 내가 어느 날 집을 나와 전국을 떠돌며 살 줄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한 삼 년 떠돌며 글을 써서 출간한 내 책이 어디 꽂혀있나 궁금했다.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는 놀랍게도 정읍에서 읽었던 <초의 세 권 건너 옆에 있었다.
그 사이 그 공방의 이름은 사라졌다. 그 이름은 시내 다른 카페에 양도했고, 그래서 지금 그곳은 이름이 없다. 다른 이름으로 시작할 때라고 카지노 가입 쿠폰. 마치 ‘정원 일기’를 쓴 내가 다시 정원을 찾아 헤매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듯이.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를 출간하고 그 책에 등장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책을 보내 드리면서, 혹시나 그분들이 조촐하게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열어주면 한달음에 달려가 그 시절 이야기를 도란도란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지난 1월, 아궁이 방을 구하던 곳은 만실이었고 무안공항 조문 후 들른 곳은 가지 않으니만 못카지노 가입 쿠폰. 내 책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지만, 읽지도 않은 사람은 호의를 상처로 갚았다. 그 옛날 그곳에서 나를 염탐해 제 작품에 무단 이용하던 옆방 작가처럼.
이후 나는 과거 더듬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듯이 그때 그 사람들도 내 기억에만 남아 있는 듯했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다시 무너졌고, 환상을 이어가려던 바람을 그만 접기로 했었다. 그런데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동글과 공룡과 공방 주인을 만나며 과거가 현재와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불의의 사고를 이겨내고 밝은 기운으로 살아내는 생의 기운, 새롭게 정비하고 말끔히 정돈한 활력, 오래 묵어 낡고 녹슬고 먼지 끼고 눅눅한 것을 떠나 하나하나 채워가는 신생의 명징함이 상쾌카지노 가입 쿠폰. 그 느낌은 이전 공방에 잠시 들렀다 나오면서 훨씬 명확해졌다.
모든 정체되고 구질구질한 것들은 가라,
새로운 정신은 빛을 띠며 나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