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로 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버스
-고용승계로 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버스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오전 9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는 수천 개의 하얀 플라스틱 의자가 가득했다. 극우 집회 준비 중이었다. 희망버스를 찾아 동화면세점을 반 바퀴 돌았다. 오피시아 빌딩 앞에 버스들이 있었다.
지난 희망 뚜벅이 마지막 날이던 삼일절에 광화문에서 김진숙 동지가 3월 말이나 늦어도 4월 초면 하겠다던 희망버스였다. 보름 후인 3월 15일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고공농성 시작과 4월 4일 탄핵 인용으로 인해 한 달 정도 늦어졌지만, 잊지 않고 시행한 ‘500일이 되기 전에 카지노 쿠폰 봄이 오게-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오전 10시. 고용승계로 가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버스가 출발했다. 2호 차 담당은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유흥희 집행위원장이었다. 그이는 사려 깊게도 전날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이 있어 피곤할 거라고 일단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11시 반. 천안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투쟁에 관한 동영상을 보았다. JTBC 뉴스-한겨울 여성 노동자 고공농성, 스튜디오 알의 희망 뚜벅이 때 김진숙 지도위원의 마지막 발언 희망버스 제안, 뉴스타파-여성 노동자 둘이 불탄 공장 위에서 사는 이유였다.
https://youtu.be/6FA5rL4TX1g?feature=shared
이어 참가자 자기소개를 했다.
구미까지 따로 가는 게 더 편했지만, 일부러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는 버스 안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자기소개 시간. 이전 희망버스 때와는 다르게 대부분 일어서지 않고 앉아서 마이크로 소개해서 얼굴은 모르는 채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 옵티칼 동지들에게 편지 쓰기를 했다.
14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불탄 공장 옥상에 박정혜와 소현숙이 서 있었다.
그 아래로 서울여섯 대, 충북 청주 대전, 전북 전주 전남, 경남 밀양 부산, 경주 경남 창원, 울산, 인천 한국 GM,대구 등전국 20개 지역에서 총 30대의 버스와 비행기로 온 제주까지 전국에서 800여 명 외 대중교통과 자차로 오신 분들 포함 10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했지만 오후 두 시면 시장할 때, 우리밥연대에서 시원하고 새콤한 묵채밥을 노조사무실 쪽에 마련해 주었고, 무대가 보이는 그늘에는 비건 감자튀김 트럭에서 담백하고 고소한 감자튀김을 제공하고 있었다. 트럭 옆에는 옵티칼 배지, 반올림, 거통고 등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한 부스가 ‘애정 어린 과소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 카지노 쿠폰농성 날짜 게시판이 있었다.
옵티칼 475일째, 세종호텔 73일째, 거통고 43일째.
그들과 연대하고 있는 말벌 동지들은 노조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고공 농성자를 위한 선물을 만들고 있었다. 희망 뚜벅이 때와는 다르게 한껏 꾸미고 온 말벌 동지들도 눈에 띄었다.
2022년 10월 4일에 불이 난 공장에도 새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15시. 대구여성광장 지명희 대표의 사회로 희망버스 1부 문화제를 시작했다.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자”
“고공에도 봄이 오게 고용 승계 쟁취하자 투쟁”
먼저 공룡 설해 감독이 만든 희망 뚜벅이 23일 대장정 영상을 시청했다.
보통 마지막 순서를 담당했던 김진숙 동지가 첫 무대를 열었다.
그이의 연설문 전문을 올린다.
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스물몇 살 생전 처음 당하는 무참한 폭력
몸과 마음을 짓밟던 구사대의 발길질과 찢긴 상처 위에도
햇살은 따사로웠는가
피 멍든 얼굴로
비겁해서 죄송합니다
유서를 남기고
죽어서야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난 현대차노동자
박정식 류기혁 윤주형
그 짧고 서러운 생에
봄은 한 번이라도 눈부셨는가
성당의 종탑에서 흔드는
장애인 카지노 쿠폰의 깃발 위에도
봄은 아름다운가
십 년을 일한 공장에서
퇴직금과 수당을 요구하다
강제추방 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갑 위에도
봄은 빛났는가
종로구청 용역의 칼에 찔린
마트 노동자의 선혈 위에도
봄볕은 찬란했는가
한 번도 마음 편히 잠든 적 없었고
하루도 맘 놓고 웃어보지 못했던
박정혜 소현숙의 475일
어느 하루라도
태양은, 바람은, 비는, 겨울은 자비로웠는가
20년 호텔 요리사
1234일 세종호텔 해고자
칼을 빼앗기고 북을 치는
고진수의 외로운 북소리는
누구의 봄을 깨우는가
조선소 하청노동자 김형수의
철탑 위 피뢰침 끝에도
봄볕이 꽂혀 있는가
니토덴코 너희는
화재를 핑계로 모는 걸 다 버리고 갔다
집기도 책상도 작업복도 볼펜도
한 순간에 쓸모없어지고 버려진 것들 가운데
우리의 청춘이 있고 삶이 있고 노동이 있다.
공장은 불탔지만
미처 태우지 못한 게 있었음을 너희는 모른다
너희의 계획 속에, 너희의 미래에 우리는 없었으니까
너희는 우리를 너무 간단하게 버렸지만
우리마저 우리를 버릴 수가 없었다
주야 맞교대 하루 12시간 노동
그렇게 10년, 20년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꿈을 꾸며 일했는지
너희는 몰라도 우리는 알거든
너희가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들
우리가 꾸었던 꿈을 우리마저 배반할 순 없었다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고
방조제를 쌓아 막아버린 수라 갯벌
십 년 넘게 바닷물을 막아버린 마르고 황폐한 땅에도
칠면초가 자라고 흰발농게가 살더라
아무리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
아무리 짓밟아도 짓밟히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알려주려는 듯
흰발농게는 12년을 버텼고
우리는 3년을 싸웠고
475일
세상의 모든 것들과 사투를 했다.
너희의 탐욕보다 소중한 건 우리의 자존이다
너희의 이윤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다
민주노총 동지 여러분
그리고 연대동지 여러분
나는 성소수자입니다
나는 비정규직입니다
나는 술집여자입니다
나는 장애인입니다
광장에서 터져 나온 우리의 존재 선언은
언어를 넘어선 절규였고
우리가 살고 싶은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우리의 민주주의를
대통령 선거에 가둘 수 없습니다
알바이거나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인 말벌 동지 여러분
현대차에서, 종로에서, 혜화역에서 피꽃이 만개하는 봄
다치는 것도 말벌 카지노 쿠폰이고
잡혀가는 것도 말벌 카지노 쿠폰이고
농성장을 지키는 것도 말벌 카지노 쿠폰입니다
지침이 없어도 출장비가 없어도
어디든 가는 말벌 카지노 쿠폰을 보며
저는 민주노조 운동을 다시 생각합니다
여전히 맞고
여전히 짓밟히고
아직도 끌려가는 세상이어서 미안합니다
여러분들이 선배가 됐을 땐
부디 이런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정혜 소현숙 최현환 이지영 정나영 이희은 배현석
카지노 쿠폰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카지노 쿠폰의 동지들이 땅을 딛는 날까지
웃으면서
(울음을 참으며)
끝까지
함께
투쟁!”
숙연함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이의 명문 다음에 무슨 글을 더 쓰는 게 별 의미가 있을까만은 평등 원칙에 따라 기록을 이어간다.) 그 정적을 뚫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나왔다. 희망 뚜벅이 오리곰 김민지였다.
“희망 뚜벅이 하루 18km씩 걷다 보면 너무 힘들거든요. 하다 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랑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알게 되고 보고 싶어 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명이 다음 주에 구미역에서 공장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때 나영 동지가 감사하다고 해서 금지하니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계속 구미에 오고 싶어 졌어요.
말벌동지라고 하는 일반 시민 연대자들이 와서 하는 일은 공장에 와서 고공 동지들 잘 보이는 공장 바닥에 매트 깔고 누워 낮잠 자기, 안마 의자에서 반죽되기, 어린이 동지 오면 세 시간 동안 보드 게임하기. 회의실에서 SNS 타임 갖기, 식사 만들어 카지노 쿠폰 올리고 우리도 먹고 설거지하기, 옵티칼 조합원·김진숙 등 선배들에게 농성 이야기해 달라고 하기 그 정도입니다. 별 것 아닌데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에요. 옵티칼 동지들이 저희에게 해 준 건 그 정도입니다. 오고 싶다는 사람 받아주고 하고 싶다는 일을 하게 해 주고. 그런데 그런 대접을 정말 오랜만에 받아봤어요. 여기서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있고 싶은 대로 존재하러 온 것이었어요.
여러분, 존재를 환대받아 본 지 얼마나 오래되셨습니까? 어딘가에 머물거나 소속되려면 돈을 내야 하고, 내가 거기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고 증명을 해야 하고, 거기에 들어가서도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어디도 내 것이 아니고, 그런 생활을 하다가 거기서 벗어나서 여기 오면 나도 존재 자체만으로 환영받는 사람이구나, 나도 존엄한 사람이었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옵티칼이 좋습니다. 그래서 투쟁장을 떠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카지노 쿠폰이 지켜준 제 존엄으로 우리 카지노 쿠폰의 존엄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들이 제가 존재하고 싶은 대로 존재할 공간을 내어준 만큼 노동하고 싶은 노동자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우리 정혜·현숙·현환·나영·현석·희은·지영 동지
이 사람들 모두 고용 승계 쟁취해서 평택으로 보내버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든 희망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희망이고 또 계기입니다.
이 삭막한 세상에서 내 편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럼 이제 내가 남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생각 해 볼만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공장에 와 보세요. 오시기 전에 연락만 하면 됩니다. 오셔서 서로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고 친해집시다.
제가 옵티칼 알고 나서 제일 속상했던 건 해고노동자 복직 투쟁 기본이 10년이란 이야기였어요. 저는 이 싸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년이나 내버려 두고 싶지 않고, 500일 안에 이 싸움 정리하고 모두 평택으로 올라가게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500일 안에 봄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박정혜랑 소현숙을 구한 다음에 또 다른 해고노동자를 구하러 갑시다. 또 다른 소외된 사람들 구하러 갑시다. 우리 자신도 누구도 외롭게 두지 맙시다. 투쟁!”
발언 후 밴드 프리버드가 공연했다. 세월호 참사 전국 순회 버스킹과 4대강 수문 보 철거 등 생태 사회를 위한 현장에서 아픔을 공감하고 미래의 희망을 전하는 프리버드. 밴드의 리드보컬 나귀도훈은 세종보 상류에서 며칠 후인 4월 29일이면 만 일 년째 천막농성 중이었다.
공연 후 일본 투쟁 영상이 상영되었다. 지난가을 희망 뚜벅이를 함께한 김종필 감독 작품이었다.
상영 후 68일 일본 원정 투쟁단 발언이 있었다.
니토덴코 연구소와 본사를 찾아가 정파와 지역을 넘어선 투쟁에 집회 자체가 생소했던 일본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네 명에서 예순네 명이 된 방문자가 지난주에 백 명이 되어, 일본의 노동계는 자신의 선을 넘었다고 한다. 그들이 투쟁 승리를 위해 달리고 있으니 한국이 한 번 더 신발 끈을 묶고 달려야 한다고. 더 크게 단결하지 않으면 반드시 진다. 함께 달려야 한다고.
그는 두 가지 제언을 했다.
먼저, 국제 기준에 따라 옵티칼 투쟁을 원청 ‘니토덴코 투쟁’으로 부르자.
다음, 원정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니토덴코가 두려워하는 건 한국의 노동조합이었다고 한다. 금속노조가 선봉에 서고 민주노총이 길을 열었다는 광장의 소식이 니토덴코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한일연대가 커질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그러니 한일연대의 신발 끈을 묶자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발언했다.
카지노 쿠폰의 두 명에게 미안함과 승리해서 내려올 수 있도록 투쟁하자는 인사를 먼저 전했다. 그의 발언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불에 탄 공장보다 훨씬 더 새카맣게 마음이 타들어 가는 해고노동자들, 처참한 불탄 공장 모습보다 훨씬 더 참혹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옵티칼 동지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희망이라는 말 참 잔인하기도 가슴 벅차기도 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많은 해고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전국에서 희망버스로 용기와 도움을 나누고자 싸워왔다.
노동자들이 출소하고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과 단식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위원장의 힘과 권한 최대한 동원해서 120만 조합원의 뜻과 의지 모아내서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
발언 후 영상에 박정혜의 목소리와 모습이 나왔다.
거통고 김형수의 목소리와 모습도 나왔다.
세종호텔 고진수 동지의 모습과 목소리도 나왔다.
옵티칼 카지노 쿠폰 현장이 나왔다.
투쟁 영상이 이어졌다.
73일째 투쟁하고 있는 세종호텔 정리해고자 고진수 지부장과 43일째 카지노 쿠폰농성 중인 거통고 김형수 지부장의 카지노 쿠폰 현장 연결이 있었다. 간단히 소개하겠다.
“올해는 민주노총 30주년 맞는 해, 그러나 전국 곳곳에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하자.”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자본은 외투 자본입니다. 한국의 온갖 지원으로 이익을 창출한 한국옵티칼은 일곱 명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체제로 한국 자본 시장을 침탈해 온 거대자본은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으로 120만이 나선다면 비정규직 철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공농성 끝까지 버티고 싸우겠습니다. 투쟁!”
마침내 뙤약볕에 양산도 없이 몇 시간째 서있는 박정혜·소현숙이 발언했다.
먼저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동지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아직 고공에 있다는 슬픔이 교차하는 한 주였습니다. 희망버스가 출발하여 동지들이 이곳으로 올 때 어떤 마음으로 오셨을지, 저랑 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먼저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시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희망버스를 타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 인사 전합니다. 동지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저희에게는 포기하지 않을 이유가 되었고 꺼지지 않는 희망이 되어주었습니다.
사실 카지노 쿠폰이 발 딛는 이 자리가 저희에게 생존의 절박한 외침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카지노 쿠폰께는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와야 하는 고통의 현장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너무도 죄송합니다.
카지노 쿠폰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연대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걸 이 카지노 쿠폰서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결코 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입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지켜온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별처럼 빛나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카지노 쿠폰 덕분에 저는 오늘도 살아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고공에서 거리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 우리 함께 싸워 반드시 승리합시다.
투쟁!”
다음은 집회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소현숙 조직부장의 순서였다.
“희망버스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웠던 겨울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지만, 저희는 아직 여기 이곳에 있습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자본의 벽 앞에서 투쟁을 외칠 저희 노동자들이 지금 저 앞에 있습니다.
저희가 고공에서 투쟁하는 동안에도 니토는 계속 사람들을 고용했지만 정작 구미에서 불타버린 공장에서 고용승계만을 기다리는 저희 노동자들에겐 아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라던 니토는 노동자를 물건 버리듯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날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사를 믿고 일하던 순진한 노동자는 기다려달라는 그 말 한마디를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곧 차가운 배신으로 돌아와 옵티칼 노동자들을 절망에 빠뜨렸습니다.
물량을 빼돌리면서도 같이 일해온 노동자들에게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는 니코덴코와의 투쟁은 카지노 쿠폰의 연대가 아니었다면 시작도 못 했을 겁니다.
지금 현재 구미에 남아있는 노동자는 일곱 명입니다.
150명이 넘는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니토는 왜 아직도 노동자를 이곳에 버려두는지 모르겠습니다. 절대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청산인의 말은 아직도 가슴속 깊이 기억되고 지금도 저를 너무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희망버스 연대동지 여러분, 옵티칼 노동자는 아직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존재하는 한 동지들과 함께 투쟁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 노동자를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고 부품처럼 갈아버리는 자본에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저희는 내일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나가겠습니다. 투쟁!”
모두 외쳤다.
“힘내라 박정혜
힘내라 소현숙
힘내라 김형수
힘내라 고진수
이겨서 만납시다
하루빨리 만납시다
투쟁”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이 무대로 올랐다.
210명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한 17명에서 남은 일곱 명 중 지상의 다섯 명이었다.
최현환 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연대 동지들 반갑습니다. 먼저 함께 외쳐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박정혜다
내가 소현숙이다
내가 이희은이다
내가 이지영이다
내가 정나영이다
내가 배현석이다
내가 최현환이다
동지들, 동지들이 방금 함께 외쳐주셨습니다. 일곱 명의 고용 승계 투쟁은 이제 동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먹튀자본 니토덴코로부터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저희 일곱 명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소수 인원이지만 거대자본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잘 싸워왔고 앞으로도 잘 싸울 겁니다.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자’
맞습니다. 우리 함께 싸워 반드시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투쟁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5월 21일 카지노 쿠폰농성 5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이 투쟁이 지속된다면 500일 투쟁은 실제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투쟁으로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지들, 함께 싸워 함께 승리합시다.
투쟁! 투쟁!
감사합니다.”
지민주 노동가수의 열정적인 무대로 깃발과 연대자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어 신유아 문화예술활동가가 만든 475송이 꽃을 받아서 공장 유리창에 붙였다. 일명 <불탄 공장에 희망의 꽃 붙이기-고공에도 봄을 선물하자 불탄 공장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떡볶이와 어묵 먹으며 잠시 쉬고 2부 캄캄밴드의 연주로 오픈 마이크를 시작했다.
발언 3분이 지나면 음악이 흘렀다. 오래 말했다고 무안 주지 않고 시간을 많이 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하은 동지의 사회는 듣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오후 여섯 시, 2부 오픈 마이크 시간이 끝났다.
희망버스들이 떠났다.
박정혜가 끝까지 손을 흔들었다.
일부 말벌 동지들이 자고 가겠다고 남았지만, 해 질 녘 공장에는 쓸쓸함이 서리서리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 밤을 사백칠십 다섯 번째 맞을 박정혜·소현숙에게 계속 힘내자는 인사는 가혹하다. 국내 최장기 고공농성에 오리곰의 말대로 하루라도 더 공장에 가서 함께 있어 주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나서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한국에서 국가산업단지 무상임대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아 20년 간 자본금 220억 원으로 누적 매출액 7조 7,000억 원을 넘기고 화재 보험금까지 챙기고는 열심히 일한 노동자에 고용의무를 다하지 않는 먹튀자본 일본 니토덴코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