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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r 14. 2025

가족이 카지노 게임 방해할 때

부지런히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채우는 와중에도 택배는 계속 온다. 남편의 물건이다. 남편은 원래 물욕이 없었다. 옷 한 벌이면 계절을 나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몸이 아픈 후로는 부쩍 카지노 게임나 건강식품, 건강보조기구 등을 자주 구입한다. 그중에서도 카지노 게임는 부피도 크고, 무게도 무거워서 나의 카지노 게임 라이프를 카지노 게임하는 적이다. 웬만하면 운동은 헬스장 가서 하고 집에는 카지노 게임를 들이지 않으면 안 되냐 물으니 시간이 없는 날은 집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하고, 출장을 가게 되면 챙겨가야 한다며 사모으는 중이다. 집이 넓을 때야 방 하나에 카지노 게임들을 쌓아놓고 지내도 상관없었지만 평수를 줄이는 마당에 카지노 게임까지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발 양보한다. 남편에게 카지노 게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닌듯하기 때문이다. 운동하는 자신을 보며 안심하기 위한 신경안정제 같은 거랄까. 그럼에도 덩치 큰 두 녀석은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했는데 하나는 실내자전거였고 다른 하나는 용도나 이름도 알 수 없는 운동 기구다.


합의 끝에 실내자전거는 당근에 내놓기로 했다. 당근에는 이미 비슷한매물이 많았다. 집집마다 상황도 비슷했다. 코로나 카지노 게임하려고 샀는데 안 쓰게 돼서 내놓는다는 사연이 가장 많았다. 빨리 처분하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내놓았더니 금세 거래가 성사되었다. 혹시라도 구매자가 트집을 잡을까 싶어 구석구석 자전거를 닦는 상황이 좀우습다. 정작 것일 때는 먼지가 뽀얗게 쌓이게 방치하더니것이 될 마당에 나게 닦고 있으니 이건 누구를 위한 자전거였던가. 어쨌든 새 주인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잘 가라 자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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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또 하나. 이름도 쓸모도 모르는 이 운동 기구. 한 번도 사용하는 모습을 못 봤는데 카지노 게임은 버리면 안 된다며 우긴다.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들고 왔는데 쓸 거라던 말과는 달리 집에 오자마자 손이 잘 닿지 않는 베란다에 가져다 놓는다. 남주기는 아깝고 내가 쓰기는 싫다는 심보구만. 이쯤 되면 카지노 게임에게 잔소리를 퍼부을 만도 하지만 십 년 차 부부의 짬 정도가 되면 이런 일로 싸워봐야 서로 손해라는 걸 안다. 차라리 '내가 너의 쓸모를 다시 정해주지.' 하고 창의성을 발휘한다.


너는 이제부터 빨래가 많은 날에는 빨래건조대가 되고, 손님이 오는 날에는 손님용 옷걸이가 되고, 집에서 홈발레를 할 때는 발레바가 되는 거야. 알겠지? 그리하여 남편이 베란다에 모셔 둔 정체 모를 이 물건은 우리 집 거실 한편을 차지했고 때로는 저녁이면 빨래건조대로 아침이면 홈트레이닝 파트너로 활용 중이다. 남편도 내심 뿌듯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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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진심으로 카지노 게임을 지향한다 해도 가족은 아닐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가족 중 누구 한 명의 취향이 확고하다면 상대가 무취향인 편이 낫다. 취향이 없는 쪽이 있는 쪽을 따라가면 되니까. 그러나 둘이 완전히 다른 선호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사실, 결혼해 살다 보면 매일매일의 사소한 일들로 시작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대다수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작은 일을 얼마나 유연하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다. 남편이 쓸모없는 물건을 사놓고 방치해 놓는다 하더라도 '그럴 수 있지' , '나도 그런 물건들이 있었지' 라며 넘어가는 여유. 남편을 비난하는 대신 내가 대신 그 쓸모를 발견해 주는 우리 부부의 바이브. 가족은 이렇게 서로에게 스며들어 가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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