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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Mar 27. 2025

카지노 게임 인생


오늘은 뭐 하지?

한 때 프로그램 제목이기도 했던 것 같던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백수 아닌 백수살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근시간에 바쁘게 움직이던 인생의 수레바퀴가 멈춘 것 같다. 하지만 빠른 템포를 지나 느리게 흘러가는 초침 속에서도 시간이 가기에 오늘은 뭐 하고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을 시작한 건 첫째 아이가 집에서 차로 십오 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였다. 둘째도 같은 곳을 다니게 되었으니 사 년 동안 카지노 게임은 나의 직업이었다. 누가 그러더라, 쉬는 시간이 없고 연봉도 없고 보상도 없는 게 엄마라는 직업이라고.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나에게 아이들을 카지노 게임하는 일은 무보수였지만 '나의 역할'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는 직업이었다.


최근 <카지노 게임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내 직업의 가치를 실감했다. 물론 서울에서도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긴 했지만 카지노 게임과 아이들을 케어해 준다는 것만으로 최소 이백만 원 이상의 가치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강철 같은 내 몸이 녹아들어 가는 몸살을 겪으면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운전을 할 수 없어 침대와 한 몸이 된 날이면 제일 먼저 아이들 픽업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 했다. 시누가 지척에 살아서 다행이었기에 시누에게 카지노 게임을 부탁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시누가 풀타임으로 일을 다녔다면 부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나와 아이들을 데려다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은 해도 해도 티가 안나는 집안일 외에 내가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일이었다.


카지노 게임 인생이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끝이 났다. 둘째 유치원 졸업식 날, 아이들을 무사히 유치원에 보냈던 4년이란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이자 내 카지노 게임 인생의 졸업식. 비가 오는 날에는 윤하의 <우산을 들으며 감성에 젖었고, 속상한 날에는 진주의 <난 괜찮아를 소리치며 하소연하던 공간과의 이별이었다. 운전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주관적인 이미지와의 작별. 언제든 하고 싶으면 운전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정말 필요하지 않은 이상 운전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기에 시원섭섭함이 있었다.


아이 입학과 카지노 게임의 졸업은 삶에 여유를 가져왔다. 열 시가 되어야 일과가 시작할 수 있었는데, 아침밥을 먹고 집을 정리해도 열 시가 되지 않았다. 두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서둘러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카지노 게임이라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질 좋은 무기를 가진 것 같았다. 내가 할 일을 충분히 해왔으니 할 만큼 했다는 핑계로 삼기 좋았다. 하지만 이제 숨을 곳이 없다. 카지노 게임을 하지 않는 나에게 전업주부로써 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이 주는 무게감이 닥쳐왔다.


오전 카지노 게임을 하지 않는 만큼 전업주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외벌이 4인 가구로 살면서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무보수 전업주부지만 지난달보다 생활비를 아낀다면 그만큼은 내가 벌어들인 수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 학원을 보내지 않지만 글쓰기 방법을 공부해서 엄마표를 한다면 학원비를 벌어들인 것은 아닐까. 헬스장을 등록해 놓고 빼먹지 않는 다면 돈을 버리지 않고 알차게 사용한 것이 아닐까.


아이들을 유치원까지 데려다주던 카지노 게임은 끝났지만 우리 가정이 더 나은 삶으로 가기 위한 카지노 게임은 아직도 계속되기에 오늘도 고민해 본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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