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덕질 연대기 -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 편
가장 흑역사를 많이 생성한다는 중~고등학생 시기, 나도 지금 생각하면 꽤나 오그라드는 몇 가지 취향을 가졌었더랬다. 펑크스타일 옷이나 액세서리 같은 것들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취향/취미들 중 하나가 바로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대중화되어 웬만한 초등학생들도 다 가지고 있는 바로 그것. 그 분야가 막 태동했을 때(?) 나는 푹 빠져들고 말았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었다.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보통 우레탄으로 개별 관절을 구분해 만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일컫는데, 관절들을 줄('텐션'이라고 불렀다)로 연결해 자유자재로 포즈를 바꿀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안구부터 가발, 옷, 메이크업까지 전부 변형이 가능해서 소유자가 원하는 컨셉으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능력자들이 자신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껏 꾸며놓고 찍은 사진들을 구경하며 당시 학생이었던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소유를 꿈꿨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내가 사고 싶었던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약 30~40만 원 정도였다(당시 기준으로 꽤나 비쌌다). 학생이 건드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세뱃돈과 용돈을 열심히 모은 나는 그 큰 돈을 그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샵에 바쳤다. 그리고 나의 첫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연하'를 갖게 되었다.
'연하'는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샵인 A사에서 내놓은 MSD사이즈(40센티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 한 종류였으며, 원래는 남자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지만 나는 여아 바디와 조립해 여자온라인 카지노 게임으로 데려왔다. '안개와 노을'을 뜻하는 한자어 '煙霞'라는 단어를 어렵게 찾아 이름으로 붙여 주었다. 은은한 미소와 살짝 처진 눈꼬리가 딱 내 타입이었다. 첫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데려온 나는 혹시나 낡을까 애지중지하여 잘 꺼내보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케이스 안에 넣어둔 채로 보냈다.
그 뒤로 '연하'와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첫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이고 나니 두 번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사고 싶어졌다. 이번엔 SD사이즈(60센티미터 정도)로 사고 싶어.. 이번엔 저 헤드(온라인 카지노 게임머리만 따로 팔기도 했다)가 갖고 싶어.. 등등 늘 새로운 소유욕이 들끓었다. 특히 온라인 카지노 게임계에는 한정 문화가 있었는데, 딱 특정 수량만 팔거나 특정 기간 동안만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학생이었던 나는 더욱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대부분의 용돈을 나를 꾸미는 데 쓰기보다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꾸미는 데 쓰며 고등학생~대학생 시절을 보냈다.
그렇게 여러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가발, 안구 등을 사 왔던 나였지만.. 궁극의 로망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따로 있었다. 바로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탄생지(?)와 같은 일본 모 회사의 B모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그 회사는 가끔씩 한정으로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내놓기 때문에, 특정 모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사려면 중고 시장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사랑했던(사랑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됨) 모델은 헤드만 n십만 원에 거래되며 그마저도 장터에 잘 뜨지 않는 아주 희귀한 모델이었다. 나는 각종 카페와 클럽 등에서 그 모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가진 사람들이 올린 사진들을 검색하며 언젠가 나도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가질 날을 꿈꿨다. 그렇게 수년을 보낸 뒤.. 어느 날 장터에 올라온 n십만 원의 B모델 헤드를 발견한 나는 충동적으로 중고거래에 도전했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헤드를 가지게 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헤드를 가진 내가 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예상대로라면 그 헤드에 원래 되어 있는 메이크업을 지우고(메이크업을 신너로 지워야 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함), 내 취향에 맞는 새 메이크업샵을 찾아 메이크업을 맡기고, 바디를 구하고, 바디에 맞는 옷을 사고, 안구와 가발을 사서 예쁘게 꾸민 뒤에 사진을 찍어 카페든 블로그든 자랑하는 글을 올렸어야 했다. 하지만 왠지, B모델 헤드를 가지게 된 나는, 그 헤드를 구매한 그대로 잘 보관만 해두고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구체관절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대한 열정도 그 이후로 왠지 시들해져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까지 전부 다 침대 밑에 케이스째로 보관하게 되었다.
지금도 내가 왜 궁극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손에 넣고 나서 갑자기 마음이 확 식어 버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갈망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넣는 순간,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걸까? 여하간 내가 아마도 수백만 원 이상을 투자한(온라인 카지노 게임+옷+안구+가발 더하면 그쯤 될 듯)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및 기타 장비들은 지금도 옷장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보관되고 있다. 가끔은 궁극의 B모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꺼내 놀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헤드만 덜렁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게 되면 가지고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쫙 전시해 놓고 사진을 찍어보고 싶긴 하다. 언젠가는ㅎㅎ 그때까지는 좀 더 옷장 속에서 버텨줘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