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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KUNDO Feb 25. 2025

사라진 후에 보이는 것

국내훈련소이야기 4

훈련소에서는 꽃게랑을 찾을 수 없었다. 평소에 군것질을 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이 과자가 매일 생각이 났다. 새우모양 과자도 있고, 닭다리모양 과자도 있는데 왜 이 과자만 없는 걸까. 구할 수 없기 때문인지 꽃게과자에 대한 집착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과자 한 개가 이렇게 간절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훈련소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일까? 식탐이 있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것 같았다. 익숙한 것을 잃은 사람의 보상심리가 이런 것일까.


훈련소의 식사는 정말 훌륭온라인 카지노 게임. 반찬도 맛있고, 후식도 살뜰하게 챙겨주셔서 늘 배부르게 먹었다. 빡빡한 일정을 버티게 하는 한줄기 빛이었다. 학창 시절, 급식이 맛없다며 투덜대던 나였다. 심지어 도시락을 싸달라고 엄마를 졸랐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급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훈련이 빡빡해서 그런가,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밥을 먹어도 항상 뭔가 허전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행인 것은 나 혼자만 배고픈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기들도 틈만 나면 간식을 찾아 매점을 찾았다. 사실 매점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시골 구멍가게보다도 작은 공간에 몇 개의 과자와 음료가 전부였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금방 동이 났다. 나는 초코가 들어간 홈런볼과 꽃게모양 과자를 먹고 싶었다.홈런볼은 가끔 들어왔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먹을 수가 없었고, 꽃게모양 과자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새우맛 과자도 있고, 닭다리 모양과자도 있고, 감자칩은 종류별로 몇 개씩이나 있으면서 내가 먹고 싶은 그것만 없어서 섭섭했다. 작은 가게 안 빈 선반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결국 없는 걸 확인하고 돌아서야 했다.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풍족한 삶을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집 앞에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이 있고, 몇 분 안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지갑이 늘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입소와 동시에 핸드폰을 반납온라인 카지노 게임. 처음에는 어색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학교 때부터 늘 손에 쥐고 살던 것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심심하면 통화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러나 이곳에서는 외부와의 연락이 쉽지 않았다. 문자 대신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했고, 전화번호가 적힌 노트와 전화 카드를 들고 공중전화박스로 가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작은 컴퓨터실로 가야 했고, 그마저도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 경우가 많았다. 연락할 일이 있으면 공중전화에 줄을 서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호사들이 사라지니, 그제야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아왔는지가 느껴졌다.


사소한 것들이 사라진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메꿔졌다. 꽃게과자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휴대폰은 이메일과 공중전화로, 인터넷의 부재는 도서관의 책들로, 심심함은 주변 동기들과의 게임과 대화로 채워졌다.


나와 동기들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주말만 기다렸다. 모든 결핍이 해소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외박을 나가는 날이면, 교관님들은 항상 말했다. "외부 음식을 반입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 누구도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가방 속에 군것질거리를 숨겨 오고, 심지어 치킨을 사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서 몰래 파티를 열었다. 초콜릿, 젤리, 치킨, 꽃게과자 등 훈련소 매점에서 찾을 수 없는 것들이 테이블에 가득했다.이런 파티를 주말마다 즐겼는데,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밤에 소등 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교관님들의 능력을 봤을 때, 알면서도 모른 척해 준 것 같다. 훈련소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아쉬움을 조금 해소할 시간을 허용해 준 것 같았다. 그러나 짧은 풍족함은 오히려 더 큰 공허함을 남겼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지사항 전달 시간이었다. 교관님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내일은 1달러 식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순간, 강의장이 술렁였다. 어떤 이는 덤덤했고, 어떤 이는 아쉬워하기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는 멍하니 교관님의 말을 들었다. 1달러로 식사가 가능하긴 한 걸까. 교관님의 말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기아체험 24’라는 프로그램에 참여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러나 훈련생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매 끼니를 1달러로 제한해 제공하기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지만 명색이 봉사를 하겠다고 모인 곳에서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게다가 남는 식비는 좋은 곳에 기부한다고 하니, 당연히 참여해야 할 것만 같았다. 좋은 취지라는 건 알겠지만, 솔직히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활력소였는데, 이제 그것마저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다음 날 아침, 1달러짜리 첫 식사가 나왔다. 단출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먹밥 두 개와 계란국 한 그릇. 평소에 먹던 푸짐한 식판과 비교하면 한없이 초라온라인 카지노 게임. 동기들도 조용온라인 카지노 게임. 평소 같았으면 시끌벅적했을 식당이, 오늘만큼은 정적이 흘렀다. 처음 한 입을 삼켰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몇 숟가락 지나지 않아, 속이 헛헛해졌다. "이렇게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평소보다 천천히 씹으며 식사를 마쳤지만, 여전히 배가 고팠다.


오후에는 개발도상국의 최근 동향에 관한 수업이 있었다. 자주 있는 수업이었는데 주의 깊게 들은 적이 없었다. 이 날은 특별히 영상자료를 보는 것으로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현지생활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영상이 재생되었다. 100원짜리 정수 알약이 없어 오염된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리는 아이들. 1000원짜리 치료제가 없어서 생을 달리하는 아이들.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는 황무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까지.


그날 하루만큼은 간식을 찾지 않았다. 점심도, 저녁도 비슷한 양의 식사가 나왔지만, 배고픔을 참을 수 있었다. 허기졌지만, 어쩐지 예전처럼 음식을 찾아 헤매고 싶지는 않았다.


훈련소에 들어온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1달러 식사를 선택한 것도 나였다. 내가 경험한 것은 선택할 수 있는 부족함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택하지 않은 부족함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그 결핍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길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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