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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Apr 30. 2025

내 인생의 소울 푸드 “카지노 게임”

우리 아이가 갓난이였을 때니까 아마도 20년도 더 되었을 이야기이다. 친구가 아이 백일이라고 저녁을 먹자고 토요일 저녁에 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아내와 젖도 안 뗀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으로 갔다. 백일 식사 자리에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 직장 동료들도 몇 사람 함께 했다. 식사에 반찬으로 나온 음식이 바로 “카지노 게임”이다. 넓지 않은 아파트 거실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다 보니 북적였다. 덥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젖먹이들이 울기 시작했다. 우리네 쪽이나 친구네 쪽이나 남편과 아내가 밥을 먹다 아이를 달래다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 알 수 없이 식사 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 집에서 출발할 무렵부터 껄끄러웠던 목구멍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따끔거렸다. 아내에게 목에 카지노 게임 가시가 걸린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밥을 한 덩이 꿀꺽 삼켜보라고 했다. 된 밥을 입에다 몰아넣고 우물거리다 단번에 넘겨보았지만 목 안에 박힌 가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목을 킁킁거려보기도 하고 헛기침을 해보기도 했지만 말짱 도루묵이었다. 물도 여러 차례 마셔보았지만 소용없었다. 하는 수 없이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간호사는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내일 아침에 출근해서 진료를 보고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9시에 맞춰 병원으로 오라고 대꾸했다. 나는 괴롭다며 어떻게 안 되겠냐고 하소연했더니 간호사는 바쁘니까 응급 상황이 아니면 전화하지 말라면서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그때까지 살면서 음식 잘 못 먹어서 탈이 난 경우는 여름에 배탈 정도가 전부였던 나였다. 집에 비전 상비약이 있어 대부분 큰 고생하지 않고 넘어갔다. 생선을 먹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기도 했지만 밥을 다 먹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목구멍에 제대로 박힌 카지노 게임 가시는 말 그대로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자려고 누우면 누운 대로 TV를 보려고 앉으면 앉은 대로 서서 서성이면 서성이는 대로 가시는 쏙쏙 찔러댔다. 캑캑거리며 기침을 해보면 좀 나아지는 듯했지만 이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목을 좌우로 기울여보기도 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쉬어보기도 하고 여러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가시는 용을 써도 별수 없다며 목에 아예 뿌리를 내리는 듯싶었다.


새벽녘까지 고생 고생하다 잠깐 잠들었던 것 같은데 깨어보니 날이 밝아왔다. 혹시나 하고 목기침을 했더니 카지노 게임 가시가 나 잘 있소 하고 인사를 받았다. 아내는 새벽까지 보채던 아이와 함께 잠들어 있었다. 나는 세면대에서 대충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집 앞 길가로 나갔다.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대학병원으로 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고개를 돌리면 가시 통증이 더 세게 느껴졌다. 발을 동동 구르다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대학병원으로 직행했다. 이비인후과 대기 의자에 도착했더니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대여섯이나 앉아 있었다. 저 사람들도 나처럼 밤새 고생하다 왔나 싶어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었다.


카지노 게임


9시가 되자 차례로 진료가 시작되었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의사가 왜 왔냐고 물었다. 어제 저녁에 카지노 게임을 먹었는데 목구멍에 박힌 가시가 밤새 빠지지 않아 힘들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의사는 한 손에는 펜처럼 생긴 손전등을 들고 한 손에는 핀셋을 들고 크게 아 하라고 했다. 젖 먹던 힘을 다해 입을 열어 젖혔다. 핀셋이 목구멍으로 들어가나 싶더니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의사는 요놈이 그렇게 힘들게 했구나 하면서 가시를 보여주었다. 손가락 한마디 남짓한 가느다란 가시였는데 가운데가 꺾여 있었다. 의사에게 거듭 고개를 조아리고 나오는데 세상이 그렇게 다르게 보일 수가 없었다.


삼십대 초반의 한창때라 나는 건강한 몸에 감사할 줄 몰랐다. 건강은 언제나 주어지는 것이겠거니 하며 남들보다 앞서가려는 욕심에 무리하기 일쑤였다. 그러한 나의 오만은 한 치나 될까 말까한 갈치 가시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갈치 가시에 고생한 후로도 그렇게 건강에 감사하고 신경을 쓰며 살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끔 떠오르는 그 괴로움을 생각하면 그나마 무탈한 신체가 고맙게 느껴지곤 했다. 그때 갈치조림을 먹지 않았다면 내 몸이 건강하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내게 건강이 소중하다는 따끔한 일침을 놓았던 갈치조림을 내 영혼의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로 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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