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월식 글·그림 / 96쪽 / 19,800원 / 미디어창비
『카지노 쿠폰 돌』은 백운금 화분 속 두 선인장 ‘인’과 ‘연’의 이야기다. 둘은 하얀 실로 칭칭 감겨 어떻게도 헤어 나올 수 없다. 평생을 베란다 화분 안에서 같이 산다. 연이 인이고 인이 연인 둘은 애증의 관계다. 긴 세월 학습과 답습을 통해 미워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분신이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은 같은 베란다에 사는 라벤더 ‘길’과 연결된다. 인은 라벤더 길의 꿈을 듣곤 ‘나도 바다에서 살 수 있나?’ 질문하며 바다에서 사는 자신을 꿈꾸게 된다.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 법! 나에게 오지 않는 것들은 다 아직 때가 아니다. 기다리던 어느 날 책을 펼친 듯한 날개를 가진 새가 인을 찾아온다. 보통 새가 아니다. 인은 새의 날개에서 세상을 배운다. 새로부터 질문도 받는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지. 인은 자신에게 화분을 걸어 나갈 힘이 있다는 새의 말을 믿고 길과 더불어 화분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다.
그림이 수작이다. 화분 밖으로 나왔지만 어떻게도 엄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의 혼돈의 시간, 인의 곁에서 기다려주는 길과 새의 시간을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 이야기하듯 보여준다. 그림이 살아 움직여 말을 하는 것 같다. 카지노 쿠폰 돌에 짓눌렸던 인은 길과 함께 그들의 꿈인 바다 앞에 서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화분 속 엄마 연과는 달리 길은 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자신의 일부를 떼주며 단호하게 떠난다. 떼어진 길의 일부는 인의 자식, ‘숨’이 된다. 인은 그토록 싫어하던 선인장 속 관계를 답습한다.그림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는 그 누군가가 생각나리라. 그림은 괴로운 우리네 기억과 마주하게 이끈다.
『카지노 쿠폰 돌』은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받아들여야 하는’애증 어린 모든 관계들의 이야기다. 관계에 짓눌린 인은 숨과의 관계를 통해 연이 바라보는 곳으로 향해 선다.
그런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서는 존재인지, 어떤 선택을 하는 존재인지 화분 속 선인장 인과 연을 만나보시라. 『카지노 쿠폰 돌』은 우리에게 질문하고 손을 내민다. 내가 쥐고 있는 카지노 쿠폰 돌이 얼마나 있는가? 카지노 쿠폰 돌은 검고 무겁기만 한가? 앞 면지를 가득 채운 카지노 쿠폰 돌, 누군가 단호하게 뒤돌아서며 던진 카지노 쿠폰 돌이 뒤 면지에도 가득하다. 내가 있는 그대로를 다시 보기로 한 그때, 검기만 하던 돌 틈새로 햇살이 비껴들고 카지노 쿠폰 돌은 가벼워진 채 웃으며 말한다. 미운 사람은 미워해도 괜찮다고. 고개 들어 엄마 말고 나를 보라고.나에게도 화분 밖으로 내밀던 인의 초록 손과 발이 있다는 알아차림, 배움의 날개를 펼치고 나에게로 오는 새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용기로 만나보시라. 내 안의 카지노 쿠폰 돌을 위로 사뿐 던져 버리고 한번 뒤돌아 가보시라!
임경희_『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저자, 그데함(그림책으로 죽음을 함께 이야기 하고, 함께 돌보는 운동) 대표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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