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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늘 하고 싶었다. 매번 비슷한 류와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만 읽어(꽂히면 질릴 때까지 읽는 타입) 관심사가 아니면 읽지 않는다. 점차 생각하는 게 편협해지고 내 시각에서만 사고하는 게 생각 안에 갇힌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분야를 읽으려고 하면 뭘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다시 익숙한 반경 안에서만 책을 골랐다.
3주 전쯤, 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실배 작가님께서 독서모임을 신규로 운영하신다는 공지 글을 보았다. 작가님과는 6년 전에 다른 글쓰기 모임에서 처음 뵈었고 이후로는 온라인에서만 작가님 글을 읽고 있다가 그분이 계신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연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단번에 신청하겠다고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고 11월의 마지막 날, 드디어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독서모임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모임 자체가 친목을 목적으로만 하는 성격이 짙거나, 이미 결성되어 있는 독서모임의 경우 존속이 길어 초보인 내가 기존 사람들에 뒤섞여 잘 참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낯가림도 심하여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아 선뜻 용기 내지 못하였다. 작가님께서 운영하신다는 게시글을 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안면이 있는 분이라면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임 장소는 오목교에 있는 북앤브루라는 북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작가님께서 이곳 사장님과 인연으로 독서모임 운영 제안을 받으신 것이었다. 카페는 오목교역과 가까워 찾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혹시나 길을 헤맬까 봐 40분 일찍 도착하였다. 입구에서부터 카페를 찬찬히 둘러보니 외관부터가 책을 읽고 싶게끔 하는 차분한 인테리어였다. 내부는 베이지 톤의 따듯한 느낌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책과 잘 어우러졌다. 홀로 감상을 마칠 때쯤 독서 모임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작가님과 6년 만에 뵈어 어색한 인사를 하면서도 굉장히 반가웠다. 분명 낯선데 낯설지 않았다. 어릴 적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랄까? 처음 글을 같이 시작하고 배운 동기라는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님 글을 자주 읽어 내적 친밀감이 있어서인지 (둘 다인 것 같다) 아무쪼록 기분 좋은 반가움이었다. 뒤이어 매일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분도 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모임원은 작가님 포함 여섯이었다. 커피를 시키고 자기소개를 한 후 본격적으로 독서 모임이 시작됐다. 선정된 책은 백희성 건축가님의 <빛이 이끄는 곳으로였다. 평소 소설을 잘 읽지 않은 터라 오히려 좋았다. 작가님께서 준비해 오신 발제문에 따라 모임원 한 분 한 분의 생각을 들으면서 '나도 저렇게 생각했는데!'라고 공감하거나 나와 다른 시각일 땐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며 감탄의 감탄을 하였다. 책을 한번 읽고 갔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깊게 여러 번 읽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분들의 말을 되새기면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내향인이라서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특히 주목받는 경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어버버 하는 편인데 모임원들과 작가님께서 웃으면서 편안하게 해 주셔서 나도 편하게 답을 할 수 있었다. 각각 살아온 환경도 다를 것이고,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기에 그분들이 보는 관점이나 시각을 나누는 점이 좋았다. 예전 같으면 읽고 땡! 처리하듯이 책을 읽거나, 이번 주에도 한 권 읽었다며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만 남기고 책 읽기를 끝내곤 하였다. 독서 모임은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하며 해보지 않은 새악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진작에 하지 않았는지 지난 세월을 후회할 정도였다.
2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마무리할 무렵에 운영진께서 다음 독서모임 책을 소개해 주셨다. 나도 모르게 홀리듯(?!) 그 책을 구매하여 다음 모임도 기약하게 되었다. 연말이라 중요한 일정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이날만큼은 어떻게든 사수해 봐야겠다. 뭐든 첫인상, 첫 경험이 중요하듯 이렇게 첫 독서모임은 대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