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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Apr 21. 2025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308)

제308편 : 문정영 시인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 오늘은 문정영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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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비 그치고 돌멩이 들어내자
돌멩이 생김새만 한 마른자리가 생긴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는 내 발 크기가 비어 있다.
내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내 키는 다 젖었고
걸어온 자리만큼 말라가고 있다.
누가 나를 순하다 하나 그것은 거친 것들 다 젖은 후
마른 자국만 본 것이다.
후박나무 잎은 후박나무 잎만큼 젖고
양귀비꽃은 양귀비꽃만큼 젖어서 후생이 생겨난다.
여름비는 풍성하여 다 적실 것 같은데
누운 자리를 남긴다.
그것이 살아가는 자리이고
다시 살아도 꼭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빈다.
그 크기가 무덤보다 작아서 비에 젖어 파랗다.
더 크게 걸어도
더 많이 걸어도
꼭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는데
앞서 빠르게 걸어온 자리가
그대에게 먼저 젖는다.
- [카지노 게임 사이트](2014년)

#.문정영 시인(1959년생) : 전남 장흥 출신으로 1997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광주일보]와 함께 운영하는 ‘동주문학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계간 [시산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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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어느 글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같은 절에서 계를 받은 두 스님이 갈라져 나와 도를 닦다가 한쪽 스님의 연락으로 둘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갑스님’이 ‘을스님’ 머무는 곳을 찾아가니 그곳은 이름난 큰 절의 주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사시사철 신자가 들끓고 입장료도 많아 엄청 부유하게 보이는데, 음식도 고급스럽고 시설도 멋진 절에서 대접받은 뒤 헤어지려 밖에 나오자, 큰절 을스님이 대웅전 앞에 나와 자랑스럽게 손가락으로 절 전체를 휘두르며 설명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내가 머무는 절이라네. 한시도 조용할 날 없지만 신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 말에 갑스님이 뭐라 답하고 싶은데 차마 하고픈 말을 삼킨 채 “좋네.” 하고 끝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번엔 을스님이 갑스님의 절을 찾았습니다. 그곳은 차로 갈 수 없는 산중턱에 자리 잡아 30분은 걸어 올라가야 이를 수 있는 곳입니다. 헉헉거리며 겨우 도착한 뒤 보니 너무 작고 곧 쓰러질 듯하여 을스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이렇게 좁고 불편한 산골짜기에서 어떻게 생활하니?”
이 말에 갑스님이 답했습니다.
“이 절엔 신자 대신 저 아래 나무와 풀과 새들이 다 불공드린다네. 게다가 가끔씩 부처님이 오셔서 저들과 얘기 나누면 그리도 보기 좋다네.”

시로 들어갑니다.

“비 그치고 돌멩이 들어내자 / 돌멩이 생김새만 한 마른자리가 생긴다”

그렇지요. 비 그친 뒤 돌멩이 들어내면 그 아랫부분은 말라 있지요. 크기도 딱 맞게 돌멩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입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서 있던 자리에도 내 발 크기만큼 비어 있습니다. 아무리 심적으로 육적으로 성장해도 내 발 크기만큼만 비어 있을 뿐.

“누가 나를 순하다 하나 그것은 거친 것들 다 젖은 후 / 마른 자국만 본 것이다”

가끔 남들이 나를 두고 저 사람 어떻다고 합니다. 나 역시 남을 두고 어떻니 저떻니 평가합니다. 자 그럼 나나 남이 보는 그 평가는 옳을까요? 겨우 내 눈에 잠깐 보인 그 모습만 갖고 그를 단정 짓지는 않는지요? 특히 남들에게 보이는 가식적인 면만 보고서.

“후박나무 잎은 후박나무 잎만큼 젖고 / 양귀비꽃은 양귀비꽃만큼 젖어서 후생이 생겨난다”

모든 나무는 그 주변에 내린 비로 수분을 섭취합니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100m 200m 떨어진 개울의 물은 끌어당길 수 없습니다. 여름비가 풍성하여 주변을 다 적셔도 그가 누울 자리만 남깁니다. 그것이 살아가는 자리이고 다시 살아도 꼭 카지노 게임 사이트만 빕니다.

“더 크게 걸어도 / 더 많이 걸어도 / 꼭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는데 / 앞서 빠르게 걸어온 자리가 / 그대에게 먼저 젖는다”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먼저 걸어가 딴 사람이 차지한 자리를 확보하려 해도 나의 목표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먼저 가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욕심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넘어서려 해도 언제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먼저 자리를 잡습니다.


이제 시인이 시에서 말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생각해 봅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켜라.’라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고, ‘자신에게 주어진 몫만을 차지할 뿐 분수에 넘치는 욕심을 버리라.’라는 뜻 같기도 합니다.
뒤에 방점을 두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란 말엔 그 사람이 지닌 재산, 철학, 양심, 욕망 모두를 포함한 말이 되겠지요. 돌멩이는 돌멩이만큼의 흔적을 남기고, 후박나무 잎은 후박나무 잎만큼 남기고, 양귀비는 양귀비만큼 흔적을 남깁니다.

앞에 예로 든 두 스님 가운데 그가 지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크기를 가늠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요. 내가 좀 더 소유하고 싶으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크기는 작아지겠지만, 내가 좀 더 베풀기로 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크기는 불어납니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크기를 만드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만들어가느냐가 중요하겠습니다. 그 사람의 크기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면적만 남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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