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아빠 기러기의 절규
번복할 수 없는 미션이 주어졌다.
해외 근무에 지원한다는 건 어떠한 사정이 생겨도 발령지로 떠나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또 한편으로는 3개월 남짓한 시간 안에 3년 살이를 떠날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흰뺨기러기의 새끼들은 태어난 지 3일째에 절벽 밑으로 뛰어내린다고 한다.
우리에겐 그보다 긴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체감하기엔 3일 못지않게 짧게 느껴졌다.
아니 단순하게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이사를 준비하더라도 통상 3개월은 예상하지 않던가?
탐 크루즈 오빠도 분명 미션을 하달받고 이런 심경이었으리라.
그동안 수많은 환송회에서 서당 개 노릇을 하며 들었던 풍월을 읊어보자면
가장 급한 미션은 바로 아이가 다닐 카지노 게임였다.
먼저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베트남 국공립카지노 게임에 보내거나 여러 국가의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국제카지노 게임를 보내는 것.
간단하게 요약하면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 사용 언어와 입학시험, 그리고 무시무시한 국제카지노 게임 등록금이다.
베트남어로 수업하는 국공립카지노 게임는 외국인이라도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누구나 보낼 수 있지만,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카지노 게임를 보내려면 원하는 카지노 게임에 현재 추가 학생 수용이 가능한지 문의한 뒤
해당 카지노 게임가 요구하는 수준의 영어 입학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중카지노 게임 3년, 고등카지노 게임 3년, 대카지노 게임 4년, 취업 후 4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까지 회사 업무 특성상 영어 교재를 놓지 못하는 남편은
한풀이하듯 절대 국제카지노 게임를 보내겠다며 입학 가능한 카지노 게임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높은 영어점수를 지니고도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외국인 앞에서 슬쩍 나의 등을 떠밀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
영어에 대한 그의 ‘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필자 역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참다가 항의할 때를 제외하고 눈동자 색이 다른 사람들과 가능한 눈을 맞추지 않는다.
‘그래, 적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는 영어 지옥에서 자유롭게 해 주자. 인간은 진화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그러나 희망찬 결의도 잠시, 우리는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
우리 아이는 이미 알파벳마저 망각의 강 너머로 떠나보내지 않았던가?
아직 A부터 J까지는 강을 건너기 전이었지만 그마저도 앞다퉈 건너려다 보니 뒤죽박죽 순서가 엉켜있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카지노 게임 입학시험은 무려 필기와 면접으로 이뤄진다.
초등카지노 게임 1학년은 거의 영어를 못해도 입학이 가능했지만 베트남 학기 운영체제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는 3학년 2학기에 해당했고 고학년을 앞둔 아이들의 영어 수준에 맞춰
시험 난이도 역시 제법 높았다.
국제카지노 게임 관련 자료를 찾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최근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영어 교육을 위한 베트남 조기 유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과거 자녀들의 조기 영어 교육을 위해 영미권으로 향했던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이
비자 문제가 덜 까다롭고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베트남으로 쏠린 것이다.
실제 베트남 호찌민에는 영국계, 미국계,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설립한 국제카지노 게임가 있었고
한국인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카지노 게임 선택은 사치였다.
우리 부부는 먼저 가능한 모든 국제카지노 게임에 수용 가능 인원이 있는지 문의하는 이메일을 발송한 후,
곧바로 뉴스로만 접했던 사교육의 성지, ‘대치동’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영어 학원 문턱을 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울 줄 누가 알았으랴.
방문 예약을 위해 학원에 전화를 걸 때마다 놀랍게도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아이가 파닉스(Phonics)는 뗐나요?”
마치 ‘수학의 정석’ 참고서 처럼 영어 입문 대표 명사로 통용되지만
사실 파닉스(Phonics)는 교육법을 일컫는 용어이다.
아이들에게 영어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어떤 문자가 어떤 발음이 나는지 패턴을 익혀
설령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문자의 발음을 조합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파닉스(Phonics)는 우리 아이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의 과오와 아이의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자,
전화기 넘어로도 학원 관계자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대부분 분반을 위한 등급 시험을 거친 후 학원 문턱을 넘는 것이 허락되는데 파닉스(Phonics)를 떼지 않은
아홉 살 아이에겐 시험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일곱 번째쯤 전화했던 학원은 알파벳도 헷갈려한다는 소리에 거의 아동학대 사건을 접한 듯한 반응이 돌아왔다.
국제카지노 게임 입학시험 대비는커녕 학원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된 우리 부부는 결국 대치동을 포기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민족이던가.
교육열 하나로 6.25 전쟁의 아픔을 딛고 불과 수십 년 만에 세계적인 IT 강국을 세운 민족이 아닌가.
이번엔 ‘교육에, 교육에 의한, 교육을 위한’ 학부모들이 사는 세상, 목동으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학원에서는 난색을 표하며 방문을 거절했지만
한곳에서 국제카지노 게임 입학 필기시험과 비슷한 수준의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그 결과, 우리 아이의 점수는 ‘7점’.
“설마 10점이 만점인가요?”
Lucky seven! 자고로 7은 행운을 상징하지 않던가.
혹시라도 만점 기준이 10점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물었지만 역시나 만점은 100점이었다.
학원에서도 내심 놀란 눈치였지만 입학 시험을 지도해 줄 선생님을 찾아 시간표를 한번 짜보겠다는 말에
선금을 입금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띠링!
그런데, 다음날 돌아온 것은 시간표가 아닌, 은행 입금 내역 알람이었다. 송금한 곳은 학원이었다.
도저히 퇴근 시간 이후 아이를 지도할 선생님을 구할 수 없다며 자체적으로 환불을 해준 것이다.
당시 남편은 자신이 기러기를 해야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어차피 자신은 번복할 수 없어 떠나야 하니, 나와 아이를 한국에 남겨 두고
그넘에 파닉스를 뗀 뒤, 입학시험을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진정 우리아이는 학원조차 다닐 수 없다는 말인가?
환불해준 학원 관계자는 대신 현실적인 방법을 조언해 주셨다.
사실상 석 달 만에 국제카지노 게임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읽기와 쓰기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화상 면접시험 대비만 준비하라는 것.
과감하게 필기시험을 포기할 수 있는 건 미국계 국제카지노 게임의 경우 아이의 현재 영어 실력보다
면접에서 보이는 아이의 태도와 잠재력을 더 높이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향한 곳은 뜻밖에도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들을 위한 어학원이 모여있는 종로였다.
먼저 해외에 발령을 받았던 직장 선배의 현실적인 조언 덕분이었다.
남편의 선배는 당시 본인의 자녀도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규모가 조금 작은 유학원이나 어학원에 부탁해
선생을 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우리는 교육열이 남다른 한 학원을 찾을 수 있었고,
사정을 설명하자 원장님은 일주일에 세번씩
국제카지노 게임 교사 출신 한국인 강사와 원어민 강사 두 분과 함께 면접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표를 짜주셨다.
일단 카지노 게임는 보내야 할 것이 아니냐는 가슴 따뜻한 원장님의 말씀에
주책맞게도 눈물을 한 바가지 쏟을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시국 직후라 메일로 문의했던 국제카지노 게임들은 대부분 학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2022년 11월 호찌민에 있는 국제카지노 게임 4곳의 시험날짜가 확정됐다.
계획보다 시험일자가 앞당겨진 상황.
해병대 캠프처럼 지난 2개월간 우리 아이는 정말로 파닉스 대신 ‘I can do it’ 정신만 연습했다.
아홉 살 영어포기자의 운명은 다음 편에…
‘아해야, 카지노 게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