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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잉그뤠잇 Feb 20. 2025

카지노 게임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2)

가짜 나 그리고 진짜 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도 카지노 게임에 빠져 살 때가 있었다. 한창 방송작가로 바쁜 일상을 보낼 때였다. ‘페이스북’이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주변 친구들의 추천을 듣고, 나도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예전 ‘미니홈피’에서 일 촌 맺기를 하던 것처럼 친구 요청도 하고, 파도타기 하듯 내 친구의 친구들 게시물도 구경하고, 연락처를 몰라도 바로 상대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또 게시물에 대해 '좋아요'를 누르며 호감을 표시하는 방식이 굉장히 센세이션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게시물이 노출되고 그로 인한 직접적인 반응을 받는 것이 점차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사색이 담긴 게시물에 내가 의도치 않은 뉘앙스의 댓글이 달리거나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흔적을 내 공간에서 발견할 때의 불쾌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나만의 솔직함이 반영된 게시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의식한 게시물로 하나둘 올리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뒤에 있는 타인의 반응, 시선을 의식하며 나는 나를 가장하게 된 듯했다. ‘좋은 곳에서 즐겁고, 행복한 나’, ‘직업적으로도 잘 나가는 나’,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가진 나’ 등 나를 조금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는데 도가 텄다. 다른 친구의 게시물 어디에도 슬프고, 안타까운 일상보다는 값비싼 상품으로 치장하고, 시간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일상만 가득했다. 이러한 카지노 게임의 행태 때문에 나는 과소비를 하기도 했고,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위 있어 보이는 척을 잘하게 됐다. 나의 거짓된 카지노 게임용 삶은 결혼 후,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제는 내 아이도 좋은 옷, 비싼 아기용품, 행복해 보이는 A컷 사진으로만 카지노 게임를 채워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기를 재우고, 혼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차오르는 우울감에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던 날이었다. 그저 습관처럼 켠 페이스북 앱을 보면서 난 큰 자괴감에 빠졌다. 목 늘어난 면티에 고무줄 바지, 머리는 대충 고무줄 하나로 질끈 올려 묶은 나와 페이스북 내 계정에서 한껏 치장한 채 행복을 자랑하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리고 출산 후 빠지지 않은 살 때문에 나를 대신에 나의 아기를 앞세워 행복한 게시물을 줄이었던 나를 발견했다. 나의 낮은 자존감은 나를 다른 사람의 반응에 더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기 옷 뭐야? 아들 너무 귀여워~!”, “역시 퍼펙트한 엄마야!”라는 댓글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지금의 내가 어떤지 알고 있을까 싶었다. 동시에 나는 사무치는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그리고 바로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다.


카지노 게임는 내용이 가볍고, 간단하고, 짧은 시간 동안 흥미를 돋운다는 점에서 중독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또 사용자 활동 로그가 기록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 끊임없이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만들기에 누구나 카지노 게임 중독 현상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카지노 게임에는 과대광고, 가짜뉴스가 난무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어서 잘못된 정보에 현혹될 여지가 많다. 이렇게 다양한 문제점이 있지만 내가 무엇보다 카지노 게임에 있어 주의를 요하는 것은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나의 삶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면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고, 삶의 질은 곤두박질친다. 나는 팔로워나 하트, 댓글 개수로 나 자신을 평가받고 싶지 않다. ‘인스타’에 올리지 않아도 나는 이미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 나의 안부가 궁금하다면 나에게 연락하면 될 일이고, 지금의 내가 보고 싶다면 만나면 될 일이다. 이따금 내 아이의 치명적인 귀여움을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누군가 하트를 누르지 않아도 내 아이는 언제나 사랑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유행하는 ‘밈’조차도 TV 프로그램에서 재탕하는 것만 봐도 충분하다. 언젠가 카지노 게임를 해야겠다는 대단한 결심과 나만의 목표가 세워지기 전까지 나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을 듯하다. 다른 사람 시선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행복을 위한 수단 중의 하나로 여겨질 때가 카지노 게임를 할만할 때가 아닐까. 오늘의 사색을 마치며 다시 드는 생각은 역시 지금의 난 카지노 게임를 하지 않아도 넘치게 행복하다는 것. 나의 행복을 과시하는 순간 그 행복은 포장될 수 있기에 난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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