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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이 Mar 16. 2025

변화, Change

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던 나

금요일 오후,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


전라북도에서 소방공문원을 하는 친구였다. 일 년 만의 연락이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돼서. 오늘 잠깐 볼 수 있어?"


아니, 난 볼 수가 없었다. 미리 잡힌 약속이 아니면 난 잘 나가질 않는다. 보통 주에 1회 외출을 하는데, 이번 주는 벌써 외출을 했다. 친구에게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는데, 마음이 복잡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했다는 불쾌한 감정도, 그 친구와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관계가 끊어질 것을 걱정하는 마음도 거의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전화 온 친구와의 전화를 끊고 집을 나서는 순간 알았다. 나는 변카지노 가입 쿠폰.


학창 시절, 나를 가장 옭아맸던 친구들의 말이 "변했다."였다. 친구들은 내게 변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내가 정말 많이 변해서 친구들이 변했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인지, 아니면 변했다는 말로 나를 조종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친구들이 내게 그 말을 뱉을 때면, 어김없이 그 한 단어에 꽉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첫 번째, 그 친구의 그 말의 진위여부를 판별해 내야 했다. 즉, 내가 정말로 변했는가, 아니면 변하지 않았는데 말만 그렇게 한 것인가 하는 문제다. 변하지 않았는데 변했다고 말한 것은 다른 문제이므로 뒤에서 다룬다. 먼저 내가 정말로 변했는가에 대한 답이, '그렇다.'로 나온 경우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두 번째, 무엇이 변했는가. 아마 나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을. 당시에는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상황들이 변수였다. 부모 형제간에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시시각각 나를 다른 모습으로 만들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것들도 모두 깊숙한 자극으로 느껴졌다. 친구들이 입는 옷과 내가 입는 옷이 어떻게 다르며, 친구들이 내뱉는 단어와 내가 내뱉는 단어의 차이, 그들의 취미와 나의 취미, 그들이 사는 곳과 내가 사는 곳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차이점들은 나를 규정했다. 인식하지 못했던 차이를 매 순간 하나씩 새롭게 인식하고 있었고, 그러므로 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당시의 나에게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들과의 차이를 인식했고, 차이 속에서 나의 위치를 자각했으며, 그 위치가 곧 나임을 인정하여야만 했는데, 당시에 내 위치는 내 이상적인 위치와 괴리가 컸다. 나는 당시의 내 위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해야만 카지노 가입 쿠폰.


'인간은 변한다.'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내 말과 행동을 철저히 모니터링카지노 가입 쿠폰. 내 본심이 드러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극도로 정제카지노 가입 쿠폰. 때때로 말과 행동을 정제하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는 시그널이 바로 "너 변카지노 가입 쿠폰."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는 나는 변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너 변했다."는 말로 나를 조종하려고 하는 경우이다. 사실 그런 말로 나를 조종하려고 했던 친구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계산이 빨랐던 것이다. 내가 "변했다."는 말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통해 나를 조종하려고 했던 것이니. 내가 그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너 변했다."는 말에 "응, 나 변했어."라고 대응하면 그만이다. 나는 "응, 나 변했어."라고 대응하는데, 자그마치 15년이 걸렸다.


내가 그리고 집착했던 변하기 전의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자신감 없고, 겸손하며, 자신을 낮추고, 나를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 말에 귀를 잘 기울이며,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는 사람.나는 이런 단어들에 나를 끼워 맞추고, 조금이라도 튀어나오려고 하면 다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 여기 튀어나왔다."라고 말하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튀어나온 부분을 꼬집고 비틀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라고, 그 모습에서 한치도 벗어남 없이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필사적이었을까. 이해는 한다. 당시의 나에게 그것은 생존이었다. 인간관계가 어렵고, 가정환경이 당당하기 힘들었으며,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던, 생존. 공부는 혼자서라도 어찌어찌해낼 수 있지만 관계는 그게 불가능했기에 나에게 인간관계의 고민은 항상 학업 고민보다 큰 비중을 차지카지노 가입 쿠폰.


변한다는 것, 지금은 너무나 인정하기 쉽다. 매일, 매 순간 나는 변하고 있다. 글을 쓰는 순간 가장 격렬히 느낀다. A를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글은 어김없이 B나 C가 되어 "발행"버튼을 기다리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주제와 방향을 생각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써 내려가는 와중에도 내 생각은 끊임없이 재정렬되고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유동성이 없는 고체가 아니다. 거대한 운동성을 지닌 기체도 아니다. 하나의 도도한 흐름을 갖고 원하는 방향을 잡기만 한다면 그곳을 향해 일관성 있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액체에 가깝다. 액체, 그 액체가 가장 잘 변하는 물질 아닌가. 내가 그 액체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온전히 인정하는 데 참으로 오래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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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6 365개의 글 중 37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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