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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이 Apr 17. 2025

말, Speech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말은, 가짜다.

말로 내뱉는 일은 쉽다. 반면에 내뱉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어렵다. 힘이 있는 말은 행동으로 옮겨질 것이고, 힘이 없는 말은 말에서 끝날 것이다. 힘이 있는 말은 여러 번 곱씹었던 말이다.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 말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 말이 자신에게 왜 의미가 있는지 여러 번 되짚어본 말이다. 반면에 힘이 없는 말은 무심코 툭 튀어나온 말, 당황스러운 상황과 불안한 마음속에서 임기응변으로 툭 튀어나온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뱉은 말이며, 그것은 곧 온전히 나만을 위한 말이다.


나는 힘이 있는 말을 뱉고 싶다. 힘이 없는 말은 삼가고 싶다. 그럼에도 오늘 눈을 떠서 눈을 감기 전까지 계속해서 나는 무언가를 내뱉고 있다. 학교에 가서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교과서라는 그릇에 담아 아이들에게 내뱉는다. 가정에 와서는 학교에서보다 더 의식하지 않고 힘이 없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가족이 모두 잠들면 슬그머니 일어나 하루 종일 떠들었음에도 남아있는 생각들을 몇 개의 단어로 엮어 글로 써 내보낸다. 때때로 힘 있는 말을 많이 내뱉은 날이 있고, 그보다 많이 힘없는 말을 더 많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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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 나오는 김장하 선생은 힘 있는 말을 내뱉는 사람카지노 게임. 그는 경상남도 진주에서 60여 년을 한약방을 운영했다. 박리다매를 경영전략으로 삼고, 잘 드는 한약을 다른 한약방보다 싼 값에 지어줘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다. 입소문이 퍼졌고, 그의 한약방은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던 그는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돈을 진주 사회에 환원했다. 가난하지만 공부는 잘하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어떤 말도 없이 장학금을 수년동안 지원했다. 적자폭이 컸던 진주 신문을 10여 년 동안 묵묵히 지원했고, 여성들을 위한 시설을 짓거나 인권을 향상하는 일에도 나서서 지원했다. 진주시 시민정신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형평운동에도 묵묵히 오랫동안 지원을 해왔다. 40살이 되었을 때에는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10여 년 뒤에 국가에 헌납했다.


그럼에도 그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김장하 선생은 말이 없다. 특히 자신을 칭찬하거나 이룬 일들에 대해서 물어볼 때에는 더 말이 없어진다. 때때로는 역정을 내기도 한단다. 주변 사람들은 김장하 선생을 어려워하지만 좋아한다. 동시에 존경하며, 가까이 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간다. 2022년 5월 31일, 한약방에 마지막 출근 날까지 그는 60여 년이라는 세월을 변함없이 유지했다.


어른이다. 김장하 선생은 어른이다. 힘이 없는 말은 내뱉지 않고, 그가 뱉은 말은 힘이 있는 말이다. 그렇게 그가 뱉은 말들은 모두 자신의 행동으로 옮아간다. 행동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된다. 사람들은 그를 어른으로 받아들인다. 어른의 말과 행동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옮아간다. 김장하 선생의 말과 행동을 옮은 사람들도 언행일치가 된 삶을 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그들도 어른이 되고, 그들의 말과 행동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어질 것이다. 내가 보기에 김장하 선생은 그렇게 자신으로부터 옮은 것들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당신의 두 눈으로 확인을 할 때, 비로소 웃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본인 행복의 전부인 것처럼.


나는 모든 글의 목적이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주장하는 글이나 소설과 같은 문학뿐만 아니라 설명하는 글까지도. 독자를 충분히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론이 존재할 것카지노 게임.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고 생각했다. 이 다큐는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이 모두 적용된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감지할 수조차 없는 은밀하고 너무나도 효과적인 기법들이 적용되었을지도. 그러나 그런 것보다 나는 김장하 선생님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김장하라는 사람을 몰랐던 나도, 다큐를 보는 순간 그의 매력에 '설득'되어 버렸다.


그것이 힘카지노 게임. 힘 있는 말과 행동에서부터 나오는 이다. 누가 내게 손가락질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따끔거렸다. 작년 진주를 찾았을 때, 달리느라 정신없어 그의 존재를 몰랐던 내가 조금 모자라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형평운동이라는 단어 자체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처음 본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극히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을 보여주는 그의 삶과 나의 삶이 너무도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장하 선생님은 내가 나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내가 나의 삶을 부끄러워하고 모자라게 여기 길바라지 않을 것카지노 게임. 그저 그는 그의 일을 해왔을 뿐이고, 나도 내가 살아온 삶을 계속 살아가면 될 것카지노 게임. 하지만 이번에 본 <어른김장하 덕분에 내가 조금 지치고 힘들 때, 또는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체크리스트를 하나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는 힘 있는 말을 뱉고 싶다.



2025.04.16 365개의 글 중 50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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