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글쓰기 친구들과 함께 글을 모아 모아 책을 한 권 만들었다.
그 책에서 나는 나를 '카지노 게임'이라 이름 지었다. 그런데 왜 하필 카지노 게임었을까?
시각장애인 남자를 만나 10년을 함께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심청'이 같은 존재였지만, 내 안에서 솓아오르는 뺑덕의 마음을 감추지 못해 나는참 괴로웠다.
그를 대할 때 내 마음은 오락가락했다. 그의 옆을 지키면서도 마음에 차오르는 짜증은 숨길 수가 없었고, 이런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달리생각해 보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임을 인정하자. 그를 사랑해서 함께 하는 것인지, 그를 동정해서 함께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말자.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브레드이발소에 따르면, 꽃게모양과자에는 꽃게함유량이 6%이나 6%의 맛으로 꽃게맛이라 하며 먹는단다.(B급 개그를 하는 이 만화는 아이들보다 남편이 더 좋아한다. 이 부분을 들으며 엄청나게 웃었다.) 이처럼 뺑덕이 심봉사를 돌보던 그 마음속에도 6% 정도는 동정에 가까운 사랑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그 마음도 사랑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부의 사랑에 어찌 순수함만이 남아있겠나. 그래서 나는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은 이 마음도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아니, 사랑이다.
가끔은 그 "사랑"때문에 미치고 팔짝 뛸 때, 눈물 지을 때가, 답답할 때가 많지만 말이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는 카지노 게임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시각장애인은 아니나시각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내가 , 시각장애인과 함께 하며 겪은 시각장애인의 불편한 삶을 소개하려고 한다.
몰랐다면 모른 채로 평생을 살 수 있는 그 카지노 게임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불편한 채로 살아가는 건 몸에 짊어진 불편함으로 충분하니까.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알아버린 이 카지노 게임가 당신의 마음에 남아 이제는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다.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가 조금은 덜 불편하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