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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Mar 21. 2025

카지노 게임 비교 가능한가

인도 음식과 한식

“비교는 카지노 게임의 도둑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인도”라고 말하고 싶다. 동시에 “가장 음식이 독특했던 나라가 어디냐”고 물어도 역시 인도라고 답할 것이다. 인도 여행은 음식을 포함해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십여 년 전, 형과 함께 인도에 갔을 때였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고생하는 여행을 해보자’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막상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현실과 부딪혔다. 엄청난 인파, 지독한 매연, 끝없이 울려대는 경적 소리는 여행 초기부터 기를 빼놓았다. 게다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는데, 바로 인도에서 육류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거의 금기시되고, 우리가 방문한 도시들에선 닭고기도 쉽게 구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2주 동안 채식주의자가 된 기분으로 지내야 했다.


평소 고기 반찬 없이 밥을 잘 먹지 않던 나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고기가 주는 감칠맛이 빠진 음식들은 항상 어딘가 아쉬웠고, 몸에서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제육덮밥에 된장찌개를 먹었을 때야 비로소 “아, 이게 채워지는 느낌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하지만 누군가“그럼 한식이 인도 음식보다 더 맛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맛은 너무 주관적이어서 ‘어느 쪽이 더 우위다’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 커리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아도 특유의 향과 맛이 있고, 한식에는 또 한식만의 맛과 풍미가 있다. 두 음식을 놓고 우열을 가리려는 일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뛰어나냐”고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더욱이 시간이 흐르면서 인도 음식에 대한 기억은 ‘추억 보정’이 되어 더 아름답게 미화되고, 매일 먹는 한식은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면도 있다. 그러니 정확한 비교를 해보려 해도 이미 의미가 없어진다.




나는 사람의 카지노 게임을 이 두 나라의 음식에 비유하곤 한다. 카지노 게임 또한 음식의 맛처럼 극히 주관적이어서 타인의 카지노 게임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는 남이 얼마나 카지노 게임한지를 그 사람의 말이나 소문에 의존해 짐작할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실제보다 과장해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반면, 정작 자신의 카지노 게임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평가하곤 한다. 매일 먹는 한식을 가끔 시큰둥하게 대하듯이, 나 자신의 카지노 게임은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적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생존을 위해 위험 신호에 더 빨리 반응하도록 진화했기에 부정적인 사건이나 감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내 카지노 게임이 실제보다 더 작게 느껴지고, 자연히 다른 사람의 카지노 게임이 더 커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하지만 그렇게 비교로 카지노 게임을 재단해봐야 얻을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불행감만 커진다. 궁극적으로 카지노 게임이라는 식탁을 차리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내가 주관적으로 ‘맛있다’고 느끼는 요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물론 새로운 음식을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건 의미 있는 도전이지만, 그 과정에서 남의 식탁과 비교하며 우위를 가릴 필요는 없다. 더구나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도 흔들릴 이유가 없다. 맛과 마찬가지로 카지노 게임은 누구도 완전히 객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먹방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문세윤 씨가 탕수육을"부어서 먹느냐, 찍어서 먹느냐"는 논쟁에 대해 “그럴 시간에 한 개라도 더 먹겠다”고 답한 적이 있다. 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지다.인도식이 좋을지, 한식이 좋을지, 양식이 좋을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내가 진정 맛있고 즐겁게 느끼는 삶의 한 끼를 더 음미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신과 의사로서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의 카지노 게임을 기준 삼아 내 카지노 게임의 크기를 재는 시도는 결국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왜곡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리고 내 떡은 눈앞에서 빛을 잃는다. 카지노 게임이라는 한 끼는 내 방식대로,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차릴 때 가장 맛있다. 그리고 그 맛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가?’라는 고민보다는 ‘내가 정말 먹고 싶은 맛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남의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맛을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곧 카지노 게임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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