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마다 마치 안부처럼 의례 묻게 되는 공통된 질문이 하나가 있다. "MBTI가 뭐예요?" 그러한 것들에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이어서, 한 동안 내 MBTI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누군가 내게물어오면 스마트폰 앨범을 뒤져 말해주곤 했다.
ISFJ. 내향적 성격으로 안정성을 추구하고, 가정적이며, 배려심이 넘치지만 재미가 없는 사람이기도 한 이가 바로 나다. 어렸을 적부터 그래왔다. 친구 무리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를 내며, 그들이 하는 대로 웬만하면 따라가는 그런 친구 있지 않은가? 그게 바로 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진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았던 게 이상할 정도고 지금동창회에 나간다면 '나를 알아볼 친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조용한 학창 시절을보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내 학창 시절은 늘 한결같았다.
'사람은 쉽게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생일 축하 파티를 해달라고 부모님께 그렇게 졸랐다가 초대한 수십 명의 반 친구들 가운데 몇 명도 오지 않은 초라한 생일파티를 한 차례 한 이후부터였을까? 그렇게 한번 위축된 내 마음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그대로다.
어쨌건, 그날의 추억은 버스에서 시작됐다.고등학교 1학년 시절, 이따금 수업이 정규시간보다 일찍 끝나는 날이 있었다. 매일 야간자율학습을 하다 가끔 주어지는 이런 자유로운 시간에 친구들과 게임방이나 노래방을 가서 놀기도 했지만 집으로 곧장 귀가하는 일도 있었다. 사실 사람들과 대화하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 집에서 재충전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
그렇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집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게 됐다. 한낮의 시간, 집으로 가는버스는 그리 붐비는 편도 아니어서, 자리도 보통 여유 있는편이었고 웬만하면 편하게 집까지 앉아서 갈 수 있었다. 그런 그날, 유독 사람이 많았다.
버스 후문 앞 딱 한자리를 제외하고, 자리는 만석이었으며, 심지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성큼 빈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나는 사람들이 왜 그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는지 단번에 알게 됐다.
대낮에 술이 거나하게 취한 사람 하나가 카지노 가입 쿠폰병 하나를 들고 그 자리에 앉아있었던 것. 누구도 앉기 싫었을 그 자리에 소심한 내가 무슨 오기가 있었는지 취객 옆자리에 앉게 됐다. 술 냄새가 풀풀 났지만, 다행히 예상외로 그 취객이 주변에 피해를 주거나 딴지를 거는 일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취객이 나보다 먼저 그의 목적지에 도달해 하차하며, 보통의 하루가그렇게 종료되는 듯했다. 그러다 자리를 창가 안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내 이목을이끄는 한 가지 물체를 접하게 됐다. 무엇이었을까? 맞다. 바로 카지노 가입 쿠폰병이었다. 심지어카지노 가입 쿠폰가 반 병이나 남아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병 하나. 술 취한 아저씨는카지노 가입 쿠폰병을 버스에 그대로 두고 내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발로 카지노 가입 쿠폰병을 한 곳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버스가 달리고 정류장에 멈추고를 반복하니 카지노 가입 쿠폰가 반쯤 차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병이 출렁대며 위태로웠다. '카지노 가입 쿠폰병이 쓰러지면 버스 바닥이 다 젖을 텐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에 한 발로 고정하고 있던 카지노 가입 쿠폰병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내 계획은 이러했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담겨있던 카지노 가입 쿠폰는 바닥에 콸콸 쏟아버리고 남은 병은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아주 순진한 생각. 여하튼 그러한 생각을 마칠 때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좀 이상해 보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교복을 입은 채로 초록색 카지노 가입 쿠폰병 하나를집어 들고 집 앞 정류장에 하차했다.
학창 시절, 음주를 해본 경험이 있는가? 그럼 언제가 처음이었는가? 나는 이 날 처음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것을 맛봤다. 원래는 계획대로 바닥에 버리려고 했다. 그 순간, '카지노 가입 쿠폰는 과연 무슨 맛일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무슨 맛이길래, 남자들이 캬아. 거리는 거야. 진짜 궁금한데?'라는 내면의 속삭임이 들렸다.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와 앞에 있는 정자에 앉아 잠시 고민했다. '마셔볼까?' 사실 내성적인 사람도 호기심만큼은 왕성하다. 아니 오히려 더 왕성할 것이다.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경우가 손에 꼽은 게 내성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니까 그럴 법도 했다.
결국 호기롭게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대낮이니만큼 주변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카지노 가입 쿠폰병을 집어 들고 대차게 병나발을 불었다. 인생 처음으로 마셔본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맛. 어땠을까? 정말 기가 막혔다.
"퉤퉤.이거뭐야."한 모금크게 입으로 물었다가길가에바로 뿜어냈다.내생에그렇게맛도없고그저쓰기만 한음료는마셔본적이없었다.
지금에야 카지노 가입 쿠폰만 마셔대는 나라지만, 당시에 고1 짜리 아이가 그 맛을 내가 전혀 알리가 만무했다. 그 나이에 경험한 나름의 쓰디쓴 인생을 다른 방법으로 풀어냈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음주는 시내버스에서 어느 취객 아저씨가 버리고 간카지노 가입 쿠폰병에 담긴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모금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어떤 고민이 있었던 걸까? 무엇 때문에 알코올 냄새가 그득한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모금을 마시고 싶었던 걸까? 훗날 딸아이 또한 사회와 부딪히며 여러 갈등과 고민에 빠질 날이 찾아올 것이다. 내 딸아이는 어떤 방식으로 인생의 숙제를 해결해 나갈까? 부모에게 고민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가고등학교 들어갈 무렵, 도의를 잠시 접어두고 술 한잔따라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 시절 아빠는 그랬었다고, 너의 고민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진솔하게 내게 답을 건넬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