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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향자 Mar 10. 2025

봉천역에서 사랑을 꽃피웁니다

입사 후 첫 근무지인 동사무소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나보다 6개월 늦게 들어온 직원으로, 아담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그녀. 새로 들어온 3명의 신입직원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갔다. 그녀는 항상 밝았다. 입꼬리에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민원인에게 참 예의가 바랐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머무르니 자연스레 무료 카지노 게임를 관찰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사회복지직인 무료 카지노 게임는 신입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꽤나 업무에 진지했다. 마치, 본인의 사명이기라도 하듯 모든 대상자를 진심으로 대했다. 그런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내 아내는 당시 경기도 시흥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곤 했는데, 출근길 그녀의 손에는 항상 벤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다. 한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모금 마시고 열심히 대상자와 상담하고, 다시 한 모금 마시고 불이 나게 전화를 받던 그녀였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동사무소 한 구석에 있는 상담실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 일이 잦기도 했고, 밥이라도 한 술 뜨려다 민원인이 오는 날에는 부리나케 달려가 민원 처리를 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였다. 아무리 그래도 점심시간만큼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이 무료 카지노 게임를 통해 깨졌다.



참고로 동사무소는 구청과 달리 접근성이 좋은 편이기에 쉴 새 없이 민원인이 드나든다. 본인이 점심시간을 챙기지 못하면, 하루 웬 종일 정말 일만 하게 되기 십상이다. 국민의 봉사자로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공무원도 밥은 먹고 숨도 돌리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율 청소, 김장 담그기 등의 행사를 함께 하면서 무료 카지노 게임와 가끔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무슨 말만 하면 웃어대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참 고마웠다. 내가 웃긴 사람인 줄 스스로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자꾸만 눈길이 가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어느 날, 함께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주임님, 저녁에 뭐 약속 있어요?"

"없는데요?"

"그럼 저녁 같이 먹을래요?"

"네, 좋아요. 누구랑요?"

"주임님이랑 저랑 둘이요."

"네?"

"뭐 먹을지 고민해 봐요."



우리는 그날 저녁, 그렇게 첫 데이트를 즐겼다. 평소 내 돈 주고 가지도 않는 퓨전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말투, 화려하진 않지만 귀여움을 겸비한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 내 예상이 적중했다.



그날 이후, 나의 구애는 시작됐다. 야구장에 가본 적 있냐며, 아이스링크장을 가자며, 때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며 참 많이도 들이댔다. 철벽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행동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나도 아니었다. 그렇게 애매한 만남을 이어가던 우리는 6개월 후 연인이 된다.



본래 비밀 연애를 하기로 했으나, 동사무소 주변에서 데이트를 종종 하곤 하며, 주변을 지나는 직원들에게 들키는 바람에 얼마 못 가 우리의 정체(?)는 탄로가 난다. 사실 상관은 없었다. 일부러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히려 더 좋았다. 도장을 찍은 셈이었으니까.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아내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종종 건넸다. 같이 살면 지금처럼 밖에서 안 만나도 되고,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으며 등의 갖은 변명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사투를 벌였다.



물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철벽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과 결혼 약속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테고,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자신의 인생을 단번에 맡길 수 있었겠는가? 내가 생각해도 조급하긴 했었다.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됐을 무렵, 정기인사 시즌을 통해 나의 아내는 다른 동사무소로 발령 나게 된다. 사무실에서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낼 순 없게 됐지만, 그나마 인근 주변의 동사무소로 배치된 것이 일말의 위안이 되었다.



생각보다 업무가 과다한 동사무소에 배치되어 고생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밖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는 선전했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도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데이트에만 집중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습이 참 프로답다고 생각했다.



나와 만나는 시간,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일절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며, 그 순간에는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말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말은 아마 평생에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런 사람이었다. 배려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사람.



집에서 직장과 거리가 꽤나 멀었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결국 회사 주변 근처로 원룸 하나를 구하게 된다. 수원에서 출퇴근하는 내가 보기에도 안 쓰러울 정도였으니, 잘했다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조금씩 변화했다.



한껏 데이트를 즐긴 이후, 우리의 마지막 종착역은 언제나 2호선에 위치한 봉천역이었다. 추우나 더우나 봉천역까지 나를 바래다주며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를 배웅해 줬다.



본인은 금방 집에 간다며, 먼 거리 조심히 가라던 그녀의 목소리가 맴돈다. 내가 아내를 사랑했던 만큼 아내 또한 나를 진정 배려하고 아껴줬던 게 아닐까.



혹시 누가 볼까 몰래 손 잡고 거닐던 봉천역으로 가던 그날의 그 길이 떠오를 때가 있다. 벚꽃이 만개한 날에는 봄의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눈이 오는 한 겨울에는 서걱서걱 뽀얀 눈 위에 나란히 4개의 발자국을 남기며 거닐었던 대로변.



딸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날의 기억을 꼭 한번 안주 삼아 이야기 나누고 싶다. 연애 시절, 우리는 봉천역에서 그렇게나 사랑을 꽃피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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