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영혼을 물들이는 카지노 게임
그림과의 대화는 내 카지노 게임 살찌우고 치유한다
프롤로그 | 영혼을 물들이는 카지노 게임
나는 카지노 게임에 물을 주러 미술관을 찾는다.
피부에 수분이 스며들 듯, 카지노 게임이 촉촉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캔버스 위에 쌓인 시간, 붓끝에 담긴 감정, 색채가 만들어내는 조용한 울림 속에서 나는 쉼을 얻는다.
누군가는 미술관을 감상의 공간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고요한 사색의 장소라 말한다. 나에게 미술관은 그 모든 것을 넘어, 카지노 게임을 위한 우물 같은 곳이다. 세상의 소음에서 한 발짝 떨어져 조용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곳, 그림과 대화를 나누며 나의 내면을 살찌우는 곳, 어떤 말도, 돈도 대신할 수 없는 경험이 펼쳐지는 곳.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화폭 안의 세계는 현실의 경계를 벗어나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때론 어떤 그림 앞에 멍하니 서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 채 빠져들고, 때론 어떤 색채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나는 조용히 그 목소리를 듣는다. 이렇듯 미술관에서의 순간들은 내 안의 어떤 공허함을 부드럽게 채워준다.
삶 속에서 예술을 찾다
우리는 모두 치열한 현실을 살아간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내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하루를 살아낸 후 문득 찾아오는 허전함과 피로. 그럴 때면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안을 찾는다. 누군가는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글을 쓴다. 그리고 나는 미술관을 찾는다.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의 소음은 점점 희미해지고, 작품 하나하나가 나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익숙한 현실과는 다른 세계, 그곳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마음을 들여다본다. 단순한 그림 한 점이 어떻게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색은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어떤 붓터치는 내 감정을 대변해준다. 그렇게 예술은 나를 보듬어주고, 지친 하루 끝에서 나를 안아준다.
그렇기에 나는 믿는다.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나 자신을 찾고, 내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몰랐던 내 마음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 색을 고르고, 선을 그으며 내 마음을 담는다. 붓을 움직이며 머릿속을 정리하고, 선 하나, 점 하나에 나의 감정을 실어 보낸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그려가며 나는 나를 치유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그리는 동안 나를 치유하지 못한 작품은 다른 이들도 치유할 수 없다고.
예술은 진심을 담아야 한다. 내 마음이 닿지 않은 그림, 감정이 배어 있지 않은 색채는 그저 기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나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낼 때, 그림은 비로소 살아난다. 그리고 그 진심이 전해질 때, 다른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다.
나는 Art Therapy와 Art in Therapy 그 사이에서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Art Therapy는 치료를 위한 예술이라면, Art in Therapy는 예술 속에서 치유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나는 그 두 세계의 경계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치유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그림이 또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색을 칠한다.
예술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
미술관에서 그림을 바라보는 카지노 게임,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는 카지노 게임,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까?
예술은 우리에게 거창한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고, 감정을 자유롭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치유된다.
미술관을 나오며 문득 깨닫는다.
나는 그림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나를 만나러 온 것임을.
이 책은 그런 카지노 게임들을 기록한 이야기다.
미술관에서, 혹은 그림 앞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작은 치유의 순간들.
그리고 그 카지노 게임들이 우리 삶에 남기는 흔적들.
이 책이 당신에게도 한 스푼의 위로가 되기를.
당신의 카지노 게임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art therapist, euge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