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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새벽 Mar 04. 2025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알아도 사는 일은 어렵다

판타지 추리물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와 우리의 고민들

한진이형.

밤은 깊었고 연휴는 끝나가는데, 나는 LED 조명이 온화하게 켜진 서재에 앉아 형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어. 특별히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아니야. 그냥 이게, 내가 선호하는 밤의 소비 방식인 것 같아.


오늘 애들 재우고 소일거리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와서 말하더라. 아이가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무슨 일인지 들어보니 딸이자기 전에 좀 칭얼댔던 모양이야.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공부가 어려워서 부담스럽다고.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지금까지 어깨를 늘어뜨리고 고민에 잠겨 있어. 이건 단순히 유치원이 가기 싫은 7살 아이의 엄살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본인이 제이미 맘처럼 되어야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것인가.


하면할수록육아는 참 어려운 것 같아. 먹이고 재우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그런 것보다는 있잖아, 아이가 뭔가 고민을 털어 놓을 때. 그게 진짜 고민이긴 한 건지, 고민이 맞다면 부모는 뭘 해 줄 수 있는지, 그게 행여 지나친 강요가 되지는 않을런지. 알 수 없는 것투성이라 어려워. 형네 아이는 7살 보다는 훨씬 컸으니까먼저 길을 갔던 선배에게의지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래서 오늘 형에게 편지를 쓰고 었나봐.


알 수 없는 것투성인 일상은 가끔 초능력에 대한 환상을 불러내기도 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일을, 10년 뒤를, 30년 뒤를 알 수 있다면 거기에 맞춰 하루하루를 꾸려나갈텐데. 쓸데 없는 일을 줄이고 정해진 운명에 맞춰 오늘 하루를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와중에 최근에 책을 한 권 봤어. 다카노 가즈아키의 추리물인데 설정이 기발하고 구성이 촘촘한 반면 톤은 또 한 없이 너그러워서 그야말로 무공해 독서가 가능한 책이더라.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최근에 한국 영화로도 공개되어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던데. 들어 봤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라고. 내친김에 잠깐 그 책 얘기를 해 볼까 하는데 괜찮아?


(괜찮다고 치고)


주인공 하라다 미오는 곧(정확히는 6시간 뒤에) 스물다섯 살이 되는 청년인데 번화가를 걷던 중에 낯선 남자를 마주쳐. 피부가 하얗고 늘씬한 체격의 이 남자는 대뜸 "드릴 말씀이 있다"며 미오에게 말을 걸지. 미오는 헌팅 따위에 관심 없다는 듯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진중하게 대화를 청하는 남자의 태도를 보고 곧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 그런데 남자가 대뜸 이렇게 말온라인 카지노 게임 거야.

"여섯 시간 뒤, 당신 죽어"라고.

'가끔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며 확신에 찬 듯 얘기하는 남자를 보고 미오는 이맛살을 찌푸리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그런 태도야. 그런데 남자를 뿌리치고 곧 도착한 약속장소에서, 미오는 남자가 했던 '예언'중 하나가 벌써 들어맞는 것을 알게 돼. 그리고 곧바로 뒤를 돌아 남자가 있던 곳으로 가지. 그리고 여전히 거기에 있는 남자를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기로 해.

6시간 뒤 너는 칼에 찔리게 된다. 그게 미오에 대한 남자의 예언이야. 믿고 싶지 않지만 벌써 예언이하나맞은 상태라 미오는 무척 당황하게 돼. 그리고 케이시라는 이름의 이 남자가 자신을 도와주려고 한다는 걸 알고 그와 함께밤거리를 헤매게 되지. 6시간 뒤 죽지 않기 위해 말이야.


표제작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이렇게 시작하는 판타지-미스터리 이야기야. 이목을 끄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한 이야기들이 결말부를 허술하게 처리하는 경우를 형도 많이 봐왔을 텐데, 과연 이 작가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소설을 따라가는 게 큰 재미였어. 그 결과는, 형이 직접 확인해주기 바라.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는 미오와 케이시의 첫 만남으로 시작해 총 5개의 다른 이야기들이 전개되는데, 모두 케이시란 남자의 예지력 때문에 벌어지는 미스터리야.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상관이 없지만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이름들이 비슷한데, 미오, 미쿠, 미아, 미호라는 식이거든? 미미밋자로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 이름들을 보면서 나는 가즈아키란 작가가 이름짓기를 몹시 귀찮아하거나 두운(頭韻)에 집착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봤어. 그러다 한 가지 가설을 세웠지. 이 이름들은 래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하고 말이야. (일본어로 해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라이(未来)가 되니까.)


소설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궁금할 것 같아. 내 경우는 아주 훌륭한 독서 경험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어.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을 보는 것 같이 매우 익숙한 문법이 반복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는 새로울 게 없었는데, 그 문법 안에서 참 잘 짜여진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 같아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 끝까지 훈훈한 동화적 톤과, 가벼움 속에서도 인간의 가능성을 강조온라인 카지노 게임 작가의 휴머니즘적인 시선도 따듯하게 느껴졌고 말이야. 무엇보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들은 미스터리로서의 역량이 뛰어나. 앞으로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런 마음을 안고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되더라니까.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이 무척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미래를 보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소설이 여전히 미스터리라는 거. 결론을 알고 있는데 과정이 여전히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거. 어쩌면 이 작품은 정교하게 쌓아 올린 구조 위에서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하되, 예지력이 생기더라도 인생은 여전히 미스터리일 거라는 것, 즉,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알아도 사는 일은 어렵다는 일종의 격언, 위로 같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형.

온라인 카지노 게임 알 수 없어 현재는 늘 헷갈리는 것 같아.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딸의 문제부터 먹고 사는 문제, 내가 이루고 싶은 것, 과연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불안, 그게 꿈인가 현실에 대한 도피처로서의 상상인가하는 의심, 과연 10년 뒤, 20년 뒤 생이 어떤 모습일까라는 혼란이 매일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아.


그런데 책에 그런 문장이 있더라. 미오와 케이시가 6시간 뒤 죽지 않기 위해 도쿄의 밤거리를 헤매고 있던 때 미오가 말하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좋은 일이 생겨 기뻐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미오는 또 말하지. 한편으론 여섯 시간 뒤에 죽을 거라는 말을 듣고 우울한 여자도 있고, 또 그중에는 나보다 훨씬 불행한 사람이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러자 케이시가 말해.

"전부 합쳐서 도쿄가 되는 거지"라고. 그 말을 보며 생각했어.

우리의 현실도 그렇게,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드는 불안, 혼란, 기대, 두근거림, 안달, 연민, 동질감, 체념, 수용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고, 그게 전부 합쳐져서 인생이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혼란의 미래란 것도 지나고 보면 모두 소중한 과거가 되고, (소설에서미쿠가 말하듯)결코 하나라도 바꾸고 싶지 않은 하나의 '흐름'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애틋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 것일까, 라고.


여기까지 썼는데 애기가 운다. 지금 우는 애기는 유치원 가기 싫다며 칭얼댄 그 애가 아니야. 다행히 쪽쪽이를 물려 주니 다시 잠든 이 애는 우리집 셋째야. 겁도 없이 자식을 셋이나 낳아 버린 우리 부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어떻게 되려는 것일까. 첫째 잘 키우고 나면 둘째와 셋째는 좀 수월해지는 것인가. 뭐, 그렇지 않아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야.미래를 알더라도 사는 일은 어려울 테니까. 어려움 많은 인생이지만 뺨을 맞대면 가슴이 뜨끈해지는 가족이 있고, 직업이 있고, 가끔 이렇게 재미 넘치는 소설을 읽을 수 있고, 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형 같은 친구가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어.


우리 다음 책을 통해 또 만나.

그때까지 좋은 흐름을 만들고 있기를.


답장을 기다리며,


2025.03.04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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