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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Nov 29. 2024

채식주의자 해석 -김유섭1

짐승만도 못한 세상

-짐승만도 못한 세상


채식주의자에서 한강은 인류를 사람과 짐승으로 나눈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는 이유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격렬하게 독자와 인류에게 한강은 묻는다. 학살이 멈추지 않는 세상에 대해 당신은 괴로워해 본 적 있나요? 당신은 사람인가요?


한강은 사람이 사람을 학살하게 되는 세 가지 단계를 보여준다.

첫 번째가 낙인찍기와 망상의 당위성이다. 두 번째가 탐욕과 욕망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다. 세 번째가 강렬한 혐오다. 이것이 학살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를 남편, 형부, 언니를 통해 단계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며 한강은 되묻는다. 이건 짐승만도 못한 짓 아닌가요?

그런데 한강이 사람 영혜를 통해 독자에게 말하는 방식이 놀랍게도 이상이 오감도에서 사용했던 “행위상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갑다.


채식주의자

<1 사람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했을 뿐인데 남편은 채식주의자로 낙인찍고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한다.

남편은 사람 영혜가 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지 알려고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단 하나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행위만으로 채식주의자라고 단정하고 가정과 가족의 일상을 부수는 이기주의자라고 분노한다.

아무리 사랑 없는 부부 사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사람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이유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그것이 문제라면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내에 대한 아니,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도리일 것이다.

그러나 존중 없는 낙인찍기 태도는 남편의 직장 상사와 동료 그리고 카지노 쿠폰 영혜의 친정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한강은 소설 시작부터 영혜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길고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강조한다.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현실에서 일어나는 조금 다른 정신적 육체적 경험과 생각과 의지를 근거로 육식을 거부한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 영혜는 일반적인 채식주의자들과 다르게 꿈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임을 구별해서 알려주려는 의도이다.

사람 영혜가 꾼 꿈이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이고 또한 소설의 바탕이고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중략.....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중략....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헛간 같은 건물에 수백개의,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학살당한 카지노 쿠폰들의 시체를 상징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헛간 같은 건물에 식용 고기를 그것도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다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면서 학살당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자기 숲이 환해지고, 맛있는 냄새가 났어. 수많은 가족들이 소풍중이었어. 그 광경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어. 중략..... 한편에선 고기를 굽고, 노랫소리, 즐거운 웃음소리가 쟁쟁했어.”

“하지만 난 무서웠어. 중략.....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중략.... 헛간 바닥,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중략...

헛간을 빠져나와 카지노 쿠폰 영혜가 마주한 장면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한 낙원의 풍경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낙원의 풍경은 사실 처참한 학살을 숨긴 거짓 풍경이다. 카지노 쿠폰 살점인지도 모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먹으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학살당한 사람의 살점을 고깃덩어리라고 먹으며,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까지 즐기는 세상 속에 자신도 속해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부정하려고 하지만,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라며 자신도 학살당한 사람 고기를 즐겨 먹으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동안 소, 돼지, 닭 등의 고기를 먹고 살아온 세월이 사실은 학살당한 사람 고기를 먹고 살아온 세월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더는 고기를 먹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다시 꿈을 꿨어.

누군가가 사람을 죽여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감쪽같이 숨겨줬는데, 깨는 순간 잊었어.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쪽인지. 죽인 사람이 나라면,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 중략.”


이 꿈의 내용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해석이 필요 없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학살은 여러 가지 상황이 있지만 아주 가까운 카지노 쿠폰인- 같은 민족, 같은 국민이 학살하는 역사가 있다.

<2 사람 영혜를 가정과 가족을 부수는 채식주의자이고 이기주의자로 낙인찍은 남편과 친정 식구들은 고기를 먹여서 사람 영혜를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망상의 확신으로 온갖 짓을 벌인다.

특히 카지노 쿠폰 영혜 아버지의 과거 행위가 그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알려준다.

“ ..... 내 다리를 물어뜯은 개가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묶이고 있어. 중략.... 개는 질질 끌리며 달려. 여섯 바퀴째, 개는 입으로 검붉은 피를 토해. 목에서도, 입에서도 피가 흘러, 거품 섞인 피, 번쩍이는 두 눈을 나는 꼿꼿이 서서 지켜봐. 중략.....


그날 저녁 우리집에선 잔치가 벌어졌어. 시장 골목의 알 만한 아저씨들이 다 모였어.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입을 떠넣었지. 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먹었어. 중략....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어린 카지노 쿠폰 영혜 다리를 문 개를 아버지는 잔혹하게 죽이고 삶아서 잔치를 벌인다. 개가 왜 다리를 물었는지, 어떤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인지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주인 딸의 다리를 문 개라는 낙인을 찍고 잔혹하게 죽이고 삶아서 먹어야 한다는 아버지 망상의 당위성에 대해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저씨들은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고 한다. 어린 사람 영혜는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먹었다. 그리고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라고 고백한다.

학살이 일어나는 첫 번째 단계는 낙인찍기와 망상의 당위성이다. 주인 딸의 다리를 문 개‘라는 낙인을 찍고 그래서 잔혹하게 죽여야 한다는 아버지가 멋대로 만든 망상의 당위성에 대해 세상 누구도 중단시키지 않고 오히려 동조하게 되면 같은 방식으로 행해지는 카지노 쿠폰 학살에 대해서도 동조하게 된다.

가령 “폭도” “불온 세력” “국가 전복 세력” “빨갱이”라는 등의 낙인을 찍으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망상의 당위성이 생겨난다. 물론 홍위병, 킬링필드 등도 있다. 따라서 낙인찍기와 망상의 당위성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고 중단시키지 않으면 잔혹한 학살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3 사람 영혜를 채식주의자로 그리고 평온한 가정과 가족을 파괴하는 이기주의자로 낙인찍은 남편과 친정 가족들은 사람 영혜에게 고기를 먹여 다시 예전의 일상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망상의 당위성으로 짐승만도 못한 짓을 당당하게 벌인다.

누구도 근원적인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카지노 쿠폰 영혜의 고뇌와 고통에는 관심조차 없다.

결국 온 가족이 억지로 탕수육을 먹이려는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의 행위에 동조하고 방관한다. 이를 거부하던 카지노 쿠폰 영혜는 손목을 긋게 된다. 그리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다.

여기서 한강의 생각이 드러난다. 짐승만도 못한 세상에 대항하는 방식이다. 손목을 그어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것은 절망의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보는 앞에서 손목을 긋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삶을 희망하는 격렬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 후에도 고기를 먹여 다시 일상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망상의 당위성은 멈추지 않고 더 강력한 분노와 협박으로 사람 영혜를 덮쳐온다.

병원 입원실로 어머니가 가져온 흑염소 중탕을 카지노 쿠폰 영혜는 먹는 척하고 토해 버린다. 그러자 분노한 어머니가 울면서 말한다.

네 꼴을 봐라.지금,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세상 카지노 쿠폰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다.거울 좀 봐라,네 얼굴이 어떤가 보란 말이다.”

낮은 울음으로 잦아들었다.그러나 아내는 마치 낯선 여자의 울음을 바라보는 듯이,중략.....”

고기를 먹으라는 어머니의 울음은 세상으로부터 격리와 낙인찍힌 삶에 대한 공포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람 영혜는 마치 낯선 여자의 울음을 바라보듯 한다. 굴복하지 않겠다는,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략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다는 것은, 잔혹한 학살에 대해 너무 오랜 세월 학살한 자들의 망상의 당위성에 동조하고 살았다는 의미이다.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자신도 모르게 학살한 자들의 망상의 당위성에 동조하고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카지노 쿠폰 영혜는 학살당한 카지노 쿠폰들의 처참함과 억울함과 비극을 가슴으로 느끼며 죽음과 다르지 않은 아픔과 고통에 괴로워한다.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학살당한 카지노 쿠폰들의 울부짖는 절규가 카지노 쿠폰 영혜의 명치에 달라붙어 회오리친다.

카지노 쿠폰 영혜가 병원 분수대 옆 벤치에 윗옷을 벗은 채 앉아있다.더워서 벗은 것뿐이야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남편은 카지노 쿠폰 영혜가 왜 더워서 윗옷을 벗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부끄러울 뿐이다.

남편이 카지노 쿠폰 영혜의 움켜쥔 손을 펼친다.


아내 손아귀에 목이 눌려 있던 새 한 마리가 벤치로 떨어진다.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작은 동박새다.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이 장면은 연작 형식의 독립된 한 편의 완성도를 위한 소설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미를 살펴보면, 고기를 먹지 않는 것만으로는 짐승만도 못한 세상을 바꿀 수도, 학살을 멈추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시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려는 욕망의 벽에 부딪혀 나약해진 사람 영혜의 내면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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