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소망의 이름으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초록 비린내가 산천에 진동하던 고향의 여름. 병풍처럼 두른 싱그러움은 시퍼렇게 위풍당당하다가, 만추가 다가오자 열병처럼 맥없이 낙하하고 있었다. 풍요는 유한을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잎사귀의 저주에서 시작된다. 수확을 맞은전답을위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모는 초새벽부터 움직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부지가 점심을 위해 정오에 귀가한 때였다. 그날따라 안방에서 요란하게 울려대던 전화 소리가 마당까지 질벅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집안의 어른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당연한 듯 수화기를 들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말끝을 길게 올리며 활기차게 전화의 시작을 열었다.
“여보세요오?”
“안녕하십니까. 혹시 진대완 아버님 되십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의 활기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차분한 어투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약간 당황하며 그렇다고 말하자, 남자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네 아버님. 저는 진대완 학생의 지도 교수입니다. 상의드릴 것이 있어서 내일 좀 찾아뵐까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궁금한 건 못참는 평소의 성정과 달리 교수의 권위 앞에 재빠르게 수긍했다.
“아 그래요? 알겠심더.”
“네 그럼내일 오후에 찾아뵙겠습니다.”
교수 쪽에서 전화를 먼저 끊어 수화기에서 뚜- 소리가 이어졌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전답은 급작스레 농한기를 맞아 잠시 일손이 멎었다.
대완네 집은 약속을통보받자마자 도시에서 온다는 교수님을 맞고자 분주해졌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가 읍내에경운기를 끌고나가먹을거리를 그득하게실어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머니가 시커먼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장에서 사 온 맥주를 수건으로 닦았다. 그래도 서양 술이니 유학갔다 오셨을 분들입에는 맞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 소주보다 더비싼 돈을 내고 사 온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머니가 수육을 제외한 음식 준비를 모두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 남편 곁에 누웠다. 수육은 내일 새벽에 일어나 갓 삶아야 손님이 즐기시기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예상치 못한 손님맞이에 피로한 육체에도 중년의 부부는 밤늦도록 뻗치는 생각을 주고받았다.
“와이 아부지요, 참말로 교수님이 이까이 온다 카등교?”
외진 곳에 하늘 같은 교수님이 온다는 말에 신경이 쓰여 대완의 어머니는 조심스레 물었다.
“글타카이. 뭐 좋은 일 있는가 보제. 혹시 아나.와이가 한 건 했을 수도 있다 아니가.”
완이의 어머니는 반주로 약간 상기된 완이 아버지의 말을 계속 경청했다.
“그 점잖은 아가얼매나잘했으마교수가이까이칭찬하러 다 오겠노. 오늘 술도 소주 아이고 맥주 사 왔다카이. 그래도 대학생 둔 부몬데 너무 없어비면글타 아이가. 도수도 낮은 기소주보다 더 비싸더만 내 군말 않고돈 다줘뿟다.”
평소 같지않은 완이 아부지의 씀씀이와 관용에 어머니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들었다. 완이 어머니의 머릿속에 학생에게 좋은 일로 이 먼 곳까지 교수가 굳이 올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완이 아버지의 고조된 목소리와 어진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스며드는 번뇌를 애써 흔들었다.
다음날 오전 즈음 되자 하루종일 준비한 반찬들과 초새벽부터 삶은 수육으로 교수를 맞는 상이 가득 채워졌다. 대완의 아버지는 평소 같으면 당연하게 들었을 반주도 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교수를 기다렸다. 평소 같은 침묵이었지만, 간헐적으로 대완의 아버지 근방에서 콧노래가 들렸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중년의 두 신사가 대문을 비집고 들어와 누런 마당에 서있었다. 양장을 잘 차려입고, 약간 피로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대완의 부모는 교수의 피로는 눈치채지 못하고 그들에게 넙죽 인사했다.
“아이고 슨생님. 어서 오시소.”
교수는 차분히 인사에 답했다.
“네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대완이를가르치는 교수들입니다.”
“아예예. 먼 길 오신다꼬 애 잡수셨지요. 어서 앉으이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모는 교수님의 가죽가방과 외투를 받고 두 사람을 안으로 모셨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모가 느끼기에, 교수님들의 입맛은 다소 까다로웠다. 교수님은 고기와 반찬을 조금 집어먹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맥주 몇 모금을 한 후 금방 수저를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식사를 권했다.
“아이고,저희가 차린게 빌로 없지요?”
“아닙니다. 충분히 많이 먹었습니다. 실은 저희가 아버님과 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만 다 털어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교수는 맥주컵을 가리키더니 다소 과격하게 잔을 모두 비웠다. 그러고선 여남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노진수 학생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수육에 돌던 뜨거운 김이 식듯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컵에 든 맥주에는 거품이 꺼지고 정적이 컵을 타고 흘러내린 지 오래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부모님은 교수님들이 대관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네모난 방 속에 뱅글뱅글 돌아다니는 단어들을 잡아 하나의 질문을 만들었다.
“그래가 슨생님 말씀은 대와이가 수상한 모임에 다니고, 동창이랑 수상한 짓 의심받아가 경찰서도 다녀오고 그랬다 그 말잉교?”
“예 아버님. 다행히 이번엔 조사만 받고 바로 나왔지만, 아마도 지금도 경찰이 계속 예의주시 하고 있을 겁니다. 진대완 학생이나 서클 학생들이 지금 몸을 사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이 안 좋게 흘러가면 노진수 학생처럼 되어 버릴 수도 있어요.”
“하아 참......”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버지는 난감한 기류에 어찌 대답을 해야 할지도 아득해졌다.
“아무리 학교 안에서 난리가 나도, 여기까지 소식이 전달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고 사료하여 저희가 오늘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학생이 본교 안에서 체포가 된다는 게 생각보다 보통일이 아닙니다. 진대완 학생이 말을 전하진 않았지만, 이미 경찰의 미행이 시작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저희 생각엔 아버님, 진대완 학생의 경우, 아직 경찰이 잡아갈 명분은 없는 상황일 테니 하루라도 빨리 휴학하고 군대에 보내는 것이 안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수는 처음으로 약간 동요하는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전했다.
“진대완 학생이 군대에 다녀오면, 더 이상 마음 들끓을 일이 없을지도 모르고요...”
교수는 금방 표정을 굳히고 재빠르게 마당을 벗어났다.
공연을 며칠 앞둔 대완은 모두가 빠져나간 심야 연습실에 홀로 불을 끈 채 앉아 있었다. 어두운 공백 속으로 지난 주말에 내려가서 마주한 부모님얼굴들이 파편처럼 회상되었다. 길길이 진노하시는 아버지의 붉은 뺨, 결국 실망이 역력한 아버지의 눈빛, 아버지의 거친 음성에 아들이 다칠세라 떨리는 손으로 아버지를 막아내던 어머니의 실루엣.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어머니 얼굴이 회상에 등장하자 대완은 손에 얼굴을 묻었다. 맞은편 건물 간판이 뿜는 조명 빛이 유리창에 비춰 간간이 번쩍이며 웅크린 남성의 형상을 간헐적으로 투사했다.
군대에 다녀오라는 명령 같은 통보를 끝으로 아버지는 침묵을 유지했다. 가족의 기대와 걱정은 언제나 대완을 순응하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매고 학교에 갔고, 아버지의 희망을 들고서 도시로 유학을 갔고, 가족의 우려를 가리고자 대완은 입대 신청을 했다. 한 번만 더, 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의 가난과, 체포된 친구 진수와, 언제나 묵인되어 온 대완의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 대완은 저녁도 거르고 내내 연습한 영노 가면과 눈이 마주쳤다. 우스꽝스러울만치 치켜뜬 눈매가 대완을 강하게 바라보았다. 대완은 잠시 가면을 어루만진 뒤 다시금 가면을 썼다. 영노의 대역은 다시금 네온사인을 쳐다본다. 가면은진대완이라는 이름의 영노대역이지닌의무들을 대완 대신 처단해 주리라 감기지 않는 눈으로 다짐했다.
연습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교차로에서는 오늘도 일정한 발자국 소리와 희미한 플래시 불빛이 대완을 따라올 것이다. 자신이 서 있는 길의 모든 이정표에서 끝이 다가오듯 점멸이 반복된다. 대완은 벅차도록 깜박이는 빛을 피하고자 잠시 눈을 감았다 뜬다. 그러고서는 어둠 속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여러 숨겨진 시선들을 내려두지 않은 채 깜깜한 연습실을 빠져나갔다. 영노 가면 만이 시선을 숨기지 않고, 연습실을 빠져나가는대완을 형형한 눈으로 끝까지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