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영우와 나는 과실을 나와서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길을 걸었다.
“그림이 잘 안 되네요.”
영우는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잘 그려지지 않아서 학교에 남았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생각했던 학과 공부랑 많이 다르다는 말도 카지노 가입 쿠폰. 소주 한잔이 생각났지만, 술을 못 먹는 영우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자취방에는 공부 잘하는 무서운 고3 동생이 있어서 술판을 벌일 수도 없었다.
“너는 여기서 1번 타고 가.”
“선배님은 걸어가요?”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간다는 농담을 던지고 집을 향해 걸었다.
“선배님, 같이 가요.”
집이 정 반대라고 설명했지만 내 자취방이 어딘지 궁금하다고 따라왔다.
“우리 집 앞이 1번 버스 종점이야. 너 거기서 타고 가면 서서 갈 일이 없어.”
박물관 앞을 지나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벚꽃이 지고 잎이 무성한 나무 사이에 버찌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것이 가로등 불빛에 보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는 걷기에 참 좋았다.
“잠깐만, 나 슈퍼에서 살 게 있어. 뭐 마실래?”
“아니요.”
나는 맥주 두 캔을 샀다. 시원하게 뚜껑을 따서 호로록 첫 모금을 넘겼다.
“콜라 마시는 거 같지?”
대낮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면서 걸어가는 모습이 나도 낯설었다. 주정뱅이 아저씨들이 소주병을 들고 코가 빨갛게 변해서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카지노 가입 쿠폰. 내가 비틀거리며 시비를 거는 모습을 흉내 낼 때면 진짜 취객 같다고 웃었다.
“너는 만화를 좋아했어? 그림을 잘 그렸어?”
만예과에는 미술대를 다니다가 입학한 학생들이 많았다.
“저는 만화를 좋아해서 따라 그리다가 만화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는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부모님이 일터에 나가면 동생과 함께 만화책을 보고 캐릭터를 따라 그리면서 놀았다. 만화 속 캐릭터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팔기도 카지노 가입 쿠폰. 만화를 뺀 그의 어린 시절은구멍이 많아보였다. 만화주간지가 나올 때면 옆집 친구에게 부탁해서 대여 1번으로 빌려 봤다고 얘기할 때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부모님은 여기 올 때 찬성하셨어?”
“어릴 때는 만화만 그린다고 파리채로 많이 맞았죠. 대학교 안 가고 문하생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셨는데 여기 올 때는 괜찮았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보다 어른스러웠다. 영우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걸었다. 오래전부터 이 길을 함께 걸어온 듯 편안카지노 가입 쿠폰.
“그런데 너는 아까 과실에 왜 온 거야?”
과실에 온 이유가 궁금카지노 가입 쿠폰. 친구가 가져다 놓으라고 맡긴 것이 있어서 갔는데 중요하지 않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1시간을 넘게 걸었다.
“잘 가,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 저기가 내 자취방이야.”
1번 버스 종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골목 끝에 커다란 오동나무가 있는 집을 가리켰다.
“고맙다. 나 오늘 남자친구한테 까였어. 빨리 가서 일기장에 욕 쓸 거야.”
걸음을 옮기는 영우를 향해서 묻지도 않는질문에 대답카지노 가입 쿠폰. 영우는 가볍게묵례하고 화구가방을 한 번 추슬렀다.뚜벅뚜벅 버스정류장으로 향카지노 가입 쿠폰. 나도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5년째 변한 것이 없는 골목이다. 하지만 이 길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사연은 하루도 같은 적이 없었다. 그 골목을 걸어서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술을 안 먹었나? 일찍 오네.”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던 동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동생이 고3이었던나를 뒷바라지했었다.동생이 고3이 되면 내가 뒷바라지를 다 하겠다고 약속카지노 가입 쿠폰. 그런데 뒷바라지는커녕 허구한 날 술타령에 아무 때나 사람들 데리고 오는 배신자가 되었다. 술을 먹고 오는 것은 봐주지만 술에 취해서 사람을 데리고 오는 일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시험 있어?”
“중간고사 모의고사 계속이야.”
공부하는 동생 등 뒤에서 맥주를 땄다. 그리고 앨범을 꺼냈다. 단체 티를 입은 남학생 세 명과 혼자만 다른 색을 입은 내가 있다. 단체사진인데 표정과 자세는 제각 기다.다음 장에는 초록색 펜으로 써 내려간 편지와 장미 그림이 있다. 이 편지와 그림을 볼 때마다 순수해진다.
고1에 만난 H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고기 잡고 총싸움하던 동네 남자친구들과 달랐다. 하얀 얼굴에 아기 같은 미소, 기다란 손가락은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했고 공부 역시 잘카지노 가입 쿠폰. 처음으로 오락실에 데리고 가서 게임을 알려준 친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준 첫 번째 주인공이다.
“지연아, 우리 고3 때는 만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자.”
고3이 되기 1주일을 앞두고 H가 나에게 제안카지노 가입 쿠폰.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고3에는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였고 나도 동의카지노 가입 쿠폰. 재수 없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고3이 되었고 나는 고2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책상에 엎어져 잠만 자는 나를 보고 이런 식으로 해서 H오빠랑 서울로 대학 가겠어? 나중에 울고불고하지 말고 공부 좀 하라는 동생 잔소리가 반복되었다.
야간자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옆방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지연아, 네 남자 친구가 이거 전해 주라고 하던데.”
자취집 앞에서 받았다는 선물과 편지를 들고 왔다.
“누구?”
“있잖아. 고3이라고 공부하자는 모범생. 직접 주라고 하니까 전해 달라고 하던데.”
나는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 잘 지냈어? 고마워. 조심해서가.”
“시험 끝나고 보자.”
H는 잠깐 자전거를 멈추고 손을 흔들며 대답카지노 가입 쿠폰. 자전거는 바로 골목을 벗어났다.
“지연아, 잘 지내지? 나는 목표한 대학에 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너도 열심히 하고 있지? 시험 끝나고 만나기로 했지만, 생일은 꼭 챙기고 싶었어. 내가 제일 먼저 축하해 주고 싶어서 야간자습이 끝나자마자 달려갈 거야. 그리고 내가 요즘 듣고 있는 국어문법을 정리한 강의 테이프도 보낸다. 한 번 들어봐.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조덕배 노래야. 시험 끝나고 웃으면서 만나자....... 파이팅!”
보고 싶다거나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다는 달콤한 말은 없었다. 나머지 한 장의 편지에는 생화 대신 팬으로 직접 그린 장미가 가득카지노 가입 쿠폰. 과장 없는 H의 마음이 느껴졌고 조덕배 노래가 그 마음 대신카지노 가입 쿠폰.
우리는 시험이 끝나고 눈발이 날리는 날, 읍에 생긴 커피 전문점에서 만났다.
“내가 직접 내려 줄게 한 번 먹어봐. 향이 죽여준다.”
창밖에 내리는 눈과 정성껏 커피를 내려 주는 H가 잘 어울렸다.
“나는 이번 주에 방 알아보러 서울가. 너는 공부할지 말지 정했니?”
H의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못카지노 가입 쿠폰고 대답카지노 가입 쿠폰. 잘 모르겠다고도 말카지노 가입 쿠폰. 태어나서 처음 마셔 본 모카커피 맛은 아주 썼다.
“갑자기 앨범은 뭐야? 그시절이그리워?”
대답 대신 H가 보낸 학보를 동생 책상 위에 올려놨다.
“나 같아도 뇌도 예쁘고 얼굴도 예쁜 애들 사귀겠다. 언니는 어정쩡하지.”
“그건 그렇지.”
나는 바로 인정카지노 가입 쿠폰. 동생은 인정이빠른것은우리 자매의 장점이라며웃었다.
“뽀뽀는커녕 손도 한 번 못 잡았지? 무슨 헤어진 연인 코스프레야. 우정하고사랑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헤매지 말고 딴 놈 알아봐. 언니 남자 친구 많잖아.”
동생 말이 팩트였다. 그런데내가 좋아하는 놈들은 대부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맘에 드는 남자를 보면 야, 나랑 사귀자, 할 거 같은 여자로 나를 오해카지노 가입 쿠폰.사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취약했다. 그런 나에게 H는 겉모습보다 속마음을 알아본 최초의 남자였다.
“고마운 H. 안녕~~”
그동안 주고받았던 카드와 카세트테이프를 상자에 담았다.
“그런데 오늘 언니 기분은 반반 같다. 슬픈 듯 아닌 듯 술도 어정쩡하게 먹었고, 뭐지?”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오고 주머니를 비워야채워지고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 말이 왜 떠올랐을까?